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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시작한 '문화투쟁'의 끝은?

사이비 종교 집단과의 투쟁은 쉽지 않지만 성공해야만 한다

by Francis Lee



한국 사회에서 종교는 오랫동안 성역(聖域)이었다. 특히 ‘종교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 앞에서, 국가는 늘 한 발 물러서 있었고, 그 결과 종교는 비판받지 않는 영역, 심지어 법의 감시가 미치지 않는 영역으로 오인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드러난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곧 통일교를 둘러싼 뇌물, 정치권 로비, 조직적 자금 운용 의혹은, 우리가 더 이상 종교니까 어쩔 수 없다는 태도로 이 문제를 방치할 수 없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재명 대통령이 제기한 종교법인 인가 취소 검토는 이러한 측면에서 대단히 시의적절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정교분리 원칙을 위반한 위험한 발상이라거나 종교 탄압의 시작이라는 비판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반응은 질문의 초점을 의도적으로 흐리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지금 논의의 핵심은 종교 탄압이 아니라, 종교를 방패로 삼아 순진한 이들을 유혹하여 모은 돈으로 호의호식하는 일부 사이비 권력 집단을 법치의 영역 안으로 끌어들여 법적 정의에 근거한 심판의 당위성이기 때문이다.


통일교만이 아니라 종교를 빙자하여 순진한 사람들을 속여 치부와 권력 놀이에 빠진 자칭 성직자와 그 조직에 관한 문제는 그저 어리석은 개인이 사이비 종교 지도자에 속았다는 개인 윤리적 차원의 판단으로 축소하는 것은 책임 전가에 가깝다. 악의 축은 그런 종교 집단의 우두머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이비와 다름없는 이런 종교 집단은 다음과 같은 구조적 특징을 지닌다.


무엇보다도 이 조직은 카리스마적 지도자에 대한 절대적 복종을 요구한다. 그리고 매우 폐쇄적 교리 체계와 내부 정보 통제 장치로 신자들을 노예화한다. 그리고 이 조직의 재정 구조는 매우 불투명하여 탈세의 온산이 된다. 게다가 이번 통일교가 보여준 것처럼 정치권력과의 은밀한 결탁을 끊임없이 시도하여 사회적 부패의 발원지가 되기 일쑤다. 여기에 더해 이런 조직의 비리에 염증을 느낀 탈퇴자와 비판자에 대한 낙인과 보복을 반복하여 사회적 불안을 조성하는 일이 드물지 않다.


바로 통일교의 사례는 이 모든 요소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종교 집단이 단순히 신앙 공동체가 아니라 대규모 자산을 운용하는 법인, 더 나아가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조직으로 기능해 왔다는 점이다. 게다가 통일교가 운영하는 기업 규모를 보면 종교 집단이 아니라 일종의 재벌 기업 수준의 집단이라는 인상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국가는 더 이상 종교 자유를 핑계로 이런 사이비 불법 집단에 대해 중립을 가장한 방관자가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과거에 한국의 일부 사이비 종교 집단은 국가의 법적 제재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의 시도는 지금까지의 정부들과 몇 가지 점에서 분명히 구별된다. 무엇보다도 이재명 대통령은 사이비 종교 집단에 대한 형사 처벌과 행정 제재를 연계하고 있다. 개별 종교인의 범죄를 처벌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범죄가 종교를 가장한 집단의 조직적 의사결정 구조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묻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종교 집단의 해산이라는 정치적 조치 대신에 법인 인가 취소라는 행정적, 법률적 수단을 검토하고 있다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헌법이 보장한 종교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국가가 그런 사이비 종교 집단에도 차별하지 않고 제공해 온 각종 법적, 재정적 특혜를 박탈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재명 대통령이 시도하는 것은 특정 종교를 겨냥한 조치가 아니라 모든 종교 법인에 적용 가능한 일반 원칙을 확립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제도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러한 시도를 좀 더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서 19세기 독일의 철혈재상이라는 별명을 지닌 비스마르크가 시도했던 Kulturkampf, 곧 문화투쟁을 다시 소환할 필요가 있다.


당시 가톨릭 교회는 교황권이라는 초국가적 권력을 기반으로 독일 안에서 정치, 교육, 사법 영역에 깊숙이 개입하면서 가톨릭의 이익을 위한 초법적 기관으로 군림했다. 바로 이런 초법성에 대해 비스마르크는 독일 제국이라는 국가의 주권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했다. 그래서 그의 조치는 매우 강경했다. 비스마르크는 성직자 임명에서 국가 승인을 의무화하고 종교 교육을 국가가 감독하고자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초법적 조직으로 운영되던 예수회를 추방하고자 했다. 그리고 교회 재산과 조직에 대한 행정 통제를 시도했다. 이 조치들은 오늘날 기준으로 보면 분명히 과도할 정도로 종교 탄압이라는 반발을 불러일으킬만한 혁명적인 것이었다. 그래서 문화 투쟁이라는 이름이 붙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 당시 너무나 강력했던 가톨릭 교회의 조직적인 반발로 문화 투쟁은 완전한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미완의 혁명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그 부작용으로 가톨릭 공동체의 반발과 결속을 강화하여 결국 정치 세력화 하여 중앙당(Zentrum)이 탄생하는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문화투쟁은 매우 중요한 질문에 대한 답을 정치권에서 시도한 선례를 남기게 되었다. 곧 국가가 언제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종교 권력에 개입할 정당성을 가지는지라는 질문을 공식적으로 제기한 것이다. 비스마르크 이전에는 아무도 이런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정치와 종교는 늘 붙어 있으면서 백성을 통치하고 착취하여 호의호식하는 집단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의 종교 법인 취소라는 구상은 비스마르크와 닮은 점보다 다른 점이 훨씬 많다. 무엇보다 그 대상이 다르다. 비스마르크는 전 세계적인 통일된 조직을 지닌 정통성이 확보된 세계 종교인 가톨릭을 상대로 한 것인데 비해 한국 정부는 불법 행위가 드러난 특정 종교법인만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리고 비스마르크는 입법 기관과 경찰력을 동원하여 가톨릭이라는 종교 집단을 직접 통제하려고 시도했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사법 판단을 전제로 한 합법적인 행정 제재를 추구하는 것이다. 또한 비스마르크는 그 당시 독일 제국의 최대 목표였던 국가 통합과 권력 집중에 모든 노력을 기울인데 비해 이재명 대통령은 무엇보다 법치 회복과 시민 보호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리고 비스마르크는 그 당시 매우 낯선 개념인 종교 자유를 다루는 데 매우 서툴렀던 것에 비해 이재명 대통령은 헌법이 보장한 종교 자유를 건드리지 않는 최소한의 법적 개입을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점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도는 비스마르크가 시도한 문화투쟁의 반복이 아니라, 그 문화투쟁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은 매우 신중한 발전된 조치라고 볼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추구하는 종교의 탈을 쓴 사이비 집단의 법인 자격 인가 취소의 긍정적 효과는 무엇보다도 사이비 종교의 ‘경제적 생명선’을 차단에 있다. 그동안 종교 집단은 종교를 빙자하여 많은 특혜 특히 세금과 관련된 관대한 조치를 받았다. 그리고 바로 이런 조치는 종교 집단의 탈세를 방조하는 부작용을 초래한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사이비 종교 집단의 힘은 신앙이 아니라 자금력과 부동산에서 나온다. 그래서 법인 자격 인가 취소는 그동안 어둠 속에 묻혀 있던 이런 사이비 종교 집단의 헌금과 자산 운용의 투명성을 강제하고, 불법적 축적을 차단하는 효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조치는 사이비 종교 집단만이 아니라 정통의 탈을 쓴 기성 기독교 종교 집단에도 똑같이 적용되어 참다운 사회 정의 구현을 실현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또한 이재명 대통령의 시도가 성공한다면 종교 집단의 불법적인 정치권력과의 유착을 구조적으로 방지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종교 집단의 법인 자격 상실은 그동안 어둠 속에서 진행되어 온 정치 후원, 로비, 간접 영향력 행사에 큰 제약을 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사이비 종교 집단의 법인 자격이 박탈되면 그동안 불법적으로 취득하고 축적한 종교 집단의 재산은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과 사회적 환수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이재명 대통령의 혁명적인 조치가 성공을 거둔다면 종교 일반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는 길이 열릴 수도 있다. 곧 사이비 종교에 집단에 대한 엄정한 법적 조치로 종교계가 정화되면 건강한 종교 공동체가 보호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통일교와 같은 사이비 종교 집단은 물론 그동안 정통을 가장하여 부동산 투기와 축재에 혈안이 되어 있던 일부 기독교 종교 집단도 이런 이재명 대통령의 조치에 직접적 타격을 받을 것이 뻔하니 적극적으로 반대 투쟁에 나설 것이다. 이들이 내세울 명분은 당연히 종교 자유 탄압이라는 프레임이다. 그러나 이들이 내세우는 종교 자유 탄압은 허구다. 종교의 자유는 믿을 자유이지, 사이비 종교 집단과 일부 타락한 극우 기독교 집단이 자행하고 있는 속일 자유, 강요할 자유, 국가 권력을 불법적으로 사유화할 자유가 아닌 것이다. 법인 자격 인가 취소는 신앙을 자체를 금지하는 조치가 아니다. 국가가 부여한 특혜적 지위를 부당하게 악용하는 사이비 종교 집단과 사악한 기독교 집단의 특권을 회수하는 것일 뿐이다. 비스마르크의 시대와 달리, 오늘의 한국은 이미 종교의 자유가 사회 깊숙이 뿌리내린 나라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런 종교 자유를 악용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더 엄격한 책임을 묻는 것이 마땅한 일이다. 대한민국은 엄연한 법치국가로 결코 신앙의 행사하는 국민의 자유를 심판할 수도 없고 심판하지도 않는다, 오로지 부패한 종교를 가장한 사교 집단의 부당한 권력을 심판하는 것일 뿐이다. 그래서 이재명 대통령의 종교법인 인가 취소 검토는 한국 민주주의가 한 단계 성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종교를 적으로 돌리는 정책이 아니라, 종교를 포함한 모든 권력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원칙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비스마르크의 문화투쟁은 강압적 국가 권력이 국가 통합에 방해가 되는 가톨릭이라는 종교를 길들이려 했던 독일 제국 시대의 산물이었다. 반면 오늘 이재명 대통령이 시도하는 것은 법치와 인권의 언어로 불법적이고 부당한 종교 권력을 심판하고 교정하려는 시도다. 사이비 종교의 폐해를 극복하는 길은 결코 개인의 신앙을 억압하는 데 있지 않다. 이는 오히려 신앙이 권력으로 변질되는 순간을 정확히 포착하고, 그 지점에서 단호하게 법을 적용하는 데 있다. 지금 이재명 대통령이 시도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합법적 조치이다. 이에 맞서는 사이비 불법 종교 집단의 반발이 충분히 예상되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시도가 성공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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