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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OB Jun 15. 2023

디자인 때문에 매출이 안 나온다고?

디자인 실무자의 머릿속



많은 사업자들이 고민한다. 우리 브랜드의 매출이 저조한 이유에 대해서.

내 사업이 생각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면 특히. 그리고 가장 쉽게 도달하는 생각.


‘우리 로고 디자인이 별론가? 너무 눈에 안 들어오는 것 아니야?’


‘사이트 디자인을 좀 바꿔보면 매출이 잘 나오려나?’


‘패키지 디자인을 바꿨는데도 왜 매출이 그대로지? 그래,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못했네.’


다시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 보자.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가? 진짜 매출이 나오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이 과연 그것뿐일까? 디자인 대행업을 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괜히 핑계를 대는 것 같이 느껴지고, 변명 같아 보일 수 있다. 아니, 그저 답답하고 억울한 디자이너의 하소연이라 생각해도 좋다. 하지만 팩트는 팩트. 우리 모두 서로의 관계를 내려놓고 냉정하게 사실만을 바라보도록 해보자.


이 글을 읽고 있는 사업자가 있다면, 그리고 만약 본인이 운영하고 있는 사업의 매출이 시원치 않다면, 마지막으로 그 사업의 아이템이 디자인 자체를 팔거나 디자인 아이디어를 파는 것이 아니라면... 진지하게 이 글과 함께 고민해 보면 좋을 것이다.(조건이 조금 많은가 싶기도 하지만...)



아무튼, 서론이 다소 길었지만 브랜드의 매출이 저조한 근본적인 원인은 생각보다 디자인이 아닌 다른 곳에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실제로 어느 정도는 디자인을 개선하면 일부 매출의 상승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기는 있다. 하지만 그 경우라 할지라도 오로지 [디자인 때문에] 매출이 좌지우지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이미 좋았던 제품이, 혹은 이미 좋았던 서비스가 디자인'도' 좋아서... 시너지를 일으키는 경우가 대부분. 그럼 여기서 이런 반론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닌데? 그냥 이쁘니까.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도 있지 않아?"


당연히 그런 경우도 있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경우라면 정말 가격이 싸서 내 생활에 아무런 지장도 없을 정도의 소비이거나... 다른 예를 찾아본다면, 아마 대표적으로 애플의 제품을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굳이 같은 성능임에도 더 비싼 애플을 사는 걸까. 진짜 단지 이뻐서일까?

물론 이뻐서 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대부분은... 사실 그 디자인이 이쁘기 이전에, 이미 그것이 ‘애플’이기 때문에 구매를 하는 것일 터이다.


그들은 애플의 브랜드 이미지를 구매한다.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 ‘그냥 이쁘니까’라고 쿨하게 대답하며 본인들의 감각과 안목을 애플의 수준에 얹어 편승하는 것이다. 아, 물론 내 이야기다. 그와 더불어 이쁜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어쨌거나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의 요지는 브랜드나 기업, 사업가는 디자인 외에도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에 고객이 구매할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것이다.




디자인 일을 하다 보면 생각보다 정말 다양한 니즈에 맞추어 디자인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와중에는 가끔씩...


‘여기에 디자인을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뭐가 될까?’


이런 의문을 가지게 하는 프로젝트도 간혹 생기기 마련. 언제나 주어진 여건 안에서 최선의 결과물을 뽑아내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 태생을 의심하게 만드는 경우. 속된 말로 눈 가리고 아웅 한다고 하는 경우다.


예를 들면 콩을 가지고 열심히 이것저것 가공해서 콩고기를 만들었다고 하자.

그렇지만 근본적으로 콩고기는 고기가 아니다. 그 콩고기를 이용해 정통 스테이크 하우스를 차리고 왜 옆집 스테이크 하우스만큼 매출이 나오지 않죠?라고 말을 하면 해줄 수 있는 말이라고는...

콩으로 그 정도 맛과 모양을 구현해 냈다는 것만 해도 놀라운 일입니다. 정도이지 않을까? 하지만 물론 이런 속마음을 클라이언트한테 곧이곧대로 말할 수는 없다.



그렇게 마음속에서 메아리치는 말을 목구멍 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이유?

우리는 디자인의 전문가지 사업의 컨설턴트는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저 클라이언트 보다 해당 사업에서 한 발자국 떨어진 제삼자로써, 일반 소비자 입장으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보이는 것들이 생길 뿐이다.


하지만 그 내용이 디자인에 대한 내용이 아닌 이상 함부로 언급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그 말로 인한 피해나 손실이 생긴다면 이를 책임 질 수도 없을뿐더러 잘 되었을 경우에도 우리에게는 아무런 이득이 없다. 우리는 '주어진 환경 안에서' 디자인적으로 더 좋아질 수 있는 방안을 최선을 다해 연구할 뿐이고, 나는 그것이 서로를 위해서도 좋은 태도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많은 클라이언트들께서는 디자인을 요청하면서 그 이상의 것을 원하시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디자인을 맡겼으므로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매출까지 책임지라는 식의 요청을 받을 때는 참 난처하기 그지없다.


“하라는 데로 디자인도 바꿨는데도 그다지 매출이 늘지가 않네요.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정말 난처하다. 진짜.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기회를 빌려 이야기해 본다.

보통 디자인 스튜디오는 돈을 받은 이상 못써먹을 디자인을 내어놓지는 않는다. 아마 대부분의 스튜디오가 그럴 것이다. 평가하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는 생길 수 있겠으나, 못 봐주겠다 싶은 퀄리티는 스스로의 자존심상으로도 내어놓지 못한다.


아직도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는가? 안 되겠다. 자, 같이 번화가로 나와서 한번 설문을 해보자.



이 제품, 혹은 서비스를 구매한다면 디자인은 그 구매 결정에 얼마나 영향을 주나요?

상 / 중 / 하


그러면 현재 이 제품 혹은 서비스를 사용함에 있어, 현재의 디자인은 문제가 있을까요?

(이 경우는 추가 질문지로 문제가 있다면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를 추가해도 좋겠다.)

있다. / 없다.


그리고 다시 물어보자. 혹시 이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사전에 봤거나 경험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있다. / 없다.


또 물어보자. 이 제품이나 서비스가 본인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상 / 중 / 하


마지막이다. 이 제품 혹은 서비스의 가격은 적절한가요?

상 / 중 / 하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하리라.

이제 진짜 뭐가 문제인지 보이는가? 디자인 외에도 문제가 될 요소는 차고 넘친다.


아무리 잘 만들고 이쁜 제품이라도 그 제품의 존재 여부를 알아야 살 수 있고, 다 좋은데 가격 정책이 문제일 수도 있다. 그도 아니라면 애초에 제품력이 낮을 수도 있고,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제품이 아닐 수도 있다. 이 경우엔 제품 기획부터가 문제라고 하겠다.(경험상 공급자의 관점에서 다들 이런 걸 좋아할 거야 라며 제대로 된 소비자 검증 없이 기획된 제품이 그렇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복수의 문제를 발견하기도 할 것이다.


드디어 결론. 매출과 성과를 손쉽게 디자인의 탓으로 돌리며 책임을 회피하지 말자. 매출과 성과는 디자인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디자인은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더욱 탄력을 받아 추진력을 일으킬 수 있는 일종의 부스터라고 보는 것이 옳다. 멋진 부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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