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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OB Feb 20. 2024

AI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디자이너의 태도

결국 디자이너는 도태될 것이라는 생각에 대하여



너무 오랜만에 들어온 브런치.

브런치를 너무 오랫동안 방치했다는 막연한 불안감과 의무감(?)을 가지고 뭐라도 끄적여보자는 마음으로 글쓰기에 임했기에 이 글의 끝이 어디로 갈지 아직 모르겠다. 그러나 최근, 아니 불과 하루 전에 겪은... 개인적으로 꽤 충격이 컸던 대화를 계기로, 스스로의 생각도 정리해 볼 겸 이번 글을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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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발단은 어제.

"OPEN AI에서 발표한 SORA 혹시 보셨나요?"

이 한마디에서 시작되었다.


그 말에 나 또한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AI 기술에 대한 경이와 놀라움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가볍게 시작한 대화였으나, 대화가 이어질수록 대화를 주고받던 상대의 결론이 어째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감을 느꼈다. 그 대화를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결국 디자인이라는 이 산업분야는 곧 AI로 대체될 것이며, 그렇기에 이 비즈니스 모델 자체에 대한 회의감이 든다는 이야기.


물론 해당 대화상대는 따지자면... 디자이너가 아니었지만- 밀접한 연관성이 있고, 개인적으로는 언제나 비즈니스 측면에서 리스펙 하던... 가장 가까운 지인(?) 중 하나였기에 그의 말과 태도는 나에게 꽤나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디자이너가 아닌 일반인들의 시선에서 현시대를 어떻게 보고, 느끼는지 피부로 실감하게 되었다.




잠깐 개인적인 근황을 이야기하자면, 나는 최근- 현재 출시된 여러 AI툴들을 유료 결제까지 하며 이것저것 만들어보고, 공부/연구를 하는 중이다. 그리고 그 놀라운 결과물에 감탄하며 이를 어찌 더 잘 써먹을 수 있을지를 연구하던 중.


그렇기에 위와 같은 대화에서 해당 툴들을 실제로 써보며 느낀 한계와 내가 생각하는 디자인의 가치에 대해 피력하며 다양한 반론을 제기했으나... 그 모든 반론에 허탈한 미소와 함께 '아직은.'이라는 말만 던지던 모습에 나는 더 이상 할 말을 잃어, 해당 대화를 길게 이어갈 수 없었다.



- 제가 실제로 써보니, 아트워크 자체는 훌륭하게 나오는 것이 사실이지만 목적한 바에 핏한 결과물은 생성형 AI만으로는 불가능하더라고요. 그렇기에 디자이너는 그 이격을 좁혀주는 역할로써 분명한 포지션이 시장에...

- 아직은. 아직은 그럴 뿐이죠. 1달, 2달? 1년 후, 5년 후를 생각했을 때... 글쎄요. 그 마저도 금방 메워질 거라 봐요.



- 디자인이 단지 퀄리티 높은 시각물을 뽑는 일이 아니라는 것은 동의하시잖아요?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 목표하는 타깃의 성향 등 모든 걸 다각적으로 고려해서 시각적 전략을 잡아주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 디자이너의 역할인데... 생성형  AI가 그 부분까지는...

- 아직은. 그것도 아직 그럴 뿐이에요.



- 뭐, 그럼 말씀대로 그 모든 영역을 AI가 대체한다고 하더라도- 그 AI툴 자체를 다룰 사람은 필요하지 않을까요? AI에게 필요한 부분을 설명하고, 명령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디자이너가 되는 거죠. 저는 AI가 디자이너의 표현방식을 더 풍성하게 해주는 일종의 툴이 늘어났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리고 그런 결과물을 더 조화롭고 매끄럽게 디렉션을 주는 역할이 디자이너의 지향점 아닐까요.

- 글쎄요. 저는 직접 해보니, 얼마든지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 가능해서- 그 부분이 경쟁력이 있을까 싶네요. 최종적으론 이 업계의 최상위 0. 몇% 정도만이 디렉터로써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겠죠.



- 음... 그럼 이렇게 생각해 봐요. 현재 웹사이트를 만들고자 하면 웹코딩을 몰라도 웹사이트를 제작할 수 있게 해주는 많은 서비스들이 넘쳐나지만, 사람들은 그 서비스들조차도 어렵게 느끼며 잘 이용하지 않고, 하더라도 시각적으로 조화로운 결과물을 만들 수 없어서 결국 디자인 의뢰를 하지 않던가요? 저는 같은 맥락에서 AI를 보고 있어요.

- 네. 맞는 말씀이죠. 그렇기는 하지만 역시- 그런 서비스들이 시장에 나와 있기에 웹사이트를 직접 만드시는 분들도 분명 많아지기는 하지 않았나요?

- 뭐, 그런 분들도 분명 있으시긴 하죠.

- 그 부분이에요. 결국 비즈니스는 모수의 싸움입니다. 결국 모수가 줄어들면 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어요.




이미 결론을 내려버린 상대에게 그 이상 반론을 길게 이어봐야 결국 언쟁으로 이어질 뿐이라 생각하여 대화는 그것으로 마무리하였다. 그는 그 대화를 통해 나에게 무슨 말이 하고 싶었던 걸까? 시대가 이렇게 되었으니 AI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고 지금이라도 빨리 다른 살길을 찾으라는 말을 하고 싶었을까.


물론, 그 조차도 혼란스럽고 충격적인 현실에 정리되지 않은 심정을 편하게 던졌을 뿐이라는 부분을 이해하며, 디자이너가 아닌 사람이 디자인 관련 업에 발을 담그며 느끼는 불안감도 이해한다. 그리고 여전히 그 비관적인 시각에 100%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 관점이 맞는 부분도 분명히 있는 것도 사실. 나 또한, 분명 AI로 인하여 이 산업의 구조가 지금까지와 매우 다른 모습으로 변할 것이라는 부분에 충분히 동의하는 바이기에- 모든 디자이너는 지금, 경각심을 가지고 AI라는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흡수하고, 연구하고,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진짜 디자이너'라면 이 시대를 대하고 받아들이는 '디자이너 다운'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 나는 디자이너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이는 디자이너로써 지향점의 문제, 태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렇고 그런- 단순 아트워크 위주의 콘텐츠, 스톡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지향점인 디자이너라면 현시대는 엄청난 위기임은 맞으리라. 하지만 나의, 우리의 지향점은 겨우 그 정도가 아닌 것을... 기술이 얼마나 어떻게 발전하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문제는 얼마나 '잘' 하는가에 있다. 같은 AI를 활용하더라도 누가 더 잘 사용하는가.


누구나 요리를 하지만 누구나 요리사/셰프가 될 수 없다.

누구나 뛸 수 있지만 누구나 마라토너가 될 수 없다.

누구나 글을 쓰지만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누구나 AI를 다룰 수 있겠지만 누구나 디자이너가 될 수는 없다.


이렇게 생각하면 명확하지 않은가.

나는, 아니 우리는 그 누구나보다는 분명 더 좋은 디자인을 할 수 있다.


시장의 규모는 현재보다 일부 쪼그라들 수 있겠지. 하지만 우리가 지향하는 지점은 그 쪼그라들고 사라져 버릴 위치에 있지 않다. 그리고 대체 언제 디자인 산업이 타 산업 대비 경쟁력 있는 분야였던가? 단 한 번도 그래왔던 역사가 없다. 애초에 그런 관점으로 삶을 살았다면 우리는 디자인을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다른 공부를 하거나 장사를 했겠지.


이 업계의 최상위 몇몇만이 명맥을 유지할 것이다? 그럼 왜 우리가 그 최상위 몇몇이 되고자 하지 않는가. 그렇기에 이런 비관론에 빠지면 끝이 없다. 곧 배고플 텐데 왜 먹고, 언젠가 죽을 텐데 왜 사는가. 이와 같은 논리로 따지면 인간이 하는 일에서 기계와 AI가 대체하지 못할 영역이 비단 디자인뿐인가? 현재 인간이 하는 일의 90% 이상은 대체 가능하지 않겠는가. 그야말로 디자이너가 아니기에 할 수 있는 비관론. 전문가가 아니기에 전문가의 영역을 가치절하하여 판단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말들.


그렇기에 나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디자이너로써 이 말을 꼭 하고 싶다.

뭐가 얼마나 발전했다 하더라도 내가...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이너다.

이 일을 업으로 삼은 사람이 이런 자신감도 없으면 안 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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