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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Jul 05. 2024

김여사의 '죄'를 묻는다고?

죄인은 따로 있다.

김여사를 둘러싼 논쟁이 점입가경의 지경에 이르고 있다. 뉴스를 보니 김여사가 한동훈에게 자기를 둘러싼 추문에 대해 공개로 사과할 의도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음에서 한동훈이 ‘읽씹’을 해서 김여사가 남편처럼 분노했다는 소식이 나온다. 이제는 한동훈마저 자신의 권력을 위해 김여사를 이용하는 지경에 이른 모양이다. 아마 주변에서 한동훈과 윤 대통령 차별화를 위해 수작을 부리기 시작한 모양인데 애꿎게도 김여사가 또 희생양이 되는 모양새다.     


사실 세간에 퍼진 풍문으로는 윤 대통령이 아내를 잘못 만나 이 고생 중이라는 말이 널리 퍼져 있지만 실제로 타격을 입은 것은 김여사다. 이제 한국에서 김여사는 온 국민의 밉상이 되어 버렸다. 세간에서 김여사는 출신 성분, 학력, 경력, 얼굴이 보잘것없는 데다가 ‘과거’가 의심스러운 여자가 서울대 법대 출신 검사를 만나 팔자가 완전히 바뀐 여자로 여겨지고 있다. 게다가 그런 과거가 의심스러운 여자를 철저히 보호하는 윤 대통령을 지고지순한 순정남으로 여기는 의견까지 널리 퍼져 있다. 그런 윤 대통령을 철저히 이용해서 김여사가 사리사욕을 채우고 있다며 모든 잘못을 김여사에게 돌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나도 처음에는 김여사가 문제가 많다는 의견에 동조했었다. 그러나 상황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내 초기 판단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런 결론에 이르게 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김여사의 ‘과거’가 한국 사회에서는 그리 크게 비난받을 일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현재 김여사를 둘러싼 비난에는 구체적으로 드러난 실체가 없다. 그러나 언론에 회자하는 것만 정리해 보아도 여러 가지다. 무엇보다 김여사의 학력 세탁 과정의 문제. 경력 위조 문제가 제기된다. 그리고 도이치 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을 둘러싼 불법적인 주식 부당 거래 문제도 제기된다. 또한 지극히 사적이지만 성형 관련 추문과 ‘과거의 남자들’에 대한 추문도 매우 구체적인 정황과 더불어 제기된다.     


김여사를 둘러싸고 제기된 이런 소문들의 진위는 이제 시간이 지나면 밝혀질 것이니 굳이 따질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런데 그 모든 소문이 사실로 밝혀진다고 해도 과연 김여사가 죽을죄를 지은 것인지 모를 일이다. 하나씩 살펴보자.     


먼저 김여사의 학력 세탁 문제를 보자. 언론에서 이미 밝힌 대로 숙명 여대의 석사 논문과 국민대의 박사 논문의 질이 현저히 낮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내가 국회 도서관 자료실에서 직접 내려받은 두 글을 읽어본 입장에서도 다른 전문가들이 내린 그런 의견과 일치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학교의 석박사 논문 가운데 그 수준이 김여사의 것을 조롱할 만큼 표절과 내용에서 부끄럽지 않은 것이 과연 얼마나 될까? 김여사에게 자신만만하게 돌을 던질만한 석·박사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나 자신도 한국에서 석사를 하고 독일에서 박사를 한 사람이라고 이른바 ‘이 바닥’의 정서를 어느 정도 알고 하는 말이다. 사실 한국 사회에서 이른바 ‘남들 다 하는 일’이다.      


다음으로 경력 위조다. 이런저런 강사를 하면서 제출한 이력서에 경력을 허위로 기재한 부분이 많다는 추문이 있는데, 이력서 쓰면서 다소간의 부풀리기를 안 해본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김여사가 강의한 대학이 한림성심대, 서일대, 수원여대, 안양대, 국민대 정도인데 한국 사회에서 뭐 그리 대단하게 내세울 만한 학교도 아닌 데서 강의하기 위해 이력서 조작을 한 것이 파렴치한 중범죄인 것처럼 떠드는 사람들이 안 되어 보일 정도다. 물론 논문 표절만큼이나 이력서 위조는 사문서위조의 범죄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다소간의 차이는 있지만 이 정도 속이는 일은 다반사 아닌가? 이 또한 한국 사회에서 ‘남들 다 하는 일’이다. 특히 출세에 목을 매는 이들의 경우에 말이다.      


그다음으로 도이치 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추문을 보자. 여러 자료를 보면 김여사가 주가 조작에 가담한 정황이 분명해 보이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솔직히 그 정도 조작은 한국 주식 시장에서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 아닌가? 그리고 이런 주가 조작에 증권사들이 걸려도 미미한 처벌에 그친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그런데 김여사만 마치 전대미문의 천하의 못된 주가 조작범인 것처럼 몰아붙이는 것은 조금 지나쳐 보인다. 이 또한 한국 사회에서 돈 좀 만진다는 이들 사이에서는 ‘남들 다 하는 일’이다.     


끝으로 성형과 ‘과거의 남자’에 관련된 추문을 보자. 솔직히 한국 사회에서 성형, 특히 여자의 성형은 이제 특별히 입에 담을만한 일도 아닌 것이 된 지 오래다. 그래서 흔히 하는 말로 한국 여자를 비하하면서 하는 말에는 한국 여자는 성형한 여자와 성형할 여자로 나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성형 공화국이라는 말이 더 이상 부끄러운 것이 아닌 세상이 되었는데 왜 김여사의 성형만 물고 늘어져야 하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김여사의 과거의 남자에 관련된 추문도 그렇다. 김여사가 남자를 몇 명을 사귀든지, 결혼을 몇 번 하든지, 심지어 간통을 몇 번 하든지 다 ‘성적 자기 결정권’의 범주에 속하는 일이다. 지극히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일인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들추어내어서 인격적 모독을 가하는 일을 언론만이 아니라 정치인들도 서슴지 않고 있다. 여자가 남자를 사귄 것이 무슨 큰 잘못인지 나는 정말 모르겠다. 여자는 처녀로 있다가 단 한 명의 남자만 만나서 그와 평생을 해로하는 것이 대단한 덕성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우리나라가 유대교나 이슬람교 국가나 과거 기독교 국가라도 된다는 말인가? 이런 사적인 문제를 물고 늘어지는 것은 페미니즘에 앞서 인권 침해의 요소가 다분한 짓이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여자가 성형하고 이 남자 저 남자 사귀고 실컷 엔조이하다가 시집가는 것은 ‘남들 다 하는 일’이다.     


간단히 살펴본 대로 김여사는 한국 사회에서 남들 다 하는 일을 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그런 김여사를 언론이 특히 ‘정적’이 물고 늘어지는 이유는 단 하나다. 윤 대통령의 아내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여사를 둘러싼 추문이 모두 사실로 드러난다고 해도 결국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는 정치 싸움의 희생물이 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여사의 추문은 모두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법을 어겼다면 사문서위조나 주가 조작 사기 정도의 민사 사건의 대상이 되어 재판을 통해 벌금 정도의 처벌을 받을 수 있는 ‘가벼운’ 범죄다. 그런데도 현재 ‘김여사 리스크’는 한국 사회 전체를 흔드는 대형 사건으로 확대 재생산되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이 문제를 만들고 더 확대한 윤 대통령의 책임이 없을까?     


내가 보기에 김여사 리스크의 가장 큰 피해자인 것처럼 보이는 윤 대통령이야말로 이 추문의 가장 큰 수혜자다. 사실 ‘김여사 문제’를 처음부터 인정하고, 사과하고 넘어갔으면 김여사 리스크가 이 정도로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마치 지고지순한 애처남인양 김여사를 둘러싼 모든 추문을 부인하고 김여사 ‘커버 치기’에 모든 정성과 노력을 기울이는 남편의 모습을 대중에 각인시키는데 성공을 거두었다. 그래서 비록 윤석열 정권이 무능하여 지지율이 20%대 초반으로 떨어졌지만, 특히 여자들 사이에서 윤 대통령은 아내 사랑이 지극한 순정남으로 간주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여사에 대한 사회적 증오와 분노만 증폭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런데 과연 윤 대통령의 김여사 감싸기가 아내 사랑이라는 지극히 사적인 감정에서만 촉발된 것일까? 개인적으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윤 대통령 자신의 ‘비리’와 ‘추문’에 관한 소문도 자자하다. 그러나 김여사 스캔들이 워낙 황색 언론이 다루기에 좋은 이슈들로 넘쳐서 윤 대통령의 것이 가려지는 효과가 발휘되었다. 그래서 어느 모로 윤 대통령은 자신의 추문을 감추기 위해 김여사 추문을 키운 것처럼 보일 정도다. 사실 탄핵과 같은 법률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김여사는 대상이 되지 못한다. 김여사는 윤 대통령의 아내이기는 하지만 민간인이기 때문이다. 현재 김여사는 법적으로 아무런 공직이 없는 평민이다. 그런 자가 저지른 일은 형사적인 재판의 대상이 되기 어려운 것이다. 김여사가 아니라 윤 대통령의 ‘과거’, 특히 검찰 시절과 대통령 시절의 스캔들이 탄핵의 대상이 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과도할 정도의 김여사 커버 치기로 오히려 김여사의 스캔들이 부각되어 버리고 말았다. 깊이 생각해 보니 이런 상황 전개는 윤 대통령의 고도의 정치적 계산의 결과라는 느낌이 온다. 물론 나의 느낌이다.   

   

세간에서는 윤 대통령의 지력을 문제 삼는 말들이 돈다. 저런 사람이 어떻게 서울대 법대를 나왔냐는 말들도 많다. 그러나 서울대 법대를 나와서 상식적이지 않은 언행을 한 것이 어찌 윤 대통령뿐이란 말인가? 최고의 천재라는 원희룡이나 서울대 법대의 꽃이었다는 나경원이나 차기 주자를 노리고 권토중래 중인 한동훈이나 다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윤 대통령이 특별히 이상하지 않다는 말이다. 모두 한 머리 하는 사람들이다. 특히 자기의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하는 똑똑한 이들이다. 그런 윤 대통령이 과연 아내에 대한 순정 하나만으로 김여사 리스크를 키웠다고? 서울대 법대 출신을 너무 우습게 보는 생각일 뿐이다.    

 

이런 상황 판단을 해볼 때 현재 김건희 리스크의 최대 피해자는 바로 김여사 자신으로 보인다. 그래서 김여사에 대한 측은지심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이런 나의 판단을 오해할 사람이 차고도 넘칠 것이지만 분명히 김여사는 ‘똑똑한’ 남자들이 지배하는 한국 정치판에서 희생당하는 ‘헛똑똑 한’ 여자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내 판단이 맞는지는 두고 볼 일이다. 곧 정치판이 탄핵 정국으로 흐르면 사실이 드러날 것이니 말이다. 지독히 남성중심주의적인 한국 사회에서 또 다른 여성 희생자가 만들어지는 것으로만 보일 뿐이다. 이미 썩을 대로 썩은 한국 사회에서 잘 적응해 살아가는 이들 가운데 자신 있게 김여사에게 돌을 던질 자격이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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