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속 사람들

새벽 물류센터의 기록

by 그리니 의 창가



신발은
무거운 안전화

옷은
아래위 붙은 우주복

줄은 많아
집품줄, 포장줄, 멀티줄
줄줄줄

서로 조금이라도
편한 쪽에 서고 싶지만

빨간 조끼가 말해
"1234 나오세요"

핸드폰 뒷번호가
내 이름이 돼

발가락 아파서 포장줄
팔이 아파서 집품줄
그래도 계속 뽑혀가

"1234 나오세요"

결국은
냉장고 같은 공간에서
빨간조끼가 말하는 곳으로

땀은 줄줄
발가락은 팅팅
손가락과 팔은
너덜너덜

새벽차 타고
집 근처에 내려
터덜터덜
너덜너덜
다시 집으로

그래도
감사해

오늘 하루
진짜 고생했다고



(이 시는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썼습니다.
무거운 안전화와 우주복 같은 작업복, 반복되는 줄 작업 속에서
이름 대신 불리는 핸드폰 뒷번호,
몸은 고단하고 마음은 지쳤지만
그래도 “오늘 하루 진짜 고생했다고” 말할 수 있었던
그 시간을 기억하고 싶었습니다.

차가운 공간 속에서도 뜨겁게 일했던
그 모든 이들을 위한 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