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항상 음악으로 오시는 신...
내가 선택하지 않은 신, 하나님.
기독교 집안에 모태신앙, 유아세례의 테크트리를 탄 나는 신을 선택한 적이 없다.
신은 내게 그냥 부모님처럼 당연한 존재였다.
할머니가 임종을 하시던 날, 4세의 나는 동네 내리막길에서 세발자전거를 타고 미친 속도감을 즐기고 있었다. 세 번째쯤 탔을까. 자전거는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굴렀고 나는 얼굴부터 땅에 그대로 부딪혔다. 따뜻한 봄이었다. 등에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샛노란 셔츠의 소매로 엉엉 울면서 눈물을 닦고 입술을 훔쳤는데 묻어난 새빨간 피. 그 색의 대비가 너무 뚜렷해서 겁이 덜컥 났다. 앞니 두 개를 부러뜨리고 울면서 집에 갔는데, 누군가가 내 눈물을 닦아주며 말해주었다.
"조금 전에 하나님이 와서 할머니를 하늘나라에 모시고 갔단다."
"하나님이 어디로 왔어요? 문으로 들어왔어요?"
어린 나는 죽음이 뭔지 모르고 그저 하나님이 어디로 왔다 갔는지 궁금했다. 나를 항상 안아주시고 예뻐해 주시던 할머니는 그렇게 하나님 곁으로 가셨다.
신은 내게 그 모습을 보여주시지 않았지만 나는 교육으로 습관적으로 그의 존재를 믿게 되었다. 학교를 다니듯 교회를 다니면서 지루한 설교를 들으면서도 나는 희미하게 신의 존재를 느꼈다. 내가 나를 놓더라도 나를 놓지 않을 단 하나의 존재가 있다는 것은 의지가 되는 일이었다. 중간중간 부정도 해보고 떠나도 봤지만 결국 나는 신의 손바닥 안에 있었다.
이래저래 속 시끄러운 일을 겪으면서 9세부터 피아노 반주를 하던 교회를 성인이 되어 떠났지만, 아직 신을 느낀다. 신은 내게 좋은 메시지로도 오시지만 주로 음악으로 다가오신다.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면 그분의 임재하심을 느끼고 은혜를 받는다.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된 다음 날, '레 미제라블'을 보면서 스스로를 달랬다.
심상하게 듣던 'Bring him home'. 이 음악을 당시 즐겨보던 미드 'Glee'에서 다시 만났다.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 딸이 사랑하는 청년을 살려주시고 내 목숨을 기꺼이 가져가 주십사 기도하는 큰 사랑의 노래. 이 노래를 출근길에 들으면서 하나님의 은혜를 느꼈다.
기독교 원리 주의자들이 들으면 나를 비난하겠지만, 나는 그들을 비난하지 않는다. 다양한 경로로 오시는 신을 느끼지 못하는 그들이 가여울 뿐...
첫 번째 'Bring him home'은 미드 글리에서 쓰인 노래. 주인공들의 절절한 사연이 노래에 녹아들어 너무나 아름답다.
두 번째 'Bring him home'은 레미제라블 25주년 기념 공연에서 장발장을 연기한 배우의 노래. 절제된 음색과 표현이 더 서글프다.
세 번째 'Bring him home'은 은촛대를 훔쳐간 장발장을 변호해주고 종잣돈도 마련해 준 주교님과의 듀엣이다. 진정성이 느껴지는 배우의 표정과 연기로 충분히 은혜받는다. 바쁜 분들은 1:17부터 보시길. 주소를 클릭하시면 비로 시작합니다.
https://youtu.be/nPfd5-gS5IA?t=77
네 번째 'Bring him home'은 뮤지컬계에서 유명한 배우들인데, 이들은 레미제라블에서도 팬텀 오브 더 오페라에서도 만날 수 있는 멋진 주인공들이다. 이 둘이 편안하게 부르는 'Bring him home'을 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