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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포걷달 Nov 18. 2020

한국 웹에이전시의 꿈을 키우는 사람, 이주민 입니다

푸라이데이 No 1, (주)이트라이브 이주민 대표 - 2020.9

어디에도 없는 진솔한 이야기 ‘푸라이데이’, 안녕하세요? 이주민 입니다


안녕하세요? 이주민 입니다


나와 동갑내기 이주민 대표를 초대했다. 만날 때마다 편안함을 주는 '키다리 아저씨'. 덥수룩하지 않은 수염, 모던하지 않은 헤어, 벙거지 모자에 부끄럽지 않은 몸매, 키가 크고 나름 패셔너블하다. 십수 년간 웹에이전시를 창업하고 운영하면서 생긴 날렵함과 세련됨이 있다. 하지만 접근성이 좋다. 누구나 어렵지 않게 다가갈 수 있는 인간미(人間味), 매력적인 분이다.


사진의 벙거지 모자는 와이프께서 손수 제작하셨다.  만들어주신 분도, 그걸 잘 쓰고 다니시는 분도 모두 부러웠다. 푸라이데이 게스트 준비물은 '아무 술 한병'. 오늘 이대표께서 준비한 술은 바로 'RALSON-JACOBS'이다.

RALSON-JACOBS(랄슨제이콥스)
USA,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의 까베르네쇼비뇽 풍미를 잘 살린 와인. 알콜도수 14.7%, 무게감 좋고 밸런스가 굿이다. 20년 보관이 가능하다. 1976년 10월, 파리에서 '파리의 심판(Judgment of Paris)'이라는 세기적 사건이 벌어졌는데, 나파밸리 와인이 프랑스 와인을 꺾고 새로운 왕좌로 등극을 했다.



최고를 꿈꾸는 에이전시, ‘이트라이브’


‘이트라이브’는 동교동에 위치한 업력 14년 차(2006.2월 설립)의 웹에이전시이다. 주력은 온라인 마케팅과 브랜드, 미디어, 홈페이지 및 모바일 구축이다. 국내 웹에이전시 순위 30위를 랭크하고 있으며(20년 9월 현재), UI/UX 디자인과 기획력이 매우 뛰어나다. 3년 주기로 업계 순위가 엎치락뒤치락하는데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고, 매출이 고만고만하며, 빠르게 돌고 가라앉는 디자인 트렌드와 기술에 민감하다. 한때 10위권 안에도 들었지만, 잠시 딴 생각하다 뒤로 잠시 밀렸다. 지금 임직원 모두가 열심히 뛰고 있으니 조만간 Big10에 재진입하리라 본다.



AR/VR 사업을 하다, 회사가 휘청 했죠.


기존 사업 외, 늘 새로운 사업으로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것은 여느 기업과 다르지 않다. 언제 어떻게 쓰나미가 올 지 모르니, 미래 먹거리로 언덕을 충분히 높여놔야 한다. 아이템이 중요했고, 그래서 6년 전에 선택했던 것이 AR/VR 사업이었다.


2014년 당시만 해도 AR/VR은 미래가 충분히 보장된 사업 아이템처럼 보였다. 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을 처음 언급했던 연도가, 그리고 증강현실 대세였던 ‘포켓몬 고’가 출시된 해가 2016년도였으니 그보다 2년은 빨랐다. 누구나 좋아할 아이템이었지만 누구나 만들 수 있었던 아이템은 아니었다. 그나마 시작점이 빠른 업계가 게임 분야였다.


2006년 Will, 2010년 xbox360의 키넥트와 playstation3의 ps move 등은 vr게임은 아니었지만, 모션인식을 통한 체감형 게임으로 매우 큰 인기를 끌었다. 이 대표는 그런 쪽에 귀와 눈이 번뜩이는 귀인이다. 남들이 아직 시작도 안 한, 재밌는, 기똥찬 아이템. 나름 외국에서 일한 사람, 그 분야 전문가들을 재빠르게 영입을 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시발점이었다.


내가 이대표를 처음 알고 얼마 안 있어, vr 사업을 시작한다기에 당시 회사가 위치한 서교동으로 찾아갔다. 외국에서 생활한 듯 한 멋진 여성 전문가가 직접 반겼고, 그리고 스튜디오에 나를 데려갔다.


'오 마이갓!'

최첨단 vr사업을 한다면서 스튜디오에는 이미 수년 전에 출시됐던 xbox360의 키넥트가 설치되어 있지 않는가? 이걸 아는 척해야 해 말아야 해. 체감형 게임은 몇 번 접하고 나면 흥미가 금세 떨어진다. 집에 있지도 않은 다락방 어디에 쳐 박아둔 키넥트를 여기 최첨단 vr 스튜디오에서 보다니. 빛 뿜뿜 하며, 키넥트를 보고 나 더러 손짓을 하란다. 시키면 해야지. 저기 화면 그래픽이 움직인다고, 원더풀 웃음으로 나를 쳐다보는데, 땀이 났다.


처음이라 이해했다. 이제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으니, 스튜디오에 vr 비슷한 기계들이 있으면 얼마나 있었을까 싶었다. 그날은 이해하고 웃으며 헤어졌다. 그리고 몇 달 뒤, 진지하게 나의 생각을 전달했다. vr사업을 재정립하고 사람 문제는 다시 고민해봐야 하지 않겠냐고. 물론 이대표도 느꼈던 부분이라 빠르게 인력을 재편하고 좀 더 규모 있는 테마파크형 vr사업으로 확대해 나갈 준비를 했다. 다시 1년 뒤, 내가 그 사업에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았을 때 ‘이트라이브’는 이미 정점을 찍고 있었다. '빚의 향연'. 마지막 사업 투자금이 바닥을 헤집는 소리. breakpoint. 더 이상 물러 설 곳도 없고 바로 접어야 되는. 뼈 아픈 결정이었지만 이 대표는 vr사업과 관련된 모든 걸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vr사업의 극단까지 가 보고, 수많은 논문 탐험에 게임협력개발, 체험형 vr방 체인점까지 안 해 본것도 없었지만 더 이상 vr사업의 투자로 인해 건실한 회사를 망가뜨릴 수는 없었다. 그렇게 2018년 '이트라이브'는 온전한 웹에이전시로 다시 돌아왔다.




지금 코로나 때문에 난리도 아닌데, 오프라인 체감형 사업이 웬 말입니까. 딱 5년만 정신 차리고, 다시 도전하겠습니다


'이트라이브' 사업에 실패는 없다. 다만 아플 뿐이다. 그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것도 사업의 일환이고, 결국 대표가 짊어지고 갈 숙명이다. 회사 직원들이 없었다면 일어나기 벅찰 일도, 결국은 그들 때문에 일어설 수 있었나 보다. 잠시 휘청였지만, 어느새 다시 고도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 당분간 다른 신사업보다는 원래 잘하는 것에 100% 집중하기로 했다. 나름 자부심 컸었던 사업체였었는데, 더 늦기 전에 업계 최고로 만들어야 한다. 시간이 문제지 어려움은 별 거 아니다. 늘 있어야 할 어려움마저 없다면 그건 죽은 사업 아닌가.


최근 '이트라이브'가 홍대입구, 연남동 핫플레이스로 사무실을 이전했다. '경의선 숲길'과 멀지 않고, 또 시끄럽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새롭게 사무실을 오픈한 지 얼마 안 된지라, 조금 복잡하다고 너스레를 떠셨지만 나는 너무나 좋았다. 처음 들어서는 순간 사무실이 정갈하고 잘 꾸며지고의 문제가 아니라, ‘일 하는 회사’의 기운을 느꼈다. 오랜 기간 구매업무를 하면서 수많은 중소업체를 방문했었고, 나름 '잘 되는 회사'의 직감이 생겼다. 사무실을 들어서면 느낌이 온다. 그런 면에서 있어서 '이트라이브'는 기운이 충만했다.



딱 5년간 한눈팔지 않기로 하셨단다. 회사를 최정상에 올려놓고, 그때 다시 한번 도전하기로 했는데 내가 웃으며  같이 하자고 했다. 최소한 다른 의견으로 도움을 드릴 수는 있을 것 같았다. 다음 사업 아이템은 잘 모르겠으나, 개인적으로는 ar/vr사업을 다시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싶다. 근 2년간 해당 사업 기술은 또 급속도로 발전했으니까. 멀미 현상도 많이 없어지고, 게임 역사의 한 축을 차지하는 ‘하프라이프’ 후속작이 vr게임으로 나왔는데 완전 대박을 쳤다.


하프라이프: 알릭스
2020년 3월, VALVe 사에서 개발한 vr게임으로 올해 pc/vr 게임부문 GOTY를 예상한다. 극도로 발전된 물리엔진으로 플레이어가 현장에 와 있다는 착각을 게임 내내 하게 되며, vr게임계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작품으로 기록되고 있다. 그 흔한 멀미 증상도 거의 느끼질 못 한다. 흠이라면, 장비가 너무 비싸다는 것과 알릭스를 접하고 나면 다른 vr게임은 너무 라이트 하여 흥미를 못 느끼게 만든다는 점 아닐까 싶다.


세 시간 가까이, 이대표께서 준비하신 와인과 그리고 우리가 준비한 와인 세 병을 마셨다. 좋은 취기가 돌았다. 그리고 쏟아지는 웹에이전시의 과거, 발전과정, 운영의 어려움,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나를 제외한 '푸라이데이' 마담께서도 웹에이전시 대표님이라 죽이 잘 맞았다. 웹에이전시는 다재다능한 탤런트와 같다. 수많은 인재들이 새로운 기술, 디자인, 기획력으로 무장하여 고객의 다양한 요구를 해결한다. 누구는 3D 업종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다. 솔직히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쉬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 세대는 이제 길어봤자 10년 안팎이고, 다음 세대를 위해 이 시대의 웹에이전시를 ‘구글’로 만들어가는 많은 대표님들께 건배한다.

건배!


No 1. 이주민 대표 & Host Chef Han, Mapogundal
푸라이데이 룰(Rule of frithey)
게스트는 술 한 병을 준비한다. 주인장은 안주를 준비하고, 운영자인 나도 저녁거리를 챙긴다. 게스트 입장에서는 굳이 비싸고 좋은 술을 가져 올 필요는 없다. 처음부터 소주나 막걸리도 괜찮다고 말씀드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게스트는 고민한다. 특히 평소에 술을 좋아하지 않는 경우 더욱 그렇다. 첫 잔을 게스트가 준비한 술로 가볍게 시작하고, 계속되는 담소는 주인장네 와인으로 이어진다. 전체 시간은 무조건 2시간에 맞춘다. 아쉬울 때 다음을 기약하는 것도 요령이다.


금요일, 그들만의 만남 「푸라이데이(Fri-they)」
비즈니스 & 라이프 살롱 푸라이데이는 격주 금요일, 방배동 ’카페방배상회‘에서 진행됩니다. 카페방배상회 셰프인 Han과 게스트 섭외 담당 Mapogundal, 그리고 인디영화감독이자 교수인 Jina Davis가 함께 합니다. 참여를 원하시는 분은 Mapogundal에 DM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푸라이데이, Since 2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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