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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쌤 Mar 16. 2021

나만의 옷 입는 원칙

포인트는 하나만

* 다음 인용한 문구는 내가 사랑하는 후배의 귀요미 딸에 대한 묘사...


오늘 둘째는 핑크 머리띠부터 핑크 재킷. 안에는 핑크 티셔츠에 바지는 핑크 바지, 핑크 팔찌에 핑크 구두 신고 갔어요. “다 핑크자나!” 하니 둘째가 억울하다는 듯이 “엄마, 티셔츠는 베이비 핑크고 구두는 핫핑크야. 다 쪼꼼씩 달라” 이런 소리를. ㅠㅠ.

나비 그려진 쫄바지에 나비 무늬 원피스에 저 나비 구두(사진 속 구두) 신을 겁니다.




내가 유치원 아이들 가르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바로 옷이었다. 저 나이가 지나면 사라지지만 그 연령대 아이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부 포인트를 주는데, 가르치는 선생 입장에서 그걸 진심으로 찬탄해야 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너무너무 웃기고 부자연스러운 패션인데 예쁘다고 하이톤으로 반응을 해야 한다. 그 칭찬을 들은 어린이들의 표정은 정말로 사랑스럽다. 남자아이들도 목에 보자기라도 메고 오면 세상 용감한 히어로를 본 것처럼 반응해야 하는데 그때 그 아이들의 표정도 정말 사랑스럽다. 그 사랑스러운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칭찬을 해줄 이유는 차고 넘친다. 아이들도 초등학교에 가고 나이를 한 두 살 더 먹으면 더 이상 저런 패션은 구사하지 않는다. 그러니 저 연령대에 마음껏 입히고 사진 찍는 것 또한 큰 추억이다.



 심플한 패션을 추구하는 나로서는 너무 꾸민듯한 스타일은 싫어하며 몇 가지 옷 입는 원칙이 있다. 이건 어디까지 나만의 의견이므로 그냥 재미로 읽어주시길.


1. 옷이나 소품 전체 통틀어서 색상은 3가지를 넘지 않을 것.

화이트 셔츠에 블랙 팬츠라면 가방이나 구두 중 하나만 화려한 색으로 하고 나머지는 블랙으로 맞춘다.

물론 트위드 재킷처럼  하나에 이미 여러 컬러가 들어 있다면 하의와 소품, 액세서리는 최대한 힘을 빼고 심플하게 간다. 타고난 컬러 감각이 있는 사람은 5가지 이상의 색을 조합하고 무늬와 패턴을 여러 가지 매치해도 어색하지 않지만  정도 고수가 아니면  방법이 가장 안전하다.


2. 한 톤으로 통일하면 소재를 다르게.

블랙으로 통일할 때 전부 매트한 블랙이면 그저 상갓집 룩으로 보일 수 있다. 코트, 니트, 머플러가 울 소재라면 바지는 코팅 진이나 가죽 팬츠를 매치한다. 하의가 반짝인다면 구두는 스웨이드 소재로 누르거나 아예 더 반짝이는 에나멜 소재를 매치한다. 같은 블랙도 가죽, 코팅 원단, 벨벳, 면, 실크, 니트 소재에 따라 그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여러 가지 잘 섞어 입어보는 즐거움도 크다. 색이 하나이기 때문에 실패해도 튀지 않는다.


브라운 톤의 정장 팬츠나 스커트라면 광택이 있는 가죽 재킷을 입어서 포멀 한 느낌을 살짝 가볍게 한다.

그레이 톤도 한 톤만 고집하면 보살님처럼 보일 수 있으니 소재와 톤을 조금씩 달리하면 좋다.


3. 하의가 타이트하면 상의는 오버핏으로, 상의가 타이트하면 하의는 풍성하게.

지금은 언감생심 입지 못 하지만 미니스커트를 입으면 상의는 풍성한 스웨터를 입었다. 상의가 붙는 니트라면 하의는 와이드 팬츠를 입는다. 상하의 전부 타이트하면 입는 사람도 불편하고 전부 루즈핏이면 아주 마른 사람을 제외하고는 5kg은 더 살쪄 보인다.


4. 상의 노출이 많으면 하의는 노출 없이, 다리가 많이 보이는 옷에는 상의가 노출 없이.

여름에 몸매 좋은 여인들이 핫팬츠에 끈나시를 입는 모습을 종종 보는데 늘씬한 몸매 자랑에는 효과적이나 레이싱 걸이나 행사요원처럼 보인다. 상의가 끈나시라면 하의는 긴스커트나 와이드 팬츠를 입으면 멋지다. 반대로 핫팬츠나 미니스커트를 입을 때는 긴팔 리넨 셔츠나 메쉬 소재의 긴팔 니트를 입으면 멋지다.


5. 스타일을 믹스한다.

레이스 소재의 스커트를 좋아하는데 이 스커트에 레이스 재킷, 스틸레토 힐은 너무 재미없고 전형적이다. 꾸미고 나온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할 수 있는 스타일링이긴 한데 너무 무겁다.

레이스 스커트에 단정한 니트를 입으면 오피스룩으로 좋다. 여기에 정장 느낌을 빼고 싶을 땐 맨투맨 티셔츠나 후디를 입는다. 스틸레토 대신 스니커즈를 신으면 레이스 소재가 주는 포멀하고 클래식한 느낌을 눌러 가볍게 입을 수 있다.


6. 액세서리를 과도하게 연출하고 싶을 땐 옷을 심플하게.

목걸이를 과하게 레이어링 하거나 반지를 대 여섯 개씩 끼고 싶은 날이 있다. 가끔 진주 목걸이를 큰 것부터 작은 것까지 둘둘 메고 싶은 날이 있는데 그럴 때는 옷은 최대한 심플하게 입는다. 블랙으로 통일하라는 것이 아니다. 색이 많지 않은 트위드 재킷에 워싱이 과하지 않은 깔끔한 청바지에 진주를 둘둘 둘러메면 그다지 과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금붙이와 패물을 둘둘 두른 느낌의 반지, 목걸이 연출엔 심플하게 연출한 캐주얼이 잘 어울린다. 각정장에 이렇게 연출하면 땅 투기꾼으로 보일 수 있다.


7. 화려한 구두를 신고 싶을 때는 옷을 최대한 심플하게.

빨간 새틴 소재의 구두를 신고 싶으면 옷은 라인이 심플하고 구두가 돋보이는 컬러를 찾는다. 주로 네이비나 블랙의 풀 스커트가 어울리는데 구두가 광택이 있으니 옷은 광택 없는 소재로 입으면 된다.


8. 옷에 따른 구두 고르기.

클래식한 롱코트를 입었을 때는 스틸레토 힐보다는 발레리나 플랫이 안정적으로 보인다. 긴 버버리 코트를 입었을 때 스니커즈를 신으면 포멀 한 느낌이 많이 줄고 경쾌해 보인다. 짧은 재킷을 입고 와이드 팬츠를 입었다면 한껏 높은 스틸레토를 신어 보자. 다리가 평소보다 15cm는 길어 보인다. 앵클부츠를 신을 때는 바지단을 넣을 것인지 뺄 것 인지에 따라 선택이 달라진다.


한 때 유행하는 조거 팬츠에 슬립온을 신고 나갔다가 친구로부터 "보살님이세요?" 하는 말을 들었다. 잘못 입으면 농사짓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으니 조거 팬츠에는 키튼힐이라도 구두를 신거나 차라리 운동화를 신자. 물론 패션모델들은 슬립온을 신어도 멋지다.


*결론 :  여러 가지 입어 보고 신어보고 실패해보면 나만의 옷 입는 요령이 생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대단한 멋쟁이처럼 보일 수 있겠으나 사실을 편안한 옷을 제일 좋아하는 40대 아줌마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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