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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Mar 15. 2024

조국 대표의 바람이 ‘화풍정’으로 귀결될 것인가?

Stupid! 문제는 ‘김건희 리스크’ 뿐이다.

조국혁신당의 인기가 문자 그대로 욱일승천 중이다. 그 반작용으로 한동훈의 존재감이 줄어들기 시작하고 있다. 한 달 전만 해도 한동훈 바람이 불어오면서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그가 무너지고 있는 윤석열 정권의 구세주나 되는 듯 조·중·동을 중심으로 언론이 한비어천가를 매일 불러대다시피 했다. 그리고 처음에는 뭔가 보여주는 줄 알았다. 그러나 지난 한 달여 동안 한동훈이 한 것이라고는 오로지 ‘이재명 씹기’ 밖에 없었다. 물론 처음에 결정적인 차별화의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김건희 리스크’의 김 자도 꺼내지 못하는 윤석열 아바타로서의 본질이 드러나면서 그의 인기가 거품이었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하는 중이다.   

  

더구나 그의 언행은 윤 대통령의 오만방자를 그대로 모방하면서 윤석열 아바타일 뿐이라는 세간의 평을 스스로 증명해 보였다. 한동훈은 당대표도 아니고 비대위원장인데 이재명 대표를 이재명 씨라고 부르고 조국 대표를 조국 씨라고 불러댄다. 이런 오만방자함이 자신을 높여준다고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한국은 여전히 유교적 전통이 남은 사회다. 그런데 이제 50살이 된 구상유취의 한동훈이 자기보다 나이도 많고 학교도 정치도 선배인 이들을 그런 식으로 불러대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 결국 부메랑이 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한국의 헌법과 일반 하위법 어디에도 윤석열을 반드시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불러야 하고 김건희를 김건희 여사로 불러야 한다는 조항이 없다. 그런데 윤석열과 김건희에게는 극존칭을 써가면서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를 씨라고 부르는 건방짐이 결국 총선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사실을 한동훈 자신만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조국 대표의 등장 시점이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는데 이제 와 보니 정말로 매우 절묘했다. 그리고 조국 대표가 들고 나온 ‘지민비조’ 전략은 그동안 고구마 먹고 물 안 마신 체증을 느끼던 진보 진영에 사이다를 선물한 모양새가 되었다. ‘분노’는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된다. 윤석열 정권이 등장하자마자 국민 대다수가 등을 돌린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고 싶지만, 몸조심만 하는 것으로 보이는 민주당을 완전히 믿기에 뭔가 맘이 찜찜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조국 대표가 갑자기 등장한 것이다. 그런데 등장 8일 만에 당원 10만 명을 모으고 문자 그대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말 그대로 이제 wind of change,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스콜피언스가 부르는 노래가 들리는 듯하다.     


나는 여전히 개인적으로는 조국 대표를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 그는 분명히 ‘강남좌파’다. 그리고 조민과 관련된 사달에는 불법적인 요소가 있다. 비록 윤석열 검사가 검찰총장이 되고 대통령이 되기 위해 ‘조국 패밀리’를 이용한 것에 비해서 그 죄가 덜하다고 해도 죄는 죄다. 그러나 총선을 한 달도 안 남긴 이 시점에서 조국 대표의 죄를 묻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조국 패밀리는 그의 팬덤이 주장하는 대로 대가를 치렀다. 정경심의 기소, 구속, 재판, 판결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이 조·중·동을 중심으로 한 수구 언론의 요릿감이 되면서 조국 패밀리가 난도질당했고 핵심 인물인 조민은 고졸이 되어가는 중이다. 조국 패밀리의 팬덤이 주장하는 대로 it’s enough! 이제 고마해라! 할 정도에 이른 것이다. 그리고 조국 대표의 출마 이유에 복수심이 있을 것은 당연한 일이다. 조국 대표가 도를 닦는 신선도 아니고 수난을 당하고 십자가에 순교할 예수도 아닌 바에야 윤석열 정권에 대한 개인적 분노를 표출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제 조·중·동을 중심으로 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협력 방해, 그리고 무엇보다 직접적으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이간질 획책이 최고조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조·중·동도 어쩌지 못하는 것이 민심이다. 민심은 김수영 시인이 갈파한 대로 풀잎과 같다.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고 바람이 그치기도 전에 일어나는 것이 바로 민심이다. 이제 갑자기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그래도 꿈쩍 않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김건희 리스크’다.     


김여사는 작년에 ‘디올 백 사건’이 난 후에도 12월 네덜란드를 방문하여 외국 바람을 쏘이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태의 심각성이 통제 수준을 넘어서자, 그 이후 두문불출하고 있다. 작년 12월 이후 김여사의 얼굴은 언론에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그 와중에도 뒷소문은 계속 퍼졌고 이제 새삼 김여사가 언론에 노출되면 오히려 국민의힘에 최대의 악재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김건희 리스크’를 호미로 막을 시기를 놓쳤고 이제는 가래로도 못 막는 형국이 이어지고 있다. 한동훈도 이를 갈파해서 지역구는 고사하고 비례대표도 안 나온다고 일찌감치 선언했다. 총선에서 폭망 하면 튈 준비가 끝난 것이다. 총선에서 지더라도 책임질 장수가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과연 국민의힘이 살아날까? 당연히 살아난다. 경상도와 강남은 맹목적 지지층의 역할을 충실히 해낼 것이니 말이다. 지난 두 달 동안 총선 전망이 출렁였지만, 오늘 민주당이 예측한 대로 야권이 총선에서 더 많은 과실을 수확하게 될 것은 거의 분명해 보인다. 다만 그 격차가 얼마나 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진보 진영이 바라는 대로 200석이 넘어가면 많은 이들이 바라는 탄핵 정국이 바로 이어질 것이다. 조국 대표의 등장이 그것을 잘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탄핵의 격랑이 몰아치면 진보 진영에서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지지층 사이에 의견 대립이 일어날 것이다. 조국 대표의 소망대로 탄핵이 성립하고 2024년 말에 대선이 다시 치러지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당연히 지금 바람을 타기 시작한 조국 대표의 앞길이 열리게 된다. 비록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남아 있지만 조국 패밀리가 이미 충분히 벌을 받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조국 대표에 대한 부정적 의견은 극우 세력 진영의 일부에 머물게 될 것이다.    

 

조국 대표의 성공적인 출발의 요인은 무엇보다 조국 대표에 대한 국민의 측은지심이 큰 것에 있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그 측은지심은 여전히 여권의 최대 골칫덩어리가 되고 있는 ‘김건희 리스크’로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이른바 ‘쥴리 사달’에서 시작하여 성형, 학력, 경력 위조 논란과 도이치 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을 거쳐 최근의 디올 백 수수 사달에 이르기까지 비리 종합 선물 세트를 만들고 있는 김여사를 무조건 감싸고돌면서 국민의힘 공천혁신과 김건희 특검법을 맞바꾸는 윤 대통령의 김여사에 대한 ‘묻지 마!’ 감싸기가 조국 패밀리에 대한 국민의 증오를 무력화시킨 것이다.     

 

여기에 더해 언론을 본격적으로 타기 시작한 조국 대표의 개인적인 매력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한동훈의 버르장머리 없는 쌈닭 같은 말투와 행동과 크게 대비되는 논리 정연한 말투와 겸손한 태도, 그리고 윤석열 정권에 대한 직설적인 비판이 윤석열 정권에 대해 분노하거나 무관심한 70%에 이르는 국민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이제 총선이 불과 30일도 안 남은 상황에서 이런 신선한 바람이 불면서 조국 신드롬을 일으키는 상황이 도래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반전을 막는 길은 오로지 하나다. 바로 ‘김건희 리스크’를 털고 가는 것뿐이다. 그동안 한동훈을 내세워 뒤에 숨는 전략을 고수해 왔지만, 이제는 한동훈의 원맨쇼로 대세를 전환하는 것이 불가능할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단 열흘 만에 벌어진 대반전이다. 그러나 이러한 판세를 다시 뒤집기 위해서 과연 마지막이자 지금까지 끈질기게 여권을 괴롭혀 온 ‘김건희 리스크’를 과연 국민의힘이 털 능력과 용기가 있을 것인가? 설사 윤심의 격노를 극복하고 ‘김건희 리스크’를 털기로 했다고 해도 어느 정도 털지를 결정하는 것은 문자 그대로 고양이 목에 방울 다는 일보다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 뻔하다. 그에 관한 논의를 하다가 ‘김건희 리스크’ 털기는 시작도 못 할 것이 뻔하다. 인제 와서 건드린다면 ‘김건희 리스크’는 마치 판도라의 상자처럼 무한한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오게 될 것이다. 너무 늦었다. 진작에 털고 갔어야 하는 것이니 말이다. ‘김건희 특검법’을 사장하기 위해 공천 개혁도 포기한 마당이니 다른 선택지가 국민의힘에는 남아 있지 않다.  

    

그런데 단 열흘 전만 해도 정국이 이렇게 급변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 그러니 열흘도 아닌 한 달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기 힘든 법이다. 그래서 주역 단사점으로 괘를 뽑아 보았다. ‘천풍구’ 괘가 나왔다. 5효가 동하여 ‘화풍정’으로 귀결된다. 정은 사람들을 배불리 먹이는 밥솥을 말하는 것이니 조국 대표가 국민의 갈망을 충족시킨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 결국 이번 총선에서 사람들의 인기를 얻어 하늘을 감동시킨다는 말 아닌가? 그야말로 만사형통의 괘다. 특히 남쪽에서 길하니 호남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다는 말인가? 뜻밖에 영남에서도 상당한 득표가 예상된다는 뜻도 되겠다. 물론 점은 본시 미신이니 그저 참고만 할 뿐이다. 그러나 단사점이 말해주는 대로라면 이번 이재명 대표와의 콜라보에서 조국 대표가 더 큰 덕을 본다는 말이 된다. 한 달 안에 결과가 나올 것이니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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