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국민이 모든 사달의 알파요 오메가다.
김건희는 그 등장부터 시끄러웠다. 김건희 입으로 처음 공개적으로 발설된 ‘쥴리’로 시작해서 국정원장과 나눈 ‘문자’로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그동안 한국에서 대통령 권좌를 거쳐간 12명의 대통령 아내 가운데 김건희같이 ‘나대기’를 시전 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독재 삼총사의 아내는 문자 그대로 내조에만 전념했다. 이승만이 도망간 후 잠깐 대통령이 된 윤보선의 아내 공덕귀는 명문가 집안 출신에 열렬한 반일 투쟁을 한 문자 그대로 여걸이었다. 박정희의 쿠데타로 정권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사회 운동에 투신하여 존경받아 마땅한 인물로 남았다. 노태우를 끝으로 들어선 민간 정부에서 당선된 대통령 아내들도 나대는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인물로는 13번째로 20대 대통령으로 등장한 윤석열의 아내 김건희는 일찍이 본 적이 없는 활약을 보였다. 그리고 그 결과는 참혹하기 그지없다.
이런 와중에 김건희에 대해 매우 냉정한 보도를 하는 외신 가운데 르몽드가 또 한 건 했다. 2월 14일 자 기사에서 이번에는 김건희 윤석열 커플이 무속에 심취한 내용이 나왔다.(릴크: https://www.lemonde.fr/international/article/2025/02/14/en-coree-du-sud-des-chamans-impliques-dans-le-coup-d-etat-manque_6545924_3210.html) 메인 사진으로는 윤석열이 대선토론회에서 보여준 王자가 그려진 손바닥이 나왔다. 그 글자를 누가 새겨주었는지는 온 국민이 다 안다. 다만 심증만이고 물증이 없으니 더 이상 따지면 법꾸라지 윤석열이 난리를 피울 것이니 국민이 참은 것일 뿐이다.
이 기사에 등장한 도사의 면면은 이미 우리가 다 알고 있기에 새삼스럽지 않다. 그런데 이 기사의 제목이 참으로 적나라하다. En Corée du Sud, des chamans impliqués dans le coup d’Etat manqué. 직역하면 “한국에서 실패한 쿠데타에 연루된 무당들” 김건희 윤석열 커플이 국제적 언론에서 망신을 하도 당하는 꼴만 보다 보니 새삼스럽지는 않지만, 이 제목이야 말로 이 커플의 지저분한 종말을 참으로 잘 묘사하고 있어 보인다.
윤석열이 후보 시절부터 극찬한 천공과 건진만이 아니라 쿠데타에 직접 관여한 ‘안산 보살’도 잘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드러난 사실을 볼 때 이들을 찜 쪄먹는 ‘찐도사’가 바로 명태균이다. 민주당 측에서 이제 명태균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도 근거가 없지 않다. 자신이 구속되면 정권이 무너진다고 한 명태균의 예언대로 그가 탁월한 ‘도사’임을 증명했으니 말이다. 르몽드가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와 ‘무당’들을 연계해 본 것이 윤석열 정권을 비꼬기 위함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러나 르몽드는 윤석열만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미신에 빠진 것을 지적하는 일에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비록 김건희 윤석열 커플이 무당에 매달리는 모습을 만천하에 드러내어 저잣거리의 웃음거리가 되었지만 사실 한국인 대다수가, 심지어 우상 숭배와 미신을 혐오한다는 기독교인들조차 ‘무당’에 매달리는 현실을 르몽드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김건희는 그런 많은 미신에 빠진 한국인을 대표하고 있을 뿐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김건희가 여염집 한 아낙네가 아니라는 사실에 있다. 그동안 밝혀진 김건희에 관한 ‘진실’을 엮어 보면 단순히 성형 중독, 학력 세탁, 경력 위조범, 불법 주식 투기꾼 정도가 아니라 자기의 허영과 욕심을 위해 아예 나라를 말아먹을 작정을 했다는 것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김건희를 지속적으로 파고든 몇몇 이들의 의견으로는 김건희 자신이 권력을 잡아볼 심산이었다는 말까지 나온다. 그럴만한 위인이 되지 못하기에 낭설로 여겼지만 이제 헌법재판소에서 드러난 윤석열의 민낯을 보니 그런 주장이 결코 구름 잡는 이야기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도대체 ‘왜 계엄이라는 말도 안 되는 사달을 일으켰는가?’라는 질문에 헛소리만 계속하는 윤석열을 보면서 일부 사람들이 제기하는 명태균과 김건희의 ‘관계’가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말도 믿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도 들게 된다.
오르지 못할 나무에 올라서 이제 떨어질 일만 남은 김건희 윤석열 커플의 몰골을 보면서 아쉬움이 드는 이유는 그들의 한심한 운명 때문이 아니다. 도대체 이미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의 어처구니없는 미신적 행동과 무지와 오만과 편견이 드러났음에도 왜 20대 남성이 60% 가까운 지지를 보였는지 모를 일이다. 지금도 탄핵 반대 시위대에 그 연령층의 남성이 적지 않게 보인다. 헌법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윤석열의 민낯을 보고도 그 모양이다. 대선 불과 2년 전인 2020년의 총선에서 같은 연령대의 남성 가운데 50%가 민주당을 지지하고 40%만 국민의힘을 지지했는데 그 사이 마음이 이렇게 변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리고 그 변한 마음이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들과 60대 이상이 주축이 된 16,394,815명의 국민이 윤석열을 지지했다. 당시 득표율은 48.56%. 전 국민의 32% 정도 되는 인구다. 그런데 이들은 지금도 마음이 변치 않고 있다. 30% 초반의 국민이 여전히 윤석열을 ‘죽어라’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 당시 이재명 후보를 선택한 국민은 16,147,738명이다. 현재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는 국민의 숫자와 얼추 일치한다. 이들도 30% 초반의 비율을 점유하고 있다. 세상이 변해도 마음은 안 변하는 것이다. 바로 이런 분열을 이용하여 김건희 윤석열이 영구 집권을 꿈꾸며 쿠데타를 일으켰지만 문자 그대로 하느님이 보우하사 실패했다.
들리는 소식에 따르면 숙명여대가 드디어 김건희의 석사논문이 표절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김건희의 석사논문이 취소되면 당연히 국민대 박사논문도 취소될 것이다. 그렇게 김건희는 무너질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말한 대로 양극으로 갈린 국민의 분열이 지속되는 한 제2, 제3의 윤석열 김건희가 나올 것이 뻔하다. 그들이 정권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다시 대통령을 권좌에서 몰아내는 일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김건희가 몰락의 길을 걸어도 미래에는 동일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왜냐고? 국민이 안 변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김건희를 희대의 요부, 더 나아가 악마로 여기며 비난하지만 정작 그 악마를 만든 주인이 바로 국민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이가 별로 없어 보인다. 분열된 사회라는 텃밭에서 서로에 대한 증오로 이성적 판단을 하지 못하는 국민이 있는 한 김건희 다음에도 또 김건희가 나올 것이다. 해결책은? 시민정신이 함양되어야 한다. 그러나 남북이 서로 전쟁을 불사하고, 전라도와 경상도가 척을 지고, 남자와 여자가 서로 증오하고, 청년과 노인이 반목하는 나라에서 근대 시민정신을 기를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그래서 머리에 떠오르는 질문은 단 하나다. 다음 김건희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탄핵의 종점에서 기다리고 있는 그 김건희 말이다. 그 김건희도 좌 윤석열 우 명태균을 거느릴까? 막막한 전망일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