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바람에 대한 기억을 소환하고 있다.
조국 대표가 창당하여 이끄는 조국혁신당의 바람이 드세다. 많이 당황한 수구 언론들이 입을 모아 맞바람을 불어대지만, 아무 소용이 없는 모양새다. 사실 방어 전선을 형성하기에 너무 늦었다. 총선이 한 달도 안 남았으니 말이다. 게다가 한동훈 신드롬이 완전히 식어버린 다음에 뭔가 흥밋거리를 기다리던 관객 앞에 나타나서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조국 대표의 행보를 천하의 조·중·동도 따라갈 재간이 없어 보인다. 마치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이 써먹은 Blitzkrieg, 곧 전격작전을 방불케 하는 모양새다.
수구 언론들이 기껏 내미는 카드가 20대의 지지율이 적다는 것이다. 그런데 20대 지지율 0%라는 말도 안 되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갤럽조차 표본집단의 대표성에 문제가 있다고 고백했는데도 불구하고 수구 언론은 20대 전체가 조국 대표를 거부한다는 가짜뉴스 생산과 배포에 여념이 없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조선일보>는 아예 조국 대표를 절대적으로 지지하는 40~50대를 싸잡아 비난하는 “누릴 거 다 누리고 깨어있는 척… ‘진보 중년’을 아십니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버젓이 싣는 만용을 부린다.(링크: https://www.chosun.com/national/weekend/2024/03/23/WBTKY62BGBATVKJN62ZRCSKKEQ/) 정말로 많이 당황한 모양이다. 이 기사에서 인용한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조국혁신당에 대한 지지가 20대는 0%, 70대는 1%에 불과하다. 한국의 20대와 70대의 머리 구조가 같다는 말인가? 그런데 40, 50대는 각각 11%와 14%의 지지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 기사를 쓴 <조선일보>에서 밥 빌어먹는 정시행은 60대도 8%에 이른다는 숫자에 대해서는 꿀 먹은 벙어리다. 60대의 국민의힘 지지율이 50%에 이르는 상황에서 나온 8%라는 수치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결국 한국 사회의 중추 연령대인 40~60대가 골고루 조국혁신당을 지지하고 있다는 말이다.
현재 한국의 20대는 619만 명에 ‘불과’하다. 그에 비해 40대는 792만 명, 50대는 869만 명이다. 투표율도 높다. 정시행이 제대로 민심을 반영하지도 못한 한국갤럽의 숫자를 가지고 장난을 쳐도 대세는 막을 수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겁이 난 수구 언론이 연일 20대의 회심을 막기 위해 혈안이 된 것이다. <뉴스1>이 “"해외 뉴스 같다"…'조국혁신당 돌풍'에 당황한 20대”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면 그 타는 속내를 알 수 있다.(링크: https://v.daum.net/v/20240324144559910?f=p) 20대 마저 조국 대표가 일으킨 바람에 휩쓸려 간다면 이번 총선에서 야권이 200석을 넘기지 말라는 법이 없으니 말이다.
사실 동서로 극명하게 갈라진 한국의 정치 지형은 처음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동쪽인 경상도와 강원도를 합친 73석은 대부분 보수 정당의 독차지였다. 서쪽인 전라도와 제주도를 합해도 31석에 불과하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이 먼저 두 점 깔고 시작하는 국면이다. 나머지 수도권과 충청도의 150석 가운데 진보 진영이 102석을 먹어야 겨우 ‘똔똔’이 된다. 국민의힘은 3분의 1만 먹어도 탄핵 정국을 막을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비례대표 46석을 나누어 먹는데도 늘 힘겹다. 정당 득표율에서 반타작하는 것이 만만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보 진영은 선거 때마다 바람을 일으켜야만 했다. 그 바람에 실려 이른바 중도층을 진보 진영으로 끌어들여야만 승리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김대중, 노무현도 그 ‘바람’이 아니었다면 승리할 수 없었다. 박근혜를 무너뜨린 계기가 된 20대 총선도 사실 새누리당이 이른바 옥새 파동과 같은 사달로 분열되지 않았으면 민주당이 승리할 수 없었다. 민주당이 대승을 거둔 21대 총선도 사실 문재인 정권 심판의 성격이 강해서 민주당이 힘들 뻔했으나 ‘코로나 사태’라는 뜻밖의 사건으로 전세가 역전된 것이다. 이 또한 바람으로 볼 수 있다. 이번 22대 총선에서는 원래 ‘김건희 리스크’의 덫에 걸린 국민의힘이 완패할 것이 예상되었다. 그러다가 한동훈이 등장하면서 바람이 보수 진영으로 불었다. 그러나 그 바람은 한 달 만에 가라앉았다. 그런 데다가 갑자기 몰아친 ‘조국의 바람’으로 기세가 다시 완전히 진보 진영으로 넘어왔다.
과연 이런 ‘조국의 바람’이 4월 10일까지 계속 불 것인가? 현재의 추세라면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 더구나 윤석열도 이재명도 싫은 이른바 중도층 가운데 진보 진영을 자처하는 40~50대가 ‘조국의 바람’을 타고 있는 상황에서는 국민의힘에서 결정적 반격 카드를 내밀지 않는 한 추세를 바꿀 수는 없어 보인다. 게다가 보수 진영은 전혀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김건희 리스크’라는 아킬레스건이 있는 데다가 기자 허벅지를 회칼로 뜨겠다는 자를 날리고 채상병 사건 주역을 해외로 날리면 어찌 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달이 일어나서 우왕좌왕하고 있다. 내부 대오를 갖추는 데도 벅찬 상황인 것이다. 그래서 진보 진영에서는 200석 돌파와 탄핵 정국을 꿈꾸는 이들도 다시 생겨나고 있다.
물론 탄핵 정국이 수립되면 최고의 수혜를 입는 것은 당연히 조국 대표다. 그러나 200석은 현재로 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정당 지지율을 보아도 비례대표 의석의 절반은 국민의힘이 가져갈 것인데 콘크리트 층의 지지를 받는 73석에 비례 23석을 더하면 96석이다. 여기에 강남과 충청도에서 5석만 더 건지면 탄핵 저지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물론 ‘조국의 바람’이 힘차게 불어 비례대표를 20석을 가져가고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8석씩 가져가는 기적이 일어나면 총선 이후 탄핵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진행될 것이다. 더구나 조국혁신당이 20석 이상을 얻어 교섭단체를 구성할 정도에 이르면 정국을 조국 대표가 완전히 주도하게 될 것이 뻔하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이 22대 총선과 마찬가지로 180석을 얻는다면 문자 그대로 환상의 콜라보가 이루어질까?
당장 그래 보이지는 않는다. 권력은 나누어 가질 수 없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공든 탑을 조국 대표에게 선선히 넘길 리가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에 여전히 남아 있는 친문 세력이 과연 누구를 밀 것인지도 지금은 알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윤석열 탄핵이라는 공동 과제를 중심으로 뭉칠 것은 분명하지만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에 따라 결과는 전혀 달라질 것이다. 현재 조국 대표는 공공연히 윤석열 개인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고등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마당이라 물러설 곳이 없다. 재판에 연루된 것은 이재명 대표도 마찬가지이지만 아직 아무런 결과가 안 나왔기에 조국 대표보다는 여유가 있다. 다시 말해서 보수 진영에서 타협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말이다. 사실 국민의힘의 입장에서는 조국 대표가 정국을 주도하게 된다면 심하게 다칠 것이 뻔하다. 그리고 조국 대표가 주도권을 쥘 경우 이재명 대표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만약 야권이 200석을 넘기게 된다면 정국은 문자 그대로 요동칠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런 정국의 높은 파도를 국민이 견뎌낼 수 있을까? 더구나 윤석열 정권 들어 악화한 국제 정세와 국내 경제, 그리고 전혀 해결되지 않은 ‘김건희 리스크’가 뒤엉킨 상황에서 탄핵 정국이 수립되면 혼란은 극에 달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지금 부는 ‘조국의 바람’이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하는 세력이 단지 수구 세력과 그들의 앞잡이 언론만이 아닐 것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견제 세력의 움직임이 물밑에서 이미 시작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일단 정국은 ‘조국의 바람’을 맞고 있는 형국이라 아직은 고개를 숙이고 있는 중으로 보인다. 과연 4월 10일 전에 ‘조국의 바람’에 부담을 느끼는 이들의 반발이 어느 정도 있을지가 이번 총선의 향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리고 총선 후에 일어날 주도권 싸움에서 누가 승기를 잡느냐에 따라 정치판만이 아니라 한국의 미래도 크게 좌우될 것이다. 그런데 그런 여러 리스크가 예상되더라도 현재 불고 있는 ‘조국의 바람’이 싫지만은 않다. 지난 2년간 너무 어처구니없는 비리 종합세트인 ‘김건희 리스크’만이 아니라 ‘바이든 날리면’을 비롯하여 이태원 참사, 채상병 사달, 회칼로 기자 허벅지 찌르기에 이르기까지 하루도 편할 날이 없이 고구마 먹고 나박김치 국물 안 마신 것 같은 답답증과 울화가 치밀고 있던 참이라 말이다. 바람아 불어라. 변화의 바람아 불어라. 시원하게 불어라. 노래라도 부르고 싶다. 스콜피언스의 노래 가사 일부가 떠오른다.
The future's in the air
Can feel it everywhere
Blowing with the wind of change
Take me to the magic of the moment
On a glory night
Where the children of tomorrow dream away (dream away)
In the wind of change
4월 10일 저녁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가 열리는 변화의 바람이 힘차게 일어나는 영광스러운 밤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운 노무현의 바람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