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ieg ; Holberg suite op.40 - 4. Air
*2악장 병 : 모든 곡에서 서정적이고 음울한 2악장을 편애하는 증상
북유럽 감성은 참 바쁘다. 인테리어에서 패션에서 요리 플레이팅까지 고루 쓰인다. 북유럽 감성을 가져다 쓰면 뭔가 더 있어 보이는지 얼토당토않은 곳에서 지난 십여 년간 그 감성이 고생 많았다.
북유럽 감성은 내게 음악으로 온다.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추운 나라를 상상해본다. 여름에는 해가 지지 않는 백야, 뼈가 시리도록 추운 겨울, 사우나, 코가 뻥 뚫릴 것 같은 차갑고 신선한 공기. 거기에 흐르는 그리그의 홀베르그 모음곡이 내게는 북유럽 감성이다.
그리그는 피아노 소품 작곡에 강한 작곡자로 이 곡도 처음엔 피아노 곡으로 쓰였는데 나중에 현합주로 편곡했다. 두 버전 중에 현합주 버전이 훨씬 많이 연주되며 사랑을 받는다. 그리그의 나이 41세에 작곡된 이 곡은 '노르웨이와 덴마트의 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홀베르그 남작의 탄생 200주년 기념을 위해 작곡된 곡이다. 홀베르그 남작은 덴마크와 노르웨이 연합국에서 활동을 했으며 그리그와 같은 베르겐 출신의 노르웨이인이다. 같은 고향의 홀베르그 남작에 대한 그리그의 마음은 각별했으리라 짐작한다.
이 곡은 총 5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1. 전주곡(Praeludium)
2. 사라방드(Sarabande)
3. 가보트와 뮈제트(Gavotte et Musette)
4. 에르(Air)
5. 리고동(Rigaudon)
모든 곡이 하나하나 다 아름답지만 2악장병 환자에게 가장 와 닿는 곡은 4번째 곡인 에르이다. 이 곡은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이 유명한데, 그리그도 그 영향을 받아 '종교적으로'라는 지시어로 시작한다.
그러나, 바흐의 곡과는 달리 굉장히 서정적이며 진짜 북유럽 감성이 뭔지를 보여준다.
이 모음곡 중 2번인 사라방드도 2악장병 환자에게 추천한다. 사라방드는 스페인의 춤곡에서 유래하여 바로크 시대의 프랑스 모음곡에서는 느린 곡으로 연주되었다. 이 사라방드도 특유의 북유럽 감성이 잘 나타난다.
먼저, 4번째 곡 Air부터 들어보자.
전 곡 듣기.
https://www.youtube.com/watch?v=kJ6AaBArhR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