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의' 고귀와 가식의 두 얼굴

[ 감정 탐구서 ]

by 은빛고래





[ '호의' 인간의 고귀한 심성 ]


상대방을 미소 짓게 하여 그로 인한 행복감으로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고귀한 마음이 우리에게 깃들어 있다. 그것은 호의라는 마음이다. 누군가에게서 뜻하지 않은 호의를 받았을 때 우리는 기쁘거 설레거 흐뭇함에 젖어든다. 하여 호의를 베푼다는 것은 차츰 각박해지고, 개인주의화 되어가는 현대 사회 한 줄기 빛과 소금이 되어주는 인간의 아름다운 심성이자 행위이다.


주지하듯 호의란 친절한 마음을 누군가에게 언어나 행위로 나타내는 것이다. 하지만 주체가 행하는 호의가 모두 긍정만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감사한 호의가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으로 느껴질 수 있으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우리는 자신이 행하는 호의 또는 타인이 베푸는 호의로 인해 작게는 감정의 변화에서부터 크게는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상황을 맞이하기도 한다. 이처럼 인간을 웃고 울게 하는 호의라는 강력한 힘에 대해 고찰해 보고자 한다. 우리는 왜 호의를 베푸는 것일까?



[ 고귀와 가식의 두 얼굴 ]


현대인이 주로 행하는 호의에 대해 크게 세 가지의 형태로 사유해 보았다. 이 같은 분류는 호의를 행하는 주체의 욕망과 심리의 기저를 바탕으로 구성한 것이다.


1. 순수한 호의

순수한 호의란 아무런 대가나 보상이 없이 오직 타인을 위한 생각으로 발현되는 마음이자 행위이다. 이러한 마음은 봉사, 희생, 헌신, 배려와도 그 맥락을 같이 하는 고귀한 심성이다.

우리는 때때로 대중교통에서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거 일상의 곳곳에서 갑작스레 곤경에 처한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는다. 이렇듯 순수한 호의는 준비된 계획이나 마음가짐 없이 측은지심을 내재한 인간 본성의 작용으로 인해 우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순수한 호의를 적극적으로 행하는 사람은 어진 마음의 소유자일 것이다. 어질다는 것은 상대방의 마음을 충분히 공감하고 헤아릴 수 있는 심성이다.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끊임없는 경쟁과 각박해진 삶으로 인해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팽배해지고 있는 현실에서 순수한 호의는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쌓게 하는 빛과 소금이 되어 줄다. 또한, 사회의 고도화, 부의 증대, 생활양식의 변화로 인해 공동체적 삶은 점점 해체어 분자화 되어가고 있다. 따라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1인 가구 시대에 호의는 차츰 더 중요한 덕목이 되어 갈 것이다. 순수한 호의는 타인에 대한 무감각과 무관심을 타파하고 서로를 결속시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초석이 되어 것이다.


2. 욕구의 충족을 위한 호의

우리는 삶을 살아가며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호의를 이용한다.

관심 있는 이성에게 호감을 얻기 위한 호의, 초면의 상대방에게 신뢰를 얻기 위한 호의, 직장생활에서 좋은 평판을 얻기 위한 호의 등 욕구의 충족을 위한 호의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삶을 매끄럽게 살아가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지극하 정성스러운 호의는 그것을 행한 사람에게 호감, 신뢰, 사랑을 얻게 한다. 이렇듯 호의란 누군가를 향해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강력한 힘을 내재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환기해야 할 사항이 있다. 그것은 모든 호의가 긍정적인 결과만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유행어가 있듯이 내가 발현한 호의는 상대방과의 관계 혹은 상대방의 품성이나 인격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일으킨다. 나의 호의가 누군가에게는 고마움과 기쁨이 되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아무런 감정의 동요를 불러일으키지 않는 무의미한 행위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 때문에 우리는 때때로 누군가에게 베푼 호의를 무시당하거나 반응을 얻지 못하였을 때 상처를 입기도 한다. 이처럼 호의란 한쪽만의 일방적인 정의 발현이 아닌 서로 간에 교감이 이루어졌을 때 비로소 온전해지는 감정이다.


3. 목적의 실현 위한 호의

목적의 실현을 위한 호의는 가식의 가면을 쓰고 있으 '아부'와도 유사한 감정이다. 주체의 영달이나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객체를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호의를 가리다. 이러한 호의는 목적을 위해 인간을 수단으로 삼기 위한 거짓된 마음의 발현이다.

인간은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되어야 한다
- 칸트 -

온갖 권력형 비리들과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부조리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한 호의로부터 시작된다. 법망을 뚫기 위한 기업들의 로비, 승리를 위한 금권선거, 각종 혜택과 특권을 얻기 위한 청탁 등등 부정한 호의가 활개 치는 사회는 기회의 평등이 무너지 가진 자들만이 끊임없이 득세하는 현상이 일어나 종국에는 서로에 대한 신뢰를 잃 이기주의로 가득한 세상을 초래할 것이다. 따라서 목적이 깃든 호의는 결과적으로 타인의 권리와 기회를 빼앗 사회를 어지럽히는 비열한 행위이다. 또한, 그러한 권리와 기회를 빼앗기는 대상이 바로 내가 될 수도 있음을 자각하여야 한다.


관련하여 최근 제정된 김영란법에 대해 작자는 매우 찬동하는 바이다. 권력을 가진 자에게 어떠한 청탁도 제도적으로 금지하게 함으로써 부정한 호의가 잦아들어 만인에게 평등한 기회와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 마음을 헤아리는 호의 ]


마음을 헤아리는 호의란 호의가 온전하게 발현되는 토대를 말한다. 순수한 선의를 가진 호의도 상대방이 처한 때와 상황에 따라 호의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또한, 과유불급과 같이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지나친 호의도 불편함을 초래할 수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호의란 때와 상황에 맞추어 지나침이 없게 발현하였을 때 비로소 그 본연의 고귀함을 나타낼 수 있다.


당신이 행한 봉사에 대해서는 말을 아껴라. 허나 당신이 받았던 호의에 관해서는 이야기하라.
- 세네카 -


마지막으로 위와 같은 문장으로 상기해야 할 사항이 있다. 그것은 누군가의 호의에 대한 적절한 반응과 응답이다. 호의를 행한다는 것은 때에 따 많은 용기와 마음 씀씀이가 필요하다. 만일 자신의 호의에 응당하는 피드백을 얻지 못한다면 호의를 행한 사람은 자긍심을 잃게 된다. 그리고 이후에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였을 때 그는 주저하는 마음을 갖게 될 것이다. 누군가의 호의로 인해 도움을 받고 기쁨을 얻었다면 반드시 그에 응하는 적절한 반응과 응답이 있어야 한다. 적절한 피드백은 호의를 행한 사람들에게 자긍심과 보람을 느끼게 한다. 그러한 자긍심은 더욱더 많은 호의를 베풀게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여 우리의 삶을 보다 아름답고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그릇된 분별과 욕심의 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