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찾아가는 법(라우팅)

네트워크를 읽고 삶을 잇습니다.

by 깅강일

글을 시작하며

저는 현재 서울 올라온 지 갓 50일 정도 되었습니다.

강남역에서 약속이 있어서 나왔는데 출구를 잘못 나온 건지 아무리 걸어도 못 찾겠더라고요.

지도 앱을 켜봐도 현재 위치가 계속 튀고 길 이름도 낯설어 결국 20분이나 헤맸습니다.


취업 준비를 하면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곤 합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떤 길이 맞는 길인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 답답함.

오늘은 네트워크보다는 제 경험 위주의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모든 길 찾기의 원리는 유사한 부분이 있더라고요. 지나고 보니 네트워크에서의 라우팅이라는 것과 유사하다고 느낀 부분이 많았습니다.


빈 라우팅 테이블로 시작하기

네트워크에서 데이터에게 길을 찾아주는 장비들을 라우터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라우터들은 '라우팅 테이블'이라는 일종의 지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느 길로 가면 어디에 더 빨리 도착할 수 있는지 어떤 경로가 막혀있는지에 대한 정보들이 담겨있죠.

하지만 처음 설치된 라우터의 테이블은 거의 비어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라우터들과 정보를 주고받으며 점점 더 정확해지는 거예요.


아까 제가 서울에서 길을 잃었던 이야기가 생각나지 않나요? 오늘은 삶보다도 취업을 준비하는 제 이야기로 풀어보겠습니다. 모든 과정은 유사하거든요.


저는 기회의 땅에 가야만 뭐라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아무런 연고도 없는 서울에 방을 구했습니다.

당연하게도 길에 대한 정보도 취업에 대한 정보도 텅텅 비어있었죠. 하물며 어떤 회사가 좋은 회사고 면접에서 뭘 물어보는지 이력서는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모든 거이 미지의 영역이었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게 커피챗이었어요.


다른 라우터들과 정보 교환하기(커피챗)

"안녕하세요, 해당 직무에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인데 30분 정도 시간 내주실 수 있을까요?"


실제론 더 길게 적었지만 이 한 마디를 적어서 보내기까지 정말 많은 시간과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낯선 사람에게 먼저 연락한다는 게 쉽지 않았거든요. 간절함을 알아주신 건지 제가 인복이 좋은 건지 대부분의 현직자분들이 흔쾌히 시간을 내주셨어요.


"이 회사는 이런 분위기고 이 직무에선 이런 걸 중요하게 봐요", "이쪽을 중점적으로 준비해 보세요"


이런 정보들을 하나씩 들을 때마다 제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목적지까지 가는 지름길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게 라우팅 테이블을 업데이트하는 과정들인 거죠. 전에는 막막하기만 했던 취업이라는 것이 조금씩 선명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때로는 돌아가는 길이 더 빠르다

한 커피챗에서 인상 깊었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중고 신입에 대한 것이죠.

그분은 처음 목표했던 회사에 떨어졌지만 시간을 들여 다음 공채를 준비하기 보다도 다른 회사에서 3년간 경험을 쌓은 후, 결국 원래 목표했던 회사에 더 좋은 조건으로 들어갔다고 하더라고요.


네트워크에서도 직선거리가 가장 가까운 길이 항상 최적은 아닙니다. 실제 길 찾기에서도 교통체증이라는 게 있는 것처럼 네트워크에서도 그 경로가 혼잡하거나 불안정하다면 조금 돌아가더라도 더 안정적인 길이 더 빠를 수 있어요.


물론 언제나 결과론적인 것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원하는 곳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는 것과, 그 길이 사실은 꽉 막힌 도로일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은 중요하거든요. 오히려 다른 경험들이 나중에 더 큰 자산이 될 수 있겠구나 싶은 거예요.


연결의 힘

지금까지 만난 현직자분들을 생각해 보면 각자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모두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어요.

혼자 길을 찾으려 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정보를 나눴다는 점입니다.


네트워크의 라우터들도 서로 연결되어 있어야 최적의 경로를 찾을 수 있고 우리도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어야 더 나은 길을 발견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도 서울 길은 헷갈리고 취업에도 확답이 생기지 않습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막막하지는 않아요. 길을 알려줄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거든요. 완벽한 지도는 없어도 함께 길을 찾아갈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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