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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빛고래 Jan 30. 2022

칼세이건, 코스모스에 대한 철학적 단상(6)

칼세이건 [코스모스]

칼세이건 [코스모스]




나무는 햇빛을 생존의 동력으로 삼는 아름답고 위대한 기계이다. 땅에서 물을 길어 올리고 공기 중에서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여 자신에게 필요한 음식물을 합성할 줄 안다. 그 음식의 일부는 물론 우리 인간이 탐내는 것이기도 하다. 합성한 탄수화물은 식물 자신의 일들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의 원천이 된다. 궁극적으로 식물에 기생해서 사는 우리 같은 동물은 식물이 합성해 놓은 탄수화물을 훔쳐서 자기 일을 수행하는 데 이용한다. 우리는 식물을 먹음으로써 탄수화물을 섭취한 다음 호흡으로 혈액 속에 불러들인 산소와 결합시켜 움직이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뽑아낸다. 그리고 우리가 호흡 과정에서 뱉은 이산화탄소는 다시 식물에게 흡수돼 탄수화물 합성에 재활용된다. 동물과 식물이 각각 상대가 토해 내는 것을 다시 들이마신다니, 이것이야말로 환상적인 협력이 아니고 또 무엇이겠는가? 이것은 지구 차원에서 실현되는 일종의 구강대 기공의 인공호흡인 것이다. 그리고 이 위대한 순환 작용의 원동력이 무려 1억 5000만 킬로미터나 떨어진 태양에서 오는 빛이라니! 자연이 이루는 협력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 칼세이건, 「코스모스」, 사이언스북스, 87쪽 >


태양은 아무런 대가 없이 엄청난 에너지를 태양계에 방출한다. 지구의 모든 유기체는 태양으로부터 공급받은 에너지를 상호 교환하며 생존한다. 자연은 태양의 대가 없는 증여와 서로를 상생하는 끊임없는 순환으로 유지된다. 증여와 순환이 곧 생명을 존립하는 기본원리다. 하지만 지구 상에서 유일하게 증여와 순환에 반하는 가치를 추구하는 존재가 있으니. 바로 인간이다. 인간을 제외한 모든 유기체는 오직 생존에 필요한 자원을 취할 뿐, 그 밖에 어떠한 잉여도 소유하지 않는다. 이에 반해 인간은 생존을 넘어선 소유를 욕망한다. 그리고 소유의 무한 증식을 향해 질주한다. 소유와 증식이 지상 목표가 된 것이다. 하여, 증여와 순환이라는 우주적 원리와 배치되는 인간의 욕심은 그에 따른 과보(果報)를 낳는다. 인간과 자연의 갈등은 환경파괴와 자연재해라는 재앙으로 돌아오며, 자원의 고갈은 인간 사이에 파괴적 갈등을 일으킨다. 나의 삶은 과연 어떠한 가치를 중심에 두고 있는가? 증여와 순환이라는 우주적 원리에 어긋남이 없이 모든 유기체와 상생하고 있는가? 소유와 증식이라는 오늘날의 주요한 가치를 향해 모든 걸 수단으로 삼고 있는가? 전자는 코스모스와의 통즉불통(通則不痛)이요. 후자는 코스모스와의 불통즉통(不通則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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