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근이 노사모에 대한 기억을 소환했다. 나도 한때 노사모로 활동하면서 그분의 당선을 열망하며 노사모 칼럼니스트로서 온라인에 열심히 글을 쓰고, 노무현 대통령님께서 보내주신 추석 선물과 ‘노무현 시계’를 받은 사람이기에 그 이름을 오랜만에 듣고 보니 감회가 새롭다. 추석 선물은 이미 소비한 지 오래지만, 비록 고장이 났으나 노무현 시계는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님께서 이제는 혼백이 되시어서도 이 나라를 여전히 아끼어 차마 한반도를 떠나지 못하고 계실 것을 확신하는 한 사람으로서 그분을 생각할 때마다 너무나 죄송한 마음이 들기에 문성근의 안타까운 심정을 100% 이해한다.
다음은 그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관련 글 전문이다.
[김어준 비판 놀이, 김어준의 힘을 빼자]
김어준이 겸공에서 김민석 ‘수석’ 최고에게 “매주(?) 나오세요” 했다고 그를 씹는 페북 글을 언뜻 봤다.
이해한다. 파급력이 크니 외면할수는 없고, 자존심은 상하고.
그를 비판하는, 아니 짜증내는 분들을 나도 꽤 만난다. 응답은 늘 같다. “그가 쫌 거칠긴 하지. 그러나 그가 민주진영에 기여하는 바가 크잖아?”
미국에 ‘무브온’이란 민주당 우호적 시민플랫폼이 있다. 클린턴 때 만들어졌고, 오바마 당선에 결정적 기여를 했고, 지금도 활발하단다. 거기선 ‘캠페인’도 하고 ‘모금’도 하고, 민주당후보를 돕는 ‘자봉단’도 구성하고, 열세지역 후보를 지원하러 다른 지역 시민들이 찾아갈 때 그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는 자봉단’도 만들어낸다.
영국의 노동당은 당 안에 4개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었다. 캠페인(청원), 정책생산, 뉴미디어, 커뮤니티(캠페인은 곧 닫았다. NGO와 겹친다고).
이런 온라인 시민정치활동의 원조는 ‘노사모’ 였다. 지금은 없다. 무브온을 보고 영국 노동당은 따라 하고 있지만, 민주당도 조국혁신당도 안한다. 아니 쪼금만 한다. 투표 기능만. 이건 아직 동원일 뿐이다.
그걸 김어준이 혼자 다 하고 있다.
겸공은 ‘뉴미디어’이고, 다스뵈이다는 ‘캠페인(모금)’ 기능을 한다. 스스로 ‘조직(화)’는 안하지만, ”전화해라“, ”자봉단에 드가라“, ”돈 보내라“ 등 온갖 뽐뿌질을 해대고, 늘 SNS를 주시하다가 눈에 띄는 분들을 게스트로 초대해 ‘인재 발굴’도 한다. 지금이야 눈 떠보니 야만국이 됐지만, 한 때 선진국 시절 박태웅을 발굴해 ‘선진국 시대 시민의 자세’를 아젠다로 키우는 짓까지 했다.
그러니 짜증내지 말고, 김어준의 힘을 빼라.
민주진영 또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그런 기능을 키우면 된다.
정당이 안하는(못하는)건, 시민참여 통로를 만든다고 열린우리당 시절부터 몇 번 중앙게시판을 열어봤는데, 온갖 종류의 싸움판이 벌어져 학을 뗏기 때문인거 같다.
왜 이럴까? 누구나 ‘조선 500년’으로 시작해 한 시간은 떠들테니 생략하고…얼마 전 문뜩 떠오른 것은,
시민참여 통로를 만든다는 ‘목적’이 앞서서 중앙게시판을 열게 되는데, 소위 정치고관여층 시민, 당원들이 주로 들어가니 첨예한 토론, 특히 정파 또는 지지 정치인별 팬클럽이 다구리를 붙어 난장판이 만들어지는거 아닐까?
그 싸움판을 보면서 질려서 참여하지 않는 시민, 당원들 중에 ”당을 위해 나도 뭔가 힘이 되고 싶다”는 분들이 상당할텐데, 이들이 활동할 공간이 당에 없다.
재작년부터 인가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 플랫폼에 어떤 방을 만들어 당원과 직접 소통(채팅)하던데, 아! 저거다 싶었다.
중앙게시판에서 열혈당원들의 욕구는 당대표 또는 당간부들이 교대로 해소해 주되, 일상에서 당을 위해 뭔가 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서는 생활권역별(행정구역 또는 지역구가 아니다)로 편한 마음으로 모여 놀수 있는 커뮤니티방을 만들어 그 안에서 차츰 취미별 관심사별 동아리가 파생돼 나가게 하면….그 난장판의 공포를 극복할수 있지 않을까?
예상 1은 지역위원장들의 저항일거다. 내 손안의 당원들 중심으로 밴드방 정도 운영하는게 편한데, 온라인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면 내 맘대로 안되고 또 그 안에서 허걱~ 경쟁자가 커나올수 있으니.
근데 지난 총선 경선을 보니, 이 단계가 넘어간거 같더라. 지난 4년 활동이 마음에 안들면 가차없이 날려버리니, 위험 부담을 안더라도 걍 전 지역당원과 직접 소통하는게 차라리 재신임에 유리하지 않겠나?
예상 2는 중앙게시판의 악몽을 경험한 당직자들의 부정적 반응일거다. 당직자의 숫자에 비해 과중한 업무량을 염려해서. 악몽은 당간부가 막자고 위에 말씀드렸고, 지역조직은 스스로 ‘짱’을 선출해 알아서 굴러갈테니 걱정 마시라.
다 맞는 말이다. 참고로 현재 집권당인 독일사회민주주의당(SPD)의 권리당원 수를 언급해 찾아보니 2023년 12월 기준으로 365,190명이다. 한국의 민주당 당원은? 2022년 기준 전체 당원 4,849,578명 가운데 권리 당원은 2,454,332명이다. 독일 인구가 2022년 기준 약 8,400만 명이니 권리 당원 비율은 0.4%다. 한국의 더불어 민주당의 권리 당원 비율은 4.7%이니 비교가 안 될 정도다. 참고로 국민의힘의 당원은 4,129,924명인데 그 가운데 권리당원에 해당되는 책임당원은 795,727명이다. 민주당에 비교가 되지 못하는 수준이다. 단순히 숫자로 본다면 문성근이 말한 대로 더불어 민주당은 세계 어느 나라에 견주어 보아도 막강한 권리당원을 지닌 최대 정당이다. 그런데도 이 모양이다. 김건희가 나라를 뒤집어 놓아도 아무런 힘도 못쓰고 문성근이 말한 대로 김어준의 입 하나에 견줄만한 힘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문성근의 말대로 노사모가 흐지부지 사라진 것의 여파가 크다. 노사모 자체가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준말답게 문자 그대로 자생적으로 네티즌을 중심으로 구성된 풀뿌리 팬클럽이었기에 그분이 돌아가시고 나서 자연스럽게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분이 돌아가시고 나서도 생명력을 이어가 보려고 노력했지만, 역부족으로 결국 노무현 재단에 조직의 모든 자료를 넘기면서 해체되고 말았다. 그런 조직을 이제 다시 부활시키는 것은 사실 의미가 없어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님께서 살아계실 때에 비하여 지금의 온라인 생태계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그만큼 영향력도 커졌다. 그래서 윤석열 정권도 겁내는 수준에 이르러 방송 장악을 획책하면서 온라인 언론 통제에도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24년 전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에 만들어진 노사모 같은 단체가 다시 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이유는 당연히 ‘노무현’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정치판을 아무리 눈을 씻고 들여다보아도 노무현은 없다. 노무현이 없는데 어찌 노사모가 만들어질 수 있겠는가? 물론 이재명대표를 지지하는 개딸이 존재하지만 노사모와는 차원이 다른 조직이다. 노사모는 당시 막강한 힘을 발휘하여 당시 노무현 후보님과 정몽준의 후보 단일화도 이루어 내는 저력을 발휘했을 정도다. 물론 개딸도 이재명 대표의 정치력에 막강한 배후 세력이 되고는 있지만 노사모에는 비교가 안 된다. 정동영이 노무현 대통령님을 적대시하면서 원래 지역주의를 타파하자는 정신으로 시작된 노사모가 노무현 지키기에 나서면서 적전 분열의 홍역을 치르게 되고 나서는 노사모도 분열되어 버렸다. 오늘 내가 인용한 문성근도 그 당시 노무현 대통령을 배신하고 정동영 아래도 들어갔다. 이 배신자 무리에는 노사모의 지도자를 자처했던 명계남 이상호 정청래도 들어가 있다. 결국 노사모는 분열하면서 자멸의 길을 간 것이다.
이런 과거를 들추어보면서 다시 한번 노무현 대통령님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배신의 계절에도 결기를 보이시면서 버티신 분이었지만 결국 이명박이라는 전과 14범의 지휘를 받은 우병우를 비롯한 검찰 사단의 농간에 무너지신 그분의 일생을 생각할 때마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그러나 어쩔 것인가? 노무현 대통령님의 말씀처럼 다 운명 아닌가? 누굴 탓할 것인가?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 나는 문성근의 주장에 기본적으로 동의한다. 노사모와 같은 온라인 모임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특히 김건희와 윤석열이 대한민국을 난도질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나라를 구하자면 더욱 그 필요성이 대두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리에게는 노무현이 없다. 그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재명 대표가 노무현 정신의 계승의 뜻을 밝혔지만 그의 그릇은 노무현 대통령님에 비교가 안 된다. 그래서 무척 아쉽다. 그러나 대안이 없으니 어쩔 것인가?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씹어 삼켜야 하지 않겠나? 그러니 아직 김어준의 힘을 뺄 수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