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찌의 고양이 관찰일기

"이 집은 나 없인 안 돌아간다니까"

by 그리니 의 창가


고요한 감정의 결들을 따라 걸어온 10편의 이야기.

오늘은 그 사이, 작은 웃음을 전하려 합니다.

내 곁에 있는 털복숭이 가족, 뚜찌와 빠찌의 이야기예요.

작은 에피소드를 통해 오늘 하루, 당신의 마음에도 웃음이 머물기를 바랍니다.




내 이름은 빠찌. 나이 8살. 이 집의 둘째다. 아니, 이제는 실세라고 할 수 있지.

우리 집에는 거대한 고양이형 인간이 있다. 기숙사에 가 있어서 자주 볼 수는 없지만, 그 녀석은 나를 들었다 놨다, 천장에 닿게 하질 않나, 품에 꼭 안아주질 않나. 무서운데… 싫지는 않다. 형아니까.

아빠는 방에 들어가면 나올 줄을 모른다. 늘 똑같은 영상을 돌려보며 실실 웃는다. 저게 뭐가 그렇게 재밌는 걸까? 정말 이해할 수 없다. 엄마는 바쁘다. 매일 나갔다가 들어오고, 들어왔다가 나가고… 무한 반복. 그러다 집에 있으면 잠만 잔다. 며칠 밤을 새운 듯한 얼굴로 말이야. 그래서 나는 오늘도 엄마 이불 위에서 조용히 자는 척을 하며 감시한다. 고양이의 책임감이다.

그리고 내 동생, 뚜찌. 아… 정말 대책 없다. 자기 발소리에 놀라는 고양이라니. 몇 살인데 아직도 그러냐? 하지만 나는 형이니까, 늘 지켜본다. 저 녀석이 밥은 잘 먹는지, 화장실은 잘 가는지, 엄마 간식 줄 때 나보다 앞서지는 않는지.

우리는 하루 세 번, 엄마가 집에 들어올 때 간식통 앞에 앉는다. 나의 출렁이는 뱃짤은… 그래, 치명적이다. 엄마는 자꾸 내 뱃살을 만지며 눈이 넘어간다. 간식을 3개밖에 안 준다고? 그건 너무했다. 하지만, 나는 참는다. 나는 빠찌니까.

밤이 되면 나는 순찰을 돈다. 아빠는 숨 쉬고 있나 확인하고, 엄마는 물에 빠지진 않았는지 체크하고, 뚜찌는 어디서 자고 있나 꼭 확인한다. 형이 없는 집, 내가 지켜야 하니까. 나는 이 집의 든든한 장남이다. 아니, 고양이 대장 빠찌다.

오늘도 내 하루는 바쁘다. 귀엽고, 의젓하고, 치명적인 나. 이 집은 나 없인 안 돌아간다니까?



처음에는 그냥 장난처럼 상상하며 시작한 글이었는데,

빠찌의 시선으로 바라본 우리 집은 생각보다 더 사랑스럽고 유쾌했어요.

때론 귀엽게, 때론 아주 단단하게 우리 곁을 지키는 빠찌의 하루를 웃으며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