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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쌤 May 20. 2021

서울 스프링 실내악 축제

5월 19일(수)예술의전당 IBK챔버홀 불멸의 연인 그리고 찬미자들

<서울 스프링 실내악 축제 20210519>


음악은 그 시간이 지나면 없어지는 시간 예술이므로 인류는 그 휘발되는 소리를 잡아보려 레코딩을 하고 오디오를 발전시켰다. 좋은 시스템을 갖춘 오디오로 음악을 들어도 공연장과는 다른 이유는 현장감이 없다는 것이다. 사실 공연장도 마이크를 써서 스피커로 듣게 되는 구조이니 그것이 생음악이냐? 할 수도 있겠지만 공연에서 받는 감동은 다르다. 


어제 들은 문지영의 '엘리제를 위하여'는 놀라웠다. 베토벤의 음악 중 가장 희화화 된 음악 두 곡을 뽑자면 이 곡과 운명 교향곡 1악장 테마 일 것이다. 이 두 곡의 오남용은 너무 광범위하고 특히 엘리제를 위하여는 피아노 학원 다녀 본 사람들 이라면 그다지 고급 난이도가 아니기에 한 번 쯤 거쳐 가는 곡이라 다들 쉽게 생각한다. 초등학생들이 뚱땅거리니 듣기에 좋은 소리도 드물다. 공연장에서 이 곡을 들어 본 적이 없어서 무척 기대를 했다. 온 국민이 다 아는 음악을 연주한다는 것은 정말 부담스러운 일이다. 

피아니스트 문지영의 해석은 정말 최고였다. 템포는 빠르지 않게 과장된 표현 하나 없이 절제된 감정 표현, 과하지 않은 다이내믹, 부드럽지만 단단한 터치로 정말 자연스러운 연주를 했다. 이 곡이 이런 곡이었나.

내 안에 있는 어린 나, 어른으로서의 삶을 사는 나를 어루만져주는 느낌이다. 가슴이 따뜻해지며 눈가가 촉촉해진다. 공연장에서 실제로 이렇게 은혜 받는 곡들은 평생에 10곡 이내였는데 어제 엘리제를 위하여를 추가했다. 꿈같은 연주가 끝나고 연주자도 관객도 그 여운에 취해 아무도 박수를 치지 못 하다 베토벤의 가곡을 부를 크리스토퍼 템포렐리가 등장하여 비로소 박수를 치게 되었다. 


문지영의 반주로 시작된 베토벤의 가곡도 참 좋았다. 크리스토퍼 템포렐리의 노래로 

“멀리 있는 연인에게‘의 6곡을 노래했는데 베토벤의 가곡은 그야말로 로맨틱, 성공적! 문지영은 작년 실내악 축제부터 앙상블, 독주, 반주하는 모습을 눈여겨봤는데 어느 자리에 있든지 자기의 목소리를 내면서도 조용히 힘 있게 어울린다. 나이든 거장들과의 연주에서도 밀리지 않으며 그렇다고 자신만을 내세우지 않는다. 독주의 해석도 굉장히 좋고 앙상블에서의 해석도 너무나 좋다. 처음엔 크게 눈에 띄지 않는 담백한 연주를 보여주지만 두고두고 생각나는 연주를 들려준다. 문지영은 악보를 많이 연구하는 피아니스트임에 분명한데 연주 전 곡을 설명하는 그녀의 언변은 사실 눌변에 가까우나 얼마나 곡을 많이 생각하는지 알게 된다. 이 피아니스트는 말보다 피아노로 마음을 더 잘 전달한다. 언어 없이 관객에게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이 천재 피아니스트에게 많은 기대를 걸어본다. 



신박 듀오의 차이콥스키 1812년 서곡의 피아노 듀오 버전은 참신했다. 이 곡은 작곡자인 차이콥스키가 직접 편곡한 버전인데 전 세계에서 많이 연주 되지 않았다고 한다. 연주를 들어보니 당시 차이콥스키가 피아노 듀오와 사이가 안 좋았던 건지 너무나 어렵게 편곡을 해 놓아서 ‘이 작곡자 가만 안 둬’ 소리가 절로 나올 듯하다. 하지만 신박듀오는 멋지게 연주를 해냈고 오케스트라의 느낌을 그대로 구현했다. 관객들의 호응도 대단했다. 


슈베르트의 현악3중주 제1번 내림나장조, D.471은 현만으로 연주하는 실내악이 얼마나 유려하고 아름다운지 알려주는 아름다운 연주였다. 96년생의 젊은 비올리스트 이화윤은 강동석, 조영창의 거장 사이에서 밸런스를 잘 맞추며 조화롭게 연주를 해냈다. 


베토벤의 제자이자 리스트의 스승인 체르니. 체르니는 베토벤의 장례식에서 스승의 관을 운구하기도 했다. 사실 한국에서는 그저 지겨운 체르니이지만 이 작곡가의 곡들 중에 아름다운 곡이 굉장히 많다. 

체르니의 클라리넷, 호른, 첼로, 피아노를 위한 협주적 대소야곡 Op. 126은 피아니스트겸 작곡가인 체르니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피아노의 선율이 대단히 화려하고 실내악임에도 크고 화려한 사운드로 작은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들려준다. 


체르니의 곡은 사실 연주장에서 흔하게 들을 수 없는 곡인데 이번 서울 스프링 실내악 축제에서는 이렇게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이며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마음으로는 폐막공연까지 매일 가서 보고 싶지만 이 축제에서 3회의 공연을 관람하며 아쉬움을 달래본다. 


*프로그램

5월 19일(수) 19:30 |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불멸의 연인 그리고 찬미자들 IMMORTAL BELOVED AND ADMIRERS 

L. v. Beethoven     Piano Trio in B-flat Major WoO 39

L. v. 베토벤     피아노 3중주 내림나장조 WoO 39

Allegretto

: 임효선 Hyo-Sun Lim (Pf.), 강동석 Dong-Suk Kang (Vn.), 주연선 Yeonsun Joo (Vc.) 

L. v. Beethoven     «Für Elise» Bagatelle No. 25 in a minor WoO 59

L. v. 베토벤     «엘리제를 위하여» 바가텔 제25번 가단조 WoO 59

: 문지영 Jiyeong Mun (Pf.) 

L. v. Beethoven     « An die ferne Geliebte » for Voice and Piano Op. 98

L. v. 베토벤     성악과 피아노를 위한 « 멀리 있는 연인에게 » Op. 98

I. Auf dem Hügel sitz ich spähend   언덕에 앉아

II. Wo die Berge so blau   산은 푸르고

III. Leichte Segler in den Höhen   가볍게 나는 작은 새

Ⅳ. Diese Wolken in den Höhen   하늘 높이 흐르는 구름

Ⅴ. Es kehret der Maien, es blühet die Au   5월이 되면

Ⅵ. Nimm sie hin denn, diese Lieder   그러면 이 노래로 이별을 고하자

: 크리스토퍼 템포렐리 Christopher Temporelli (Voice), 문지영 Jiyeong Mun (Pf.) 

L. v. Beethoven     Piano Sonata No. 14 « Moonlight » in c-sharp minor Op. 27 No. 2, 1st mov.

L. v.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제14번 « 월광 » 올림다단조 Op. 27 No. 2, 1악장

I. Adagio sostenuto

: 임효선 Hyo-Sun Lim (Pf.) 

P. Tchaikovsky (arr. by Tckaikovsky)     « 1812 Overture » Op. 49 for 4 hands Piano

P. 차이콥스키 (편곡 차이콥스키)     4개의 손을 위한 « 1812 서곡 » Op. 49

: 신박듀오 ShinPark Duo 

<Intermission 인터미션> 

F. Schubert     String Trio No.1 in B-flat Major, D.471

F. 슈베르트     현악3중주 제1번 내림나장조, D.471

I. Allegro moderato

II. Andante

III. Minuete

Ⅳ. Rondo

: 강동석 Dong-Suk Kang (Vn.), 이화윤 Hwayoon Lee (Va), 조영창 Young-Chang Cho (Vc.) 

C. Czerny     Grande Serenade Concertante for Clarinet, Horn, Cello and Piano Op. 126

C. 체르니     클라리넷, 호른, 첼로, 피아노를 위한 협주적 대소야곡 Op. 126

: 조인혁 Inn-Hyuck Cho (Cl.), 김병훈 ByeongHun Kim (Hn.), 조영창 Young-Chang Cho (Vc), 김영호 Youngho Kim (Pf.)


https://youtu.be/UKWQ49A6f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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