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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Aug 14. 2024

왜 이종찬 혼자 싸워야 하나?

한국은 이미 일제의 식민지가 되었다.

요즘 이종찬의 활약이 눈부실 정도다. 특별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한국이 일본 식민지화가 가속화되기에 역설적으로 그가 돋보이는 슬픈 현실이 반영되고 있을 뿐이다.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윤석열의 아버지가 일본 장학생으로 공부한 경력이 있기에 현 정부가 왜색을 보이는 것의 뿌리를 찾는 이들도 있지만 이는 논리적 비약이다. 더구나 윤석열은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것이 정설인데 아버지의 친일 정신을 물려받았을 리가 없다. 윤석열의 친일은 자생적이다. 그리고 윤석열만이 아니라 그 측근들의 친일 정서도 자생적이다. 그들 가운데 일본 장학생 출신은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없으니 말이다.     


도대체 왜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를 거친 나라에서 이렇게 친일 세력이 설쳐대고 권력의 중심부에서 얼쩡거리는 것일까? 어떤 이들은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에 일본 피가 섞인 다수의 ‘일본인’들이 한국인인 척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논리를 내세운다. 얼핏 들으면 그럴듯하다. 임진왜란 때 경상도 지역이 7년 동안 일본군의 치하에 있었고 그동안 유린당한 한국 여자의 숫자가 얼마나 많았을 것인가? 당연히 일본 피가 흐르는 아이가 무수히 태어났을 것이다. 36년간 이어진 일제강점기는 더 말할 것도 없지 않나? 생물학적으로 일본인인 자들이 무수히 태어나 한국인인 척 살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숫자를 다 합쳐봐야 얼마나 될까? 5천만 인구 가운데 차지하는 비율은 극히 적을 것이다.      


그렇다면 생물학적 친일 세력만이 아니라 정신적 친일 세력도 이 나라에 존재한다고 보아야 논리적으로 맞다. 그들이 친일에 목을 매는 이유는 일제강점기 시절 친일을 한 조상을 둔 탓도 있을 것이다. 그 당시 고관대작으로 지낸 조상을 둔 자들만이 아니라 말단미직에서 앞잡이 노릇을 한 자들의 후손도 자기 합리화를 위해 친일 정서를 키운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때 이른바 출세한 자들이 있으면 얼마나 될까? 이들 또한 다 합쳐보면 그 숫자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사실 이 두 범주에 속하는 자들은 문자 그대로 한 줌밖에 안 될 것이 분명한데 현재 돌아가는 상황은 이들의 주도로 나라를 일본에 봉헌하는 수준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극소수의 친일 매국노들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들을 지지하는 세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누가 이들을 지지하는가? 당연히 윤석열을 지지하는 30% 정도의 세력이다. 숫자로 따지면 약 1,500만 명이다. 윤석열 정권이 지난 2년 넘게 보여준 실정을 보고도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이 30%의 세력이 있기에 친일 매국노 집단이 맘 놓고 나라를 일본이 바치려는 준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70%의 ‘반일 애국 시민’은 무엇을 하고 있다는 말인가? 한 마디로 무기력증에 빠져 있다. 친일 매국노들이 나라를 공짜로 팔아먹으려고 날뛰고 있는데도 별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사실 할 수 있는 것이 없기는 하다. 친일 세력이 권력을 쥐고 법과 제도를 내세우고 있으니, 일반인이 그에 맞서는 것은 힘든 일이다. 더구나 ‘반일 애국 시민’은 친일 매국노처럼 강력한 연대 전선을 형성하고 있지도 못하다. 가장 큰 이유는 이익 공동체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친일 매국노들은 기득권 유지라는 이익을 위해 견고한 연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반일 애국 시민은 이들과 맞서보아야 개인적 실익이 없다. 그저 우리나라를 우리가 지킨다는 명분만을 지킬 수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실 기득권층에 속하는 이종찬이 이러한 결기를 보이는 것이 거의 기적처럼 보일 뿐이다.     


이종찬은 누구인가?     


명문가 출신이라는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다. 독립운동가 이회영이 친조부다. 독립운동가인 이시영이 종조부다. 삼촌 이규창은 독립운동을 하다가 옥살이를 거듭했다. 그런 집안 출신인 이종찬은 육사를 나와 군인 생활을 하다가 중정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다가 민정당을 창당하여 권력의 중심에 서게 된다. 그러고 나서 4선 의원이 되었다. 나중에 민주당으로 당적을 바꾸기는 했지만, 국정원장을 하면서도 좌익세력 견제의 자세를 버린 적이 없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도 중정에서 호남 인맥을 중용하라는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버텨냈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의 압력에 맞서다가 결국 좌천되고 말았다.  

    

이런 이종찬의 이력을 보면 한국 정치판에서 흔히 내세우는 잣대로 볼 때 결코 좌파가 아니다. 그렇다면 우파인가? 만약 한국의 우파가 친일 매국노들과 결을 같이한다면 그런 의미의 우파는 아니다. 이번 사달에서 볼 수 있듯이 이종찬은 좌파도 우파도 아닌 민족주의 계열로 볼 수 있다. 그리고 현재 한국에는 바로 이런 좌우 이념을 초월한 민족주의자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이종찬이 더욱 돋보이는 것이다. 맘에 안 들면 모조리 빨갱이 탈을 씌우고 집다 린치를 가하는 한국 정치판에서 이종찬과 같은 인물은 매우 독특한 위치에 있다. 그래서 윤석열 정권도 최고 존엄에 도전하는 이종찬이 괘씸하지만, 그를 대적할 만한 뾰족한 방책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찌라시들을 동원해서 여론몰이를 해보지만 여의찮은 눈치다.     


문제는 민주당과 이재명도 이종찬의 결기가 마뜩잖아 보인다는 사실이다. 정권을 재창출해야 한다는 목표를 염두에 두는 상황에서 전선이 갈라져서 민주당의 정체성이 자칫 흐려지는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으로서는 좌우 이념 대립의 패러다임에서 우파 진영을 친일 세력과 동일한 집단으로 몰아세우는 것이 유리하다. 그래야만 그 대척점에 있는 좌파 진영을 자연스럽게 반일 애국 시민의 대표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구도에서 이종찬과 같은 ‘순수’ 민족주의 진영이 색깔을 드러내고 또 다른 정치 세력이 된다면 좌파 진영의 분열은 불 보듯 뻔한 일 아닌가? 그러니 이종찬의 활약이 무조건 반갑지만은 않은 일이다.     


사실 현재 한국 정치판에서 굳어진 좌우 진영 논리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이종찬류의 민족주의 세력의 강화가 절실히 필요하다. 그러나 이는 우익은 물론 좌익도 바라지 않는 일이다. 그래서 이종찬의 활약은 단발에 그칠 공산이 크다.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이 나라를 일본에 바치겠다는 친일 매국노 세력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좌익이 아니라 민족주의인데 그 민족주의를 대표할 세력이 한국에는 전무하다. 그런 와중에 친일 매국노들이 중심이 된 보수 진영이 성조기도 모자라 일장기를 들고 시청 앞으로 달려올 날이 얼마 안 남은 것 같아 기가 막힐 뿐이다. 광복절 행사가 둘로 갈라져 치러지는 초유의 사태를 바라볼 때 이는 망상만이 아니기에 더욱 답답하다. 그래서 고군분투하는 이종찬이 더욱 안쓰럽게 보인다. 이미 일본의 식민지화가 착착 진행되는 상황에서 그가 단기필마로 맞설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저 일본 신사 참배를 해야할 날만 기다려야 하는 것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이승만이 친일청산에 실패한 후유증이 이 정도로 클 줄은 정말 몰랐다. 한국 민족주의는 사실 권력에 눈이 먼 독재자 이승만이 암살한 참다운 민족주의자 백범 김구의 죽음으로 종말을 고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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