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o good to be true.
지난 4년 가까이 지지하던 인물이 막상 대통령이 되고 나니 오히려 허탈감이 몰려왔다. 과거 독일에서 박사학위 취득이 확정되었을 때와 똑같은 느낌이었다. 간절히 바라던 것을 이루고 나면 기쁘기보다는 허탈해지는 법이다. 그동안의 긴장이 풀린 탓이다. 그래서 이재명 대통령에 관한 글을 쓸 수가 없었다. 그런데 불과 한 달 정도의 기간에 이루어진 변화를 보면서 '감상문'을 쓰지 않을 수가 없다.
한마디로 말해서 이 정도 잘할 줄을 몰랐다. 이재명 대통령의 행정능력은 이미 성남 시장과 경기도 도지사 시절에 충분히 증명한 것이기에 기대 자체를 할 필요가 없는 일이었다. 사실 김건희 윤석열 커플이 대한민국을 카오스로 몰아넣은 지경에서 '기본'만 해도 칭찬을 받을 수도 있는 노릇이기는 하다. 그러나 지난 한 달 동안 이재명 대통령이 보여준 것은 기본을 초월한다. 무엇보다 눈에 뜨이는 것은 권력을 제대로 부릴 줄 안다는 점이다. 사실 윤석열은 최고의 권력을 쥐고 흔들 때마다 국민의 조롱을 받았다. 여론이 악화되면서 윤석열은 더욱 무리수를 두었고 그것이 결국 자승자박의 결과를 낳았다. 한마디로 권력을 부릴 줄 몰라서 권위는 사라지고 권위주의만 내세우다가 몰락의 길을 간 것이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은 권력을 부릴 줄 안다. 만나는 사람들이 그 앞에서 까불지 못하고 뒤에서 험담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 윤석열처럼 거만을 떨지 않는데 사람들이 알아서 그를 대통령으로 대접하는 일이 벌어진다. 이것이 진정한 권위자의 모습이다. 권위는 근본적으로 아래로부터의 자발적인 동의를 전제로 한다. 아무리 권위를 내세워도 상대방이 그 권위를 자발적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그 권위는 성립되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억지로 권위를 내세우면 결국 권위주의만 남는다. 그리고 권위주의는 결국 독재를 잉태하게 되는 것이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이 몸소 보여준 것이 바로 권위주의적 독재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은 전혀 권위주의를 내세울 필요 없이 권위를 행사한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의 탁월한 행정 능력, 해박한 지식이 여기에 큰 요소가 되고 있다, 그러나 그 못지않은 것이 그의 무한 긍정의 태도다. 그의 생애를 아는 사람으로서 더욱 놀라운 소양이다. 문자 그대로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검정고시로 중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오로지 장학금을 기준으로 택한 대학교를 다니고 고시 패스를 해낸 사람은 보통 '독하다'는 평가를 받기 마련이다.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들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그 독함 말이다. 그리고 그런 독함과 더불어 삶에 대한 악착같은 전투적 태도도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은 늘 명랑하다. 단순히 상대방을 즐겁게 하기 위해 웃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인생을 즐기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무방비적 명랑함이 그에게서 보인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이재명 대통령이 부유한 집안에서 아무런 근심 걱정 없이 성장한 사람으로 여길 정도다.
그런데 이런 탁월한 실무 능력, 타인이 인정하는 권위 그리고 나이브해 보일 정도의 명랑함이 전혀 엘리트적이지 않게 보이는 이재명 대통령이라는 인물 안에서 매우 자연스럽게 구현되고 있다. 과거 이재명 대통령은 자기를 선출해 주면 실력을 보여주겠다고 여러 번 공언했다. 그런데 그 말이 허언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한 지 한 달도 안 되어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너무 이상하다. 초현실적이기까지 하다. 그래서 마음 한 구석에서 저절로 다음과 같이 중얼거리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too good to be true...
그러나 이것이 꿈이 아니길 바란다. 어느 도사가 예언했다는 대로 대한민국이 진정한 대국이 되는 후천개벽이 시대가 열리기를 바랄 뿐이다. 원래 혁명은 왕의 성을 바꾸는 것이다. 그러나 왕조 시대가 아닌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 그에 버금가는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이것이 천명인가? 이재명 대통령의 천명이 이 나라와 이 민족을 위한 새로운 세상의 개벽을 알리는 '좋은 소식'을 가져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