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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자칭 보수'가 갈라파고스로 간 이유는?

한국의 정치 지형이 완전히 바뀔 모양이다.

by Francis Lee

윤석열이 계엄 사태라는 막장극을 시연한 것의 나비효과는 결국 국민의힘이 대표하는 사이비 보수의 종말인 것으로 보인다. 대선이 마무리되면 국민의힘이 해쳐 모여할 것이 너무나 뻔해 굳이 예측이라는 것을 할 필요조차 없다. 그런데 과연 이른바 참 보수가 탄생할까? 지금 국민의힘이 핵분열하면 튀어나올 파벌의 면면을 보면 희망이 없다. 일단 가장 큰 세력인 친윤은 여전히 반성을 안 하고 있다. 친한계의 좌장인 한동훈은 신선놀음이나 하고 앉아있다. 김문수는 세력이라고 할 수도 없는 오합지졸이다. 나머지 기회주의자들은 아무런 동력이 없다. 이준석은 젓가락 사건으로 스스로 몰락의 길을 재촉하고 있다. 보수 진영에서 목에 힘주는 자들이 다 이모양인데 무슨 참 보수의 길을 운운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래서 결국 내린 결론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보수는 첫 단추를 잘못 끼우고 나서도 단 한 번도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한 적이 없다. 1948년 독립을 쟁취한 이후 1953년 한국전쟁이 마무리될 때까지 7년 동안 진행된 좌우 대립과 갈등의 패러다임 안에서 형성된 한국적 보수는 마치 갈라파고스에 갇힌 동물처럼 진화를 멈추고 만 것이다. 무엇보다 TK라는 얕은 물에서 땅집고 헤엄치기만 해오다보니 세계의 변화에 무감각해지고 말았다. 그동안 공산주의 국가가 소멸하고 새로운 국제 관계가 수립되었어도 한국 보수는 그렇게 별종의 집단으로 남았다. 그 결과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기형적인 보수 세력이 등장한 것이다. 지난 윤석열 정권과 대선 과정에서 잘 드러난 대로 한국의 보수는 한 마디로 잡탕이다. '보수'라는 개념 아래 수구와 친일만이 아니라 극우도 모여서 정체불명의 괴물이 되어 버렸다. 윤석열이 내세운 이른바 자유민주주의를 마치 신흥종교의 광신도가 주문을 외우듯 되풀이할 뿐이었다.


국민의힘은 보수 정당을 대표한다면서도 이런 극우와 친일과 수구 세력의 잡탕을 통제하지 못하고 오히려 끌려만 다녔다. 현재 상황을 보면 결국 국민의힘이 붕괴될 것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붕괴되어도 어차피 그 나물에 그 밥이 될 것이다. 그 누구든지 어떤 명분으로 한국의 보수를 이끌더라도 결국 그 뿌리는 경상도 특히 TK에 내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잘 알려진 대로 TK는 한국의 대표적인 정치적 갈라파고스다. 갈라파고스에서는 진화가 멈춘 종만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러니 국민의힘이 분열하고 다시 융합해서 새로운 정당이 나와도 초록은 동색인 정당이 되고 말 것이다. 어차피 밭이 같은데 그 어떤 씨앗을 심어도 열매는 마찬가지일 것이 뻔하다.


국민의힘이 대변하는 보수는 이제 사라졌다. 윤석열이 다 말아먹은 덕분이다. 그렇다고 이른바 '새로운 보수'가 나올 리도 만무한 일이다. 그렇다면 TK를 기반으로 한 '참다운 보수'가 나오나? 천만의 말씀이다. 이번 대선에서 잘 보여준 대로 대한민국의 동쪽은 완전 '빨강' 아닌가? 그리고 그 빨강은 이완용만이 아니라 이토 히로부미가 나와도 뽑아주는 광신도 집단의 상징색 아닌가? 참다운 의미의 빨갱이들이 뽑아주는 자들은 빨갱이 외에 다른 종자일 수가 없다.


이런 연고로 결국 중도만이 아니라 TK를 제외한 참다운 보수는 민주당 진영에 흡수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TK만을 의존하는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한 세력은 자연히 더욱 갈라파고스 정당이 되고 말 것이다. 그래서 21세기 시대와는 전혀 안 맞는 '빨갱이 타령'만 반복하는 빨갱이들의 모임으로 전락하게 된다는 말이다. 결론적으로 지금까지 자칭 보수를 가장한 국민의힘은 흔히 말하는 경상도 자민련 정도로 쪼그라들고 말 것이다.


참으로 하늘의 운행은 인간의 지식으로는 다 이해하기 힘든 법이다. 그 누가 윤석열이 친위 쿠데타라는 '뻘짓'

을 할 줄 예상했겠는가? 게다가 그를 이어 대권을 쥐어보겠다는 한동훈은 카메라 앞에서 먼지를 제거하는 돌도리로 얼굴을 문질러 대는 치기를 보이고 신흥 보수를 자처하는 이준석은 '젓가락 전도사'로 전락했다. 홍준표는 니가 가라 하와이를 하와이에서 외쳐대고 있고 한국의 자칭 보수가 총제적으로 난국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앞길을 환하게 열어주는 세력이 희한하게도 TK를 텃밭으로 삼는 이런 덜떨어진 자들밖에 없다. 그러니 이재명 대통령은 기본만 해도 돋보일 상황이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은 자체 발광의 능력을 매일 발휘하고 있다. 문자 그대로 화룡점정의 역할을 단단히 하고 있는 중이다. 한국의 정치 지형만이 아니라 사회적 분위기도 급속히 바뀌고 있다. 흔히 말하는 대로 대통령만 바꾸었을 뿐인데 세상이 바뀌고 있다. 그 변화에 저항하는 유일한 세력이 TK를 기반으로 한 국민의힘이다. 참으로 갈라파고스 정당답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보수 진영마저 흡수한다면 국민의힘 세력에 남은 것이라고는 TK와 극우 그리고 전광훈이 대표하는 근본주의 기독교밖에 없다. 결국 기존의 자칭 보수가 소수파로 전락하는 길 밖에 남지 않았다. 이런 일은 어느 한 사람의 노력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늘의 뜻이다. 그러나 흔히 말하는 대로 한 나라의 정치적 발전은 진보와 보수의 견제와 균형을 통해 이루어지는 법이다. 그래서 극우 세력이 자멸하는 것을 마냥 기뻐하며 지켜볼 수는 없는 일이다. 민주당이 중도보수당이 된다면 기존의 진보 세력을 대변하는 또 다른 정치 세력이 나와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 진보 세력이 정당을 이끌고 민주당과 견제와 균형을 이루어 한국 정치를 발전시키는 모양이 나와야 한다. 그런 구도가 이루어지면 국민의힘은 TK라는 갈라파고스에서 극우끼리 모여 노는 소수 정당으로 전락할 것이니 말이다. 그 지긋지긋한 '빨갱이 타령'이 더 이상 먹히지 않는 세상이 곧 올 모양이다. 그러면 굳이 내각제를 하지 않아도 이재명 대통령을 이어 민주당에서 차기 대통령이 나올 것 아닌가? 나라가 이렇게 바른 길로 들어서게 되는 것도 다 민심에 반영되는 하늘의 뜻이다.


그런데 과연 새로운 진보 진영과 균형을 이루며 정치 발전을 이룩할 민주당의 변화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 것인가? 그 모범 사례를 찾아야 하는 데 쉽지가 않다. 독일의 경우 사민당(SPD)이 초창기의 사회주의 정당의 정체성을 버리고 중도보수 정당으로 변모하기까지 수십 년이 걸렸다. 그리고 보수 정당을 자처한 기민당(CDU)이 중도보수 정당으로 변모하는 데도 수십 년이 걸렸다. 그리고 극우와 극좌 정치 세력은 따로 독일대안당(AfD)과 좌파당(Linke)으로 모였다. 진보 세력은 녹색당(Grüne)이 대표하고 있다. 이런 지형이 가능한 것은 의원내각제라는 정치제도 덕분이었다. 그러나 강력한 대통령제를 선호하는 한국에서 이런 식으로 정치 지형의 변화가 이루어지는 것은 매우 어렵다. 더구나 TK라는 극우의 텃밭이 굳건한 이상 더욱 힘들다. 독일에 비유하자면 TK는 바이에른 주이고 그 주의 고유 정당이 기사당(CSU)이 말하자면 이른바 '독일 자민련'의 역할을 하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 그런 정당 세력이 될 가능성은 농후하지만 그와 균형을 이룰 진보 정당이 과연 나올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현재로서는 조국당이 정치 스펙트럼에서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는 하다. 과연 조국당이 얼마나 더 성장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내년쯤 조국 대표가 정치 무대에 복귀할 것으로 보이는 데 그때 조국당이 얼마나 자기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기대해 볼만하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런 와중에 국민의힘은 갈라파고스에서 더욱 고립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세상이 이렇게 쉽게 변하다니 놀랍다. 6개월 전만 해도 나라의 앞이 절망 그 자체였는데 말이다. 대한민국을 보우하는 하느님에게 감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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