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Francis Lee
Aug 18. 2024
17. 혜담 스님과의 인연
이상한 기치료를 받았다.
하루 종일 매달리는 아이를 옆에 두고 블로그를 시작했다. 내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말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나 말동무도 없는 현실에서, 게다가 대인기피증이 있는 내가 선택할 길은 온라인 밖에 없었다. 나의 답답한 속내를 털어놓기 시작한 지 한 달쯤 지나니 꼬리글이 달리기 시작하였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런데 읽어보니 반반이다. 나를 지지하는 사람과 나를 비난하는 사람이 나뉘었다. 이들이 나의 사정을 어찌 안다고 이런 글을 다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누군가와 간접적이나마 대화를 하는 것이 신기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상당히 길고 정성스러운 꼬리글이 하나 눈에 뜨였다. 그리고 그 글쓴이가 내게 혜담 스님을 찾아가 보라고 했다. 그때만 해도 그것이 내 인생의 분수령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누가 자기 운명을 미리 알 수 있겠나.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쪽지글로 받은 연락처로 전화했다. 어느 젊은 여자가 받았다.
“해운 선원입니다.”
“혜담 스님 전화 아닌가요?”
“네 맞습니다.”
해운 선원은 내가 집을 나가서 혼자 찾아간 첫 시설이었다. 아이는 진작 어린이집에 맡긴 터라 부담이 없었다. 낮시간이라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대기실에는 40~50대 여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남편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또 잔소리를 듣기 싫어서였다. 보나 마나 사이비 종교를 믿는다고 비난할 것이 뻔한 일 아닌가? 고루하고 답답한 사람의 충고 아닌 충고가 이제는 질렸다. 이제부터라도 내 맘대로 내 자유를 누려보고 싶었다. 누가 뭐라 해도 내 삶 아닌가?
두 시간 넘게 기다린 끝에 마침내 내 차례가 왔다. 여직원이 안내하는 대로 몇 개의 방을 거쳐 들어간 마지막 방으로 들어가니 혜담이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그의 뒤로 벽에는 태극 팔괘 그림이 걸려있었다.
책상 위에는 내 사주가 놓여 있었다. 여직원에게 미리 알려준 것이다. 혜담 스님이 나를 그윽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나이는 50대 후반? 머리를 밀었기에 가늠이 잘 안 되었다. 나는 그의 눈길을 피해 내 사주가 적힌 종이만 바라보았다.
“보살님. 참으로 고운 얼굴이오. 내 이런 천상의 얼굴을 일찍이 본 적이 없소. 내가 마침내 전생의 인연을 만난 것 같습니다.”
“네?”
사주 이야기를 꺼낼 줄 알았는데 느닷없는 말에 좀 당황스러웠다. 그러고 보니 내 외모에 대한 칭찬을 들은 지가 언제든가?
“감사합니다.”
그런데 그가 다자고짜로 한 마디 한다.
“큰 귀신이 들었구려. 기 치료가 필요하오. 14살 무렵부터 든 큰 귀신이 보살님을 지금까지 괴롭히고 있구려. 이는 질긴 놈이라 긴 치료가 필요하오. 아주 무시무시한 놈이요.”
14살 무렵이면 중학교 때부터 나의 악몽 같은 삶이 시작된 나이 아닌가? 그것을 어찌 알지? 소문대로 영안이 뜨인 분이 분명해 보였다. 그래서 마음이 철렁해지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었다. 드디어 나를 이해하고 구해줄 진정한 구원자를 만난 느낌이었다.
“제가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하나요? 언제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당장 시작합시다.”
그렇게 말하고 나서 그는 향불을 피우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주문을 외우고 나서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내게 다가왔다.
“보살님. 맘을 편히 하고 천장을 바라보고 똑바로 누워보세요.”
그가 손으로 내 몸을 천천히 머리부터 발끝까지 쓰다듬기 시작하였다. 속으로 ‘이것이 기치료라고?’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상하게 그의 손길에 따라 온몸에 전율과 더불어 묘한 극치감이 몰려왔다. 몸이 풀리면서 나도 모르게 신음 소리가 나왔다. 사실 결혼 이후 남편 이외에 남자가 나의 몸을 이렇게 쓰다듬은 것은 생전 처음 있는 일었다. 그러나 조금도 부끄럽지가 않았다. 오히려 이상하게 안도감이 몰려왔다. 그렇게 한참 동안 그가 내 온몸을 천천히 손으로 쓰다듬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말을 했다.
“보살님. 이제 옷을 다 벗으세요.”
당황할 법도 하지만 무엇엔가 홀린 기분으로 나는 스스로 옷을 벗었다.
“속 옷도 다 벗으시오.”
이상하게 거부할 수가 없었다. 나는 완전히 나신이 되어 그 앞에서 누웠다. 갑자기 전에 신앙마을에서 살아계신 하나님 앞에서 옷을 다 벗고 ‘시험’을 보던 생각이 떠올랐다. 이상하게 기시감이 들었다, 그래서 전혀 이 상황이 낯설지가 않았다.
그렇게 기치료를 받는데 그만 깜박 잠이 들었다. 향냄새와 내 몸에 바른 기름의 향기가 나를 취하게 만든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뭔가 압박감이 들어 문득 눈을 떠보니 혜담 스님이 옷을 다 벗고 내 온몸을 누르고 있었다.
“스님 왜 이러시는 거예요?”
“보살님 이것이 기치료입니다.”
좀 이상했지만 견뎌보기로 했다. 그런데 그가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혹시나 해서 몸을 더듬어 보니 아랫도리가 축축했다.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의 완력에 꼼짝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몸부림을 쳐서 그를 밀어냈다.
“스님, 이제 지쳐서 더 못하겠습니다. 그만하고 싶어요.”
“보살님. 이렇게 끝내면 아무 소용이 없어요. 더 해야 합니다.”
“다음에 하겠습니다.”
“믿음을 가지셔야 합니다. 귀신과의 싸움을 하려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러나 이제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데려와야 해서요. 이제 그만 가보겠습니다.”
아이 이야기를 하자 그제야 그가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가 주섬 주섬 승복을 챙겨 입기 시작했다. 나도 옷을 다시 입고 자리에 앉았다.
“보살님. 이것이 우리의 깊은 인연으로 다 이루어진 일입니다. 보살님과 저는 수많은 전생의 인연으로 이렇게 만난 것이에요. 제가 보살님의 깊은 병을 치유하라는 운명을 타고난 것입니다. 앞으로도 이 인연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귀신을 완전히 떨쳐내고 행복한 삶을 이룰 수가 있어요.”
“잘 알겠습니다.”
그렇게 대답하고 나서 그의 방을 신속하게 빠져나와 사무실로 갔다. 그 여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어떠세요?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셨죠? 기치료를 오래 받으셔야 합니다. 오늘 치료비는 300만 원입니다. 카드 결제도 가능합니다.”
순간 정신이 아뜩해졌다. 300만 원? 카드를 사용하면 남편에게 들키게 된다. 남편 몰래 모아 놓은 통장에 있는 돈을 쓰기로 했다.
“계좌 이체 할게요.”
돈을 지불하고 쏜살 같이 해운 선원을 빠져나왔다. 머릿속이 너무나 혼란스러웠다. 갑자기 눈물이 났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정말로 이것이 귀신을 떨쳐버리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났다.
아이를 찾아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이 퇴근하려면 아직도 2~3시간은 있어야 한다. 서둘러 저녁을 준비했다.
아이가 거실에서 노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생각해 보니 정말로 이상한 날이었다. 귀신을 쫓아내는 것이 아니라 귀신에 씐 느낌도 들었다. 일단 샤워를 하면서 정신을 차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팬티를 벗어 냄새를 맡아보았다. 밤꽃 냄새가 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가 나를 범하지는 않았다는 말인가? 분명히 아랫도리가 축축했는데.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첫째를 낳은 후 부부관계를 한 번도 가지지 않았다. 아이가 또 생긴다면 지옥이 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남편은 그런 나를 받아들여 불만을 표출하지 않았다. 가끔 참을 수 없으면 내 위에서 자위를 했다. 그것으로 만족하는 모양이었다. 그때마다 강한 밤꽃 냄새가 났었다. 그리고 그 냄새가 왠지 좋았다. 그러나 부부 관계는 절대로 할 수 없었다. 아이가 생길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너무 컸다.
남편이 퇴근했다. 늘 그렇듯이 나를 안아주고 나서 바로 아이에게 달려간다. 그러고는 아이를 꼭 끌어안고 뽀뽀하고 이야기를 건넨다. 그런 남편을 바라보면서 묘한 욕정이 생겼다. 오늘 밤 그와 잠자리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생리가 가까운 때라 임신의 위험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