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정 탐구서 ]
분노란 무엇인가? 내가 생각하는 분노란 성냄이 극에 달하여 이성을 잃고 스스로를 컨트롤 할 수 없는 상태의 감정이라 여겨진다. 이와 같은 정의로 나의 삶에서의 분노를 떠올려 본다. 학창시절 담배 피우는 것을 혼내던 아버지에게 대들어 가출했던 일. 군대에서 나를 괴롭히던 고참에게 폭발하여 엄청난 후폭풍을 맞은 일. 취객들과 시비가 붙어 병원과 경찰서를 드나드는 꼴사나운 일을 겪기도 하였다. 이 밖에도 분노로 가득 찬 여러 가지 상황들이 있었고, 그 원인과 과정, 결말이 대부분 좋지 못한 기억들로 남겨져 있다. 분노는 주체의 부정적인 기운으로 형성된 강력한 힘을 내재한 감정이다. 그렇기에 분노의 발현은 그 강력한 에너지로 인해 타인과 나 모두를 파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분노가 우리에게 괴로움과 고통만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특정한 상황과 환경에 따라 반드시 분노를 표출해야 하는 순간을 맞이할 수도 있다. 정당한 분노의 표출은 자신의 삶을 최악으로 치닫지 않게 하거나 혹은 더욱 나아지게 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이처럼 인간에게 내재된 시한폭탄과도 같은 분노라는 감정에 대해 조금 더 깊이 고찰하고자 한다. 우리의 삶에 있어 분노는 어떠한 의미인가?
[ 분노는 주체의 본질이다 ]
분노는 극단적인 감정이다. 이성을 넘어선 분노는 원초적이며, 원초적인 모습에는 주체의 성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따라서 분노를 표출하는 상황과 대상, 방법을 통하여 우리는 그 사람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1) 저열한 분노
물리학에서의 작용 반작용 법칙과는 달리 인간에 대한 힘의 작용은 경우에 따라 더 큰 반작용으로 돌아온다. 누군가에게 분노를 표출했다면 상대방은 그 분노에 더욱 분노하여 나를 파괴하는 거대한 힘으로 되돌아오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는 강자에 대한 분노를 두려워한다. 이는 반대로 자신보다 약자에게만 분노를 표출하는 원리이기도 하다. 약자에 대한 의도적인 분노는 저열한 분노이다. 힘의 우위를 이용한 분노는 상대방을 굴복시키고 그로 인해 자신의 힘을 더욱 강화하며 우월함을 가지게 한다. 저열한 분노는 곧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확고히 하기 위해 타인에게 정신적 육체적 폭력을 가하는 비열한 감정의 발현이다.
#2) 숭고한 분노
숭고한 분노란, 분노의 강력한 힘을 자신과 타인 또는 사회공동체를 위해 발현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권력기관이나 조직 또는 관계하는 이들로부터 받는 모든 억압과 권리의 침해, 부당함 등에 분노해야 한다. 분노는 강력한 것과 맞설 수 있는 힘이다. 응집된 분노는 거대한 쓰나미와 같은 힘으로 스스로의 운명을 전복시킨다. 우리는 이러한 힘의 작용을 역사적으로도 목격해 왔다. 3.1운동,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월항쟁, 오늘날의 촛볼집회까지 숭고한 분노는 자신의 삶과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다. 자신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자는 자신의 존엄함을 지키기 위해 어떠한 상황과 대상에게도 정당한 분노를 표출한다. 이처럼 숭고한 분노는 하늘 아래 누구에게도 고개 숙이지 않으며 당당한 삶을 살게 하는 용기 있는 자의 특권이다.
[ 분노, 새로운 질서의 시작! ]
분노는 자신의 상황이나 감정이 극단으로 치달았을때 발현되는 감정이다. 즉 인간은 견딜 수 없는 자신의 부당함을 분노를 통하여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다. 이와같이 분노는 그 강력한 힘을 이용하여 자신의 상황을 반전시키고자 하는 욕망의 발현이다. 직장상사의 인격모독, 자신을 무시하는 친구, 대통령의 국정농단과 같이 우리는 참을 수 없는 자신의 현실을 분노를 통해 전복하고자 한다. 따라서 분노의 폭풍이 지나간 자리에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새로운 관계와 질서가 형성된다. 분노는 기존의 질서와 방식에 균열을 일으키며 균열은 곧 새로운 질서의 성립으로 귀결된다. 하여, 분노는 모든 고정된 것에 균열과 해체를 일으키는 새로운 질서를 낳게 하는 힘이다.
[ 지성은 분노를 진화한다 ]
지혜가 깊어질수록 분노와 울분은 사그라진다.
- 니체 -
분노는 위험한 감정이다. 분노에 지배된 자는 자신 또는 타인까지도 파괴하는 어리석은 일을 행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떠한 사람이 분노에 지배되는 것일까?
분노에 지배되는 자는 원초적인 인간일 것이다. 원초적이란 정제되지 않았기에 자신의 본능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것이다. 정제되는 것이란 지성을 통해 자신을 통제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지성으로 인한 지혜가 깊어질수록 마음은 고요해지며 평온함을 얻는다. 어떠한 것에도 쉽사리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을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깊은 사유와 통찰력은 저열한 분노를 잠재우며, 분노의 강력한 힘을 자신과 타인 또는 사회를 이롭게 하는 힘으로 적재적소에 발현되게 하는 힘을 가지게 한다.
당신은 분노에 의해 파괴당할 것인가? 분노를 이용하여 모든 부당한 것을 파괴할 것인가? 지성은 당신의 분노를 통제하게 할 것이며, 분노를 보다 나은 삶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