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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포걷달 May 18. 2024

눈부신 ‘신사동 가로수’ 길을 걷습니다

<非연재> 나는 걷고, 생각하고, 씁니다


서울 신사동에 있는 ‘리버사이드 호텔’은 한때, 그것이 2008년도 즈음이었습니다만, ‘물 나이트클럽’으로 아주 꽤나 유명했었습니다. 한남대교 남단에서 한강을 바라보는 뷰로, 호텔로도 유명했었는데 오늘 후배님 예식이 있어 오랜만에 가 보니 건물이 많이 낡은 느낌이네요. 특히 엘리베이터는 정원 8명만 들어와도 만원이 되는 아주 협소 그 자체고, 층고는 키 180이 안 되는 저에게 천장이 닿을까 봐 움추러들게 만들 정도로 매우 낮고 위협적으로(?) 느껴집니다.


‘물 나이트클럽’은 1981년 개장하여 2014년 폐장까지, 장장 33년의 역사를 가진 가장 유명한 나이트클럽 중 하나였다. 이주일과 조용필이 출연했었고, 1995년 1차 부도를 맞았지만 2008년까지 꽤나 성황리에 나이트클럽이 운영되었었다.


예식을 마치고 어디로 걸을까 하다, 길 건너에 있는 ‘신사동 가로수길’로 가게 됩니다. 재작년 이맘때만 해도 코로나가 한창인지라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올해는 꽤나 많은 젊은 분들이 거리를 활보합니다. 그래도 가로수길 그 자체는 아직 한가로우며, 골목 하나 차이로 ‘드문드문’과 ‘복잡복잡’이 한데 섞여 있습니다.


요 근래 비 오고 개인 다음날에는 ‘엄청나게 화창한 오월’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장미의 계절’이기도 하고 눈부시게 저린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여기저기 젊은이들의 애정은 제 눈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 모르게도 하거니와, 남몰래 부럽게도 하고 그렇네요. ‘그 시절, 나의 사랑은 언제였던가’ 아득아득합니다. 그런 거 있잖아요. 어느 날 아무 생각 없이 문 열고 밖을 나서는데, 바람이 스윽 불어오면서 순간 옛 생각에 가슴이 사무치는 거. 그것은 몇 번을 경험해도 뭐라 감정을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게다가 어떤 땅내음까지 함께 동반이 되면, 그 어린 시절의 초상화가 한꺼번에 가슴속에 파고들어, ‘아… 그립다, 그립다’ 하면서 못내 아쉬움에 혼자 바닥이나 하늘을 쳐다보며 웃습니다. 과거의 내가 현재와 겹쳐지면서 나오는 ‘인생의 멜로디’입니다. 그런 경험을 오늘도 가로수길 어느 한 모퉁이를 돌다가 순간 느껴버리네요. 여러 건물을 보다가 보세 옷과 모자를 파는 집을 보았는데, 밖에 전시된 모자가 너무 갖고 싶었습니다. 몇 번을 보다가 사진만 찍고 뒤돌아 섭니다. 가로수길에서 아내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집에 모자가 몇 개나 되는데, 또 살려고?



압구정에 ’현대고등학교‘가 있습니다. 그 현대고를 옆으로 끼고 한강변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들어가기 전, 몇 번을 와봤어도 그동안 보지 못했던 공원숲 ‘신사근린공원‘이 있는데, 아주 좋습니다. 이런 동네가 살기 좋다는 말은 괜한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미성아파트가 보이는데 오래되었습니다. 가격은 어마어마하죠. ‘낡음이 주는 희망’이라는 것이 있다면, 바로 이 아파트를 두고 하는 말 일 겁니다. 아파트를 사진에 남기고 한강공원으로 들어갑니다.


한강에 사람들이 엄청 많습니다. 요즘은 어딜 가나 사람들이 많아요. 명동에도 사람들이 가득하고 인사동과 북촌마을도 바글바글 합니다. 코로나 시절의 보상심리는 이미 끝난 것 같고, 그저 날씨 좋으니 다들 나들이 나오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인 것 같습니다. 집 안에만 있으면 귀차니즘으로 밖을 나오기가 싫은데, 이렇게 나와보면 모든 것이 밝고 즐거움입니다. 그렇게 한남대교 남단을 거쳐 반포대교까지 걸어옵니다.


최근 잠수교에서는 일요일마다 ‘차 없는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를 시작했습니다. 양방향 교통을 통제하고 오후 1시부터 저녁 9시까지, 서울시에서 마련해 준 야외용 탁자와 푹신 거리는 의자에 앉아 흐르는 한강을 바라보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가 있습니다. 24년 5월 5일부터 6월 23일까지 하는데 푸드트럭도 많고, 공연도 하고, 여러 가지 액세서리도 팔고, 놀러 온 사람들도 많고 그렇습니다. 작년 이맘때도 좋구나 느꼈는데, 올해는 더욱 발전한 것 같네요.


반포대교는 일정 시간을 두고 다리에서 ‘분수쇼’를 합니다. 오후부터 저녁이 되면 음악에 맞추어 나오는 분수 물줄기마다 보랏빛이 가득합니다. 분수 물줄기가 초여름을 한껏 시원하게 만드는데, 아이디어도 좋고 효과도 좋은 것 같습니다. 그렇게 잠수교를 건너 북단으로 넘어갑니다. 이제 다시 한강을 따라 마포까지 이동을 하는 코스입니다. 지난 1년간, 저는 이 코스를 자주 걸어서 집에 간 것 같습니다. 이제는 눈 감고도 반포대교를 지나 동작대교, 동작대교를 지나 저 멀리 한강대교와 노들섬을 볼 수 있습니다. 눈 감고도 보이는 경험은 익숙함이지요. 그리고 한강철교를 지나 원효대교까지 걸으면, 건너편 해 넘어가는 반짝임에 눈부신 63 빌딩이 보입니다. 빌딩의 시그니처인 황금빛이 너무 아름다운데, 태양이 지는 시간에는 그 아름다움이 어느 보석에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찬란합니다.


나이 들어 예식장보다 장례식장을 더 많이 가게 됩니다만, 오늘 모처럼 예식장에 와서 웃고 떠드는 모습에 좋았고, 날씨 좋은 날 걸어서 더욱 좋았던 것 같습니다.


-끝

본 여정 또한 걷고, 생각하고, 쓴 글입니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에세이 연재글에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에세이가 완료된 이후에도 이와 같이 걷기는 계속될 것 같습니다.


[Mapogundal’s Photo]



신사동 리버사이드호텔 > 가로수길 > 압구정 > 반포 > 용산 > 원효대교 > 마포 집, 전체 16.16km, 21,135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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