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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Oct 22. 2020

성경에 나오는 예수의 모습의 한계

예수 이야기 시리즈


예수는 기원전 4-6년에 태어나 서기 30-33년에 사망한 유대인이다. 우리가 쓰는 달력의 연도표기도 예수의 탄생을 기점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525년 엑시구스 수도사(Dionysius Exiguus, 470-544)가 Anno Domini 곧 서기 개념을 만드는 과정에서 예수의 탄생연도를 잘못 계산하여 실제보다 4-6살이 어리게 만들어 버렸다. 나중에 이런 사실이 밝혀졌으나 이미 사용되는 연도 표기를 바꾸는데 혼란이 예상되어 그대로 사용하면서 오늘날이 이른 것이다.

    

그래서 흔히 예수가 30살이나 33살에 죽은 것으로 이야기되지만 실제로는 36살 또는 40살이 거의 다 되어 죽은 것으로도 계산이 된다. 예수가 30살에 죽었다는 이야기는 성경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더구나 날짜는 말할 것도 없다. 다만 성경에는 그가 30살 무렵에 공생활을 시작했다는 구절만 나올 뿐이다. 사실 탄생 날짜도 마찬가지이다. 성경에는 예수의 생일이 나오지 않는다. 현재 12월 25일을 탄생일로 기념하고 있지만 이 날짜가 아닐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그리고 예수라고 부르지만 실제 이름은 히브리어로 여호수아(יְהוֹשֻׁעַ‎)의 축약형인 예슈아(יֵשׁוּעַ‎ yēšūă)인 것이 거의 확실하다.     


이렇게 예수는 인류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존재인데 그의 개인적 신상에 관한 내용은 정확히 전해지는 것이 하나도 없다. 그리고 집을 나와 이른바 공생활을 시작하기 이전의 삶에 대한 내용도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세례자 요한의 세례를 받은 다음부터 처형당하기 전까지의 1년 내지 3년 동안의 언행만이 복음서에 비교적 자세히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성경 기록을 보아도 가족 관계를 비롯하여 개인적인 인적 사항은 매우 불비하다. 그렇다고 해서 많은 종교의 교주처럼 하늘을 날아다니는 초인적 존재도 아니었다. 기독교의 교리, 특히 기독론(CHristologie)의 차원에서 예수는 완벽한 신적 속성과 완벽한 인간적 속성을 겸비한 존재로 여타 인간들처럼 희로애락을 드러내고 음식과 술이 나오는 만찬 자리에서 여러 사람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었다.     



예수는 스스로 저술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의 제자들이 그가 사망한 지 몇십 년 후부터 그의 어록을 제대로 작성하기 시작하였다. 이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복음서와 바울 서간이다. 그런데 성경 연구를 통하여 복음서 작성자들이 참고한 원천 기록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것이 이른바 Q문서(독일어로 원천을 의미하는 Quelle)이다. 곧 복음서 가운데 마가복음과 Q문서가 가정 먼저 작성되었고 이것이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의 원 자료가 되었다고 본다. 그래서 마가, 마태, 누가가 쓴 것으로 여겨지는 복음은 서로 중첩되는 내용이 많이 나온다. 그러나 요한복음에는 이 세 복음서에 나오지 않는 독자적인 예수 이야기가 나오기에 이른바 공관복음에 포함되지 않는다. 오늘날 학자들은 이 4개의 복음서는 각자의 저자를 내세우는 별도의 공동체들이 작성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서로 다른 내용을 담고 있게 된 것이다.     


원래 한 사건을 직접 목격한 여러 사람의 증언조차도 막상 기술을 하다 보면 서로 차이가 나는 법이다.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관찰한 것을 녹음기나 카메라처럼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더하여 기억하게 된다. 이른바 편견이 작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복음서에 나오는 예수에 대한 설명이 다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마가복음에서는 예수를 단 한 번도 신과 동격으로 묘사한 글이 나오지 않는데 반하여 마태복음에서는 예수의 신성을 강조하고 있다. 동시에 유대인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족보를 예수에게도 부여하고 있다. 누가복음은 마가복음을 많이 인용하면서 필요에 따라 내용을 편집 정리하였다. 요한복음은 더 나아가 기독론을 체계화한다. 곧 예수를 인간이면서 동시에 신인 존재로 규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공관복음에는 예수의 활동이 1년 정도로 정리되었으나 요한복음에서는 3년 동안 활동한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또한 공관복음과는 달리 요한복음에서는 예수가 곧 신이라고 선포된다. 이렇게 예수에 관한 거의 유일무이한 1차 자료인 복음서에서도 예수의 모습은 서로 다르게 묘사된다. 연대기적으로 보아도 저술 연도가 각자 다르다. 마가복음은 서기 66-70년,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은 서기  85-90년 요한복음은 서기 100년 이후이다. 특히 요한복음은 서기 200년 정도에 최종본이 완성된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모두 예수 사망 후 적어도 30년 이상 곧 한 세대가 흐른 다음에 기억을 더듬어 기술된 것이 복음서들이다. 특히 누가복음은 마가복음을 인용한 것 41%와 Q문서를 인용한 것 23%에 스스로 수집한 자료 35%를 더한 것으로 보아 자료 수집과 편집에 매우 다양한 원천을 참조한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마태복음도 비슷한 방식으로 자료를 수집 정리하였다.     


신약성경의 중요한 부분인 바울 서간에는 예수에 대한 직접적 증언은 없다. 모두 자신이 세운 교회의 관리에 초점을 맞춘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곧 제도화된 ‘교회’라는 조직의 원활한 운영의 기술적 측면에 신경을 쓰고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예수에 대한 기술보다는 믿음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이미 예수가 신성한 존재가 된 이후의 신앙 교육이 강조되고 있다. 그래서 역사적 예수에 관한 자료를 찾기에는 역부족인 문서들이다. 사실 바울이 예수를 직접 만난 적이 없기에 이는 당연한 일이다.     


이렇게 예수에 관한 유일한 자료인 성경이 정작 역사적 예수의 전기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예수가 누구인지를 이야기하다 보면 독자의 상상력이 상당 부분 개입될 수밖에 없는 일이다. 특히 제도화된 교회의 성직자들의 이런 문서에 대한 배타적 해석을 독점하면서 이른바 역사적 예수의 모습을 알아내는 것은 더욱 난망한 일이 된 것이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예수의 신성을 따지거나 가족 관계를 알아내기보다는 그의 언행에서 도덕적 가르침만을 배우고자 하고 또 다른 이들은 단순히 기복의 대상으로 삼고자 한다. 그 어느 것도 역사적 예수에 대한 바른 접근법은 아니다. 그렇다면 예수를 제대로 아는 방법은 무엇인가? 여러 방법이 있지만 역사적으로 교회가 예수를 각 교파의 편의대로 해석한 것을 살펴보면서 성경에 비추어 예수가 ‘아닌 것’을 주장한 내용을 역으로 분석하는 방법이 효과가 있다. 다음 장에서 그런 역사를 살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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