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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솜 Dec 16. 2019

1화 미술 불감증? 정상입니다

한국과 프랑스의 미술교육


프랑스 미술관을 방문하면 신기한 광경을   있다. 그림 앞에 쪼롬이 앉은 아이들이 너도나도 손을 들며 대답하려는 모습. 요즘은 한국 미술관에서도 아이들 대상으로 도슨트-그림 설명-하는 광경을 종종   있지만, 질문을 통해 스스로의 해석을 돕기보단 작품에 대한 설명으로 그치는 듯하다. " 선생님은 대체  물어보는 걸까?" 같이  친구에게 물었더니, 비슷한 교육을 내게 해주겠다며 쿠르베의 <오르낭의 장례식>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뭐를 그린 그림 같아? 뭐가 눈에 띄어?"

", 장례식? 그리고 계급이 눈에 띄어. 성직자도 있고, 하녀 무리도 있고."


"장례식이라면 사람들의 표정은 어때?"

"빨간  성직자는  무관심해 보이고, 왼쪽 어린 성직자는 집에 가고 싶어 하는  같은데? 오른쪽 여자는 가족 같은데 입은 슬퍼하는데 눈을 다른데 보고 있어. 교활해 보인달까?"


"전형적인 슬픔의 장례식 같진 않지? 산만해 보이고. 무관심해 보이는 성직자의 얼굴이 좀 빨갛지 않아? 마치 술 마신 것처럼. 이 작품이 발표되었을 때 논란이 많았대. 도덕적으로 타락한 성직자나 애도하는 척하는 위선적인 가족 등 민감한 주제를 다룬 거지. 실제로 성직자들이 술을 마시고 장례에 참석하기도 했고. 이런 모습을 고발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해."


이런저런 질문에 답하며 살펴보고 해석해보니 한결 그림이 재미있었다. 그녀가 처음부터 " 그림은 도덕적으로 타락한 사회를 고발하려고 그린 것이다."라고 했다면 어땠을까. 미술관 곳곳에 앉아있는 아이들이 잠시나마 부러워지며 프랑스의 미술 교육이 궁금해졌다.


친구 Celinè 말하길 모든 아이들이 미술관에서 교육받는  아니지만, 프랑스의 교육이 전반적으로 그림을 '해석, 분석하도록 권장'한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예를 들어 중학교 때는 필수교육으로 미술, , 사진   작품을 골라 자신의 해석을 발표하는 시간이 있다고 한다. 그녀는 피카소의 <게르니카> 발표했다. 물론 그림이 그려진 배경에 대한 정보도 전달하지만, "왼편에 새가 그려진 방식이 평화를 상징한다고 생각한다."식의 해석을 덧붙였다고 한다. 그녀의 해석에 동의하진 않지만, 서로의 해석을 들어보는 시간이 흥미로웠다.




평화? 나치의 폭격을 평화의 상징이 꾸짖는 것 같긴 하다!


반면 내가 한국에서 받았던 미술 교육은 어땠던가. 중학교  받은 미술교육이 기억에 남아있다. 작가  작품 관련 정보를 외우고, 작가와 작품을 연결하는 줄을 긋던 시절. (짓궂게도 모두 수평선이 되는 문제도 있었다.) 물론 작품을 대할 , 미술의 역사를 배우며 고전주의-인상주의-추상미술 등의 전개를 알아두면 좋다. 시대 혹은 그룹별 미술을 나누어  취향을 알아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보 위주를 암기하는 교육 방식으로는 작품 자체를 스스로 감상하기 어려웠다. 작품 앞에 서면 " 느껴야 하는 거지" 혼란스러웠다. 그나마 정물 혹은 인물화를 보면 "사진 같이 잘 그렸네" 하고 넘겼고, 인상파는 "이쁘네" 그만이었다. 현대로 넘어오는 추상미술은 정말 싫어했다. " 나타내고 싶은지" 모르는 감정이 싫었다. 주변 친구들이 미술에 흥미 없는 이유도 이러한 교육이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미술=정보 암기'였는데 모르는 작품을 만나면  알고 느끼란 말인가.



채점하지 않는, 내 멋대로 미술 감상법

결국, 성인이 되어 미술 감상하는 법을 스스로 찾아 나섰고,  가지 질문을 통해 작품과 노는 방법을 체득했다. ' 나타내려  걸까' 정답을 맞히는 감상법이 아니라,  맘대로 추측하고, 해석하고, 떠들어 보는 감상법. 아직은 습관을 버리지 못해 혼자 실컷 추측하다가 정보를 찾아 채점(?) 해보기도 하지만,  멋대로 대화하고 감상하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다. 어느덧 고전 미술보단 추상미술이 좋아졌는 , 이것저것 채워보는 '작품과 감상 사이의 넓은 여백'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올해 가을, 파리를 방문하며 코리안-프렌치 레스토랑에 들렀다.  가지의 코스 요리를 내오는 파인 다이닝 식당이었는데, 음식이 나올 때마다 요리사가 재료를 맞춰보라고 했다. " 음식은 어떻고~"라는 힌트도 없었다. 어디서 먹어본 맛이더라? 색감은? 질감은? 냄새는? 등등 질문과  식대로의 추측으로  즐겁게, 풍부하게 음식을 즐길  있었다. 물론 정답을 맞히면  기쁘긴 했지만. 미술도 비슷하다. 작품 앞에서의 이런저런 질문과 혼자만의 답변으로 과정이 즐거운 미술 감상을 시작해보자.

 


앞으로의 이야기
1화 미술 불감증? 정상입니다.

2화 미술? 쉽게 음식으로 생각해 봅시다

3화 무엇을 그렸고 왜 그렸을까

4화 무엇에 집착했나

5 어떤 구성과 구도를 택했나

6화 무엇을 느끼며 그렸을까

7화 연습문제 1 피카소

8화 연습문제 2 퐁피두

9화 연습문제 3 까르띠에

10화 심화문제 루이뷔통 - 내 맘대로 해석하기!



관련 그림

Gustave Courbet, A Burial at Ornans (귀스타브 쿠르베, 오르낭의 장례식) @Musée d'Orsay

Pablo, Picasso, Guernica (파블로 파카소, 게르니카) @Louis Vuitton Foundation


각 화와 관련된 그림의 위치를 함께 적어 두었습니다. 파리를 방문했던 19년 가을 당시, 소재지를 기준으로 하였습니다. 글에 삽입된 그림의 출처는 Wikipedia입니다. 위치가 없는 그림은 직접 만난 그림은 아니지만 글의 전개를 위해 삽입된 작품입니다.


Georges-Pompidou Center  | 조르주 퐁피두 센터

Musée d'Orsay  오르세 미술관

Louis Vuitton Foundation |루이비통 파운데이션

Foudation Cartier pour l'art contemporain |카르티에 현대미술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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