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美親)녀석: 내 스무날의 고독과 사랑 이야기
이제는
떠나야 할 때가 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랑했던 날들이 거짓은 아니었기에
그래도 이제는 정말
떠나야겠다고 마음먹으면
내 마음속에 나보다
네 마음속에 상처입은 내가
지워지지 않을까봐
이럴 때 담배라도 태울 수 있다면
그 흐릿한 연기속에
아무런 고민없이 질식해 버리고 싶다
사랑했던 날들이 아름다운 것은
사랑했던 날들이 거짓은 아니었기에
이별이라는 것 또한
아름다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네 앞에 서 있는 나는
왜이리 힘들어 보이는 걸까
만남은
헤어짐을 강요하고
사랑은 또다른 사랑을 위해
누군가 먼저 돌아서야 한다면
나를 네안에 죽이고
너를 먼저 떠나 버리리라
1996년 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