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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Jan 21. 2024

트럼프가 김정은을 다시 만날까?

한국만 빼고 세계는 벌써 트럼프 ‘대통령’을 대비하고 있다.

트럼프의 미국 대선 승리 가능성이 거의 분명해지고 있다. 독일은 ‘독재자’ 트럼프에 대비한 대책 마련을 준비 중이다. 그런데 영국의 전 총리 존슨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세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사실 트럼프를 이어 바이든이 미국 대통령이 된 이후 세계는 더 어지러워졌다.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은 극에 달했고 전 세계적으로 크고 작은 분쟁은 미국의 통제를 벗어나는 중이다. 트럼프가 미국 제일주의를 내세우면서 세계화를 뒤집어 놓자, 세계는 경악했지만 바이든 정권이 들어선 이후 미국 제일주의는 전혀 변함이 없다.     


특히 한국은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면서 미국 제일주의에 동조하는 정책을 추구하면서 미국의 이익이 곧 한국의 이익이라는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 사실 트럼프 시절에 한반도는 순식간에 평화 무드가 조성되었었다. 별로 정치 경험이 없는 트럼프는 이른바 워싱턴 논리를 무시하고 자기 맘대로 세계 정치를 좌지우지했다. 그러나 적어도 한반도에서는 문재인과 김정은이 손을 잡고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연출되도록 하는 데 트럼프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래서 한때 한국에서 트럼프의 인기는 매우 높았다. 전 세계가 트럼프를 싫어했지만, 한국만은 예외였다.     


그러나 남북한 평화의 꿈은 얼마 가지 않았다. 트럼프를 둘러싼 매파들은 한반도의 평화를 원하지 않았다. 특히 국무장관 폼페이오는 물론 국가안보보좌관 존 볼턴이 격렬하게 막았다. 그래서 천하의 트럼프도 노벨 평화상을 포기하더라도 무리할 필요는 없는 노릇이었다. 트럼프가 변심하자 한반도의 상황은 급격히 변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는 경제적으로도 하강하기 시작했고 코로나19 사태 직전까지 정권의 위기로 치닫게 되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었고 총선에서 180석이라는 대승을 거두어 전세가 역전된 것이다. 그러나 경제적 어려움을 피부에 느끼며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경제적 빈부 격차의 심화로 야기된 국민의 반발로 정권 교체가 이루어지고 만 것이다.     


트럼프에게 완전히 물먹은 한국으로서는 트럼프 재선은 결코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더구나 북한은 남한을 배제하고 미국과 직접 교류할 의지가 더욱 커진 상황에서 남한은 더욱 배제될 것이 분명하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은 북한과 교류할 때 남한을 배제하고 러시아를 중간에 넣으려는 생각이 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구나 현재 남한이 북한과 일전 불사를 외치는 상황에서 한반도 평화 문제 해결에 남한을 끼우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만약 트럼프가 러시아를 직접 거간꾼으로 삼기가 여러 가지로 껄끄러우면 대타로 일본이 나설 것이다. 북한은 현재 남한을 주적으로 삼고 전의를 불태우고 있지만 일본에 대해서는 대단히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래서 트럼프는 북한 문제 해결에 러시아와 더불어 일본 카드를 활용하게 될 것이다. 그 어떤 경우에도 북한은 남한 패싱 전략을 수립하고 한반도 문제 해결에 독자노선을 착실하게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극단적인 대립을 하는 남한과 억지로 화해의 모양새를 가지기보다는 러시아와 일본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 많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략 물자가 부족한 러시아는 북한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뉴스를 보니 컨테이너로 6,000개 가까운 분량의 무기가 북한에서 러시아로 ‘수출’되었다고 한다. 수백만 발의 포탄과 미사일을 러시아에 공급했다는 것이다. 통상 전쟁에 대비해서 무기를 3개 월, 정도 사용할 수 있는 양을 보유하는 관행을 볼 때 이는 북한의 무기 생산량이 얼마나 되는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지표다. 더구나 북한이 자랑하는 초음속 미사일도 러시아에 제공했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최신 무기까지 실험하는 좋은 기회로 삼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엄청난 양의 무기를 러시아에 제공하고도 남한에 대해 적화통일을 스스럼없이 말하는 김정은의 언행을 보고 수구 신문은 공갈·협박이라는 한심한 분석 아닌 분석을 해대고 있다. 북한은 스스로 강성대국을 천명하면서 수십 년 동안 군사 대국이 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 온 나라다. 그런 나라의 무기가 허접하다면 러시아가 도입할 리가 있겠는가? 


물론 남한도 폴란드를 우회하여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공급한 바가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남북한의 무기 경연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전장에 투입되는 무기의 양과 질을 볼 때 북한이 앞선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여러 언론이 이야기하는 대로 이제 북한은 중국에만 의존하던 기존의 관행에서 벗어나 러시아와 적극적인 친교를 모색하는 중이다. 소문으로는 푸틴이 곧 북한을 방문할 것이라고 한다. 과거 김일성과 김정은이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로 잇속을 챙기던 것을 그의 손자인 김정은이 따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북한은 남한을 주적으로 선언하고 전통적 우방인 중국과 결속을 유지하면서 러시아와도 친밀한 외교 전을 펼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와 북한이 다시 외교 전을 펼치게 되면 과거 문재인 정부와는 달리 윤석열 정부는 패싱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김정은이 남한을 주적으로 선언했듯이 윤석열 정부도 북한을 주적으로 삼는 데 주저함이 없기 때문이다. 서로 대화의 물꼬를 틀 가능성은 이제 제로에 가까워졌다. 더 이상 한 민족 한 국가가 아닌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는 북한에 접근할 때 북한을 주적으로 여기는 남한을 패싱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어차피 남한은 전통적으로 미국의 외교 정책에서 종속 변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권은 오로지 국내의 권력 싸움에 눈이 멀어서 ‘빨갱이 딱지 붙이기’ 놀이에 더해 ‘북한 주적론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 남한 단독으로는 북한과의 전쟁을 벌여서 전혀 승산이 없다. 전작권도 없는 데다가 북한이 자랑하는 핵무기나 초음속 미사일에서도 북한에 크게 뒤진다. 그런데도 마치 당장 북한과 일전을 벌일 것처럼 선전·선동을 가속하는 것은 오로지 총선에서 보수 진영의 이탈을 막기 위한 전략일 뿐이다. 전형적인 소탐대실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군비 축소를 추진할 것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남한에 주한미군 유지비를 더 요구할 것이다. 지난번 트럼프는 5배를 요구했다. 이번이라고 다를 리가 없다. 그리고 주한미군 철수도 다시 요청할 것이다. 그렇다면 남한은 북한과 대등한 군사 전력을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전작권을 한국군이 가져야 한다. 그리고 미국이 아니라 남한이 주도하고 미국이 보조하는 군사력 재편이 이루어져야 한다. 다시 말해서 핵무기와 핵잠수함은 물론 항공모함까지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말이 핵무기이고 핵잠수함이지 그것을 언제 만들고 실전에 배치한다는 말인가? 게다가 항공모함까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저 뚝딱 만들기만 하면 되는 것이 그런 최신 무기가 아니다. 달에 착륙선을 보내고, 우주 기지를 유지하고, 초음속 스텔스기를 만들고 항공모함도 계속 건조 중인 중국도 여전히 무기 실전 배치에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제 시작도 안 한 한국이 무슨 수로 그런 무기를 척척 만들어 전쟁에 활용한다는 말인가? 국가 안보는 애국 시민이 시청 앞에 뛰어가서 성조기를 흔든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더구나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보호무역주의의 기치를 올릴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된다면 한반도의 정세는 급격히 바뀔 것이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트럼프의 재선에 대해 고민은커녕 관심도 없어 보인다. 정말로 어쩌자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다 천인공노할 도사의 도술에 맡기면 그만인가? 답답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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