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편지, 멈춰버린 번호, 그리고 내 안의 기억들
어릴 적,
나에겐 단짝 친구가 있었다.
늘 함께 붙어 다니며,
서로의 비밀을 나누던 친구.
그러다 하루는 그 친구가 이사를 갔다.
그땐 휴대폰도, 삐삐도 없던 시절이었다.
연락이 닿을 길이 없었다.
그렇게, 친구는 나의 곁에서 사라졌다.
중학생이 되었을 무렵,
또 마음에 드는 친구를 만났다.
소중한 인연이라 생각했던 그 친구 역시
어느 날 먼 외국으로 이사를 갔고,
우리는 손 편지를 주고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 편지도 끊기고 말았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도
좋은 친구를 사귀었지만,
그 친구 역시 가족과 함께 해외로 이민을 갔다.
새로운 삶을 시작한 그 친구의 소식도
어느 순간 멈추고 말았다.
그렇게,
나는 계속해서 좋아하던 사람들을
멀리 보내야 했다.
그리움만이 내게 남았다.
왜였을까.
가장 그립던 때,
가장 보고 싶었던 그 순간에
늘 그들은 내 곁에 없었다.
소식도, 흔적도 없이.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사람을 만나고, 또 헤어지는 삶을 반복하며
조금씩 알게 되었다.
이별은 우리 삶의 일부라는 것.
그리워도 다치지 않는 법이 필요하다는 것.
사실,
마음을 비운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다치고, 아물고, 다시 다치기를 반복하며
시간을 오래오래 내어주어야 한다.
그렇게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조금은 익숙해지고,
조금은 단단해진다.
이제는 안다.
이 모든 만남과 이별, 그리움과 아픔이
나를 살게 했고,
결국은 나를 만들어왔다는 걸.
어릴 적부터 나는
좋아하는 사람들을 늘 보내야만 했습니다.
이름은 흐릿해졌지만,
그 시절의 따뜻함과 아련함은 여전히 제 안에 살아 있지요.
오늘도 문득,
소식 없는 그 친구들에게 조용히 안부를 전합니다.
그리운 이름들,
모두 잘 지내고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