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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쌤 Jun 29. 2021

2악장 병 시리즈 (21)

Mahler, Adagietto from Symphony No. 5

*2악장 병 : 모든 곡에서 서정적이고 음울한 2악장을 편애하는 증상


이 곡을 들으면서 사랑을 떠올리지 않을 수 있을까? 비 온 후에  맑은 햇살이 떠오르고 노란 장미에 맺힌 빗방울, 그 뒤로 환하게 웃는 연인도 떠오른다. 모든 것이 다 허상인 듯 허무한 느낌 마저 든다.


말러의 교향곡 5번 중 4악장 아다지에토는 사랑, 사랑, 사랑을 노래한다. 말러는 41세에 22세의 알마 쉰들러를 만나 결혼한다. 알마는 빼어난 미인에 작곡에 재능이 있는 음악가였으며 사교계의 여왕으로 많은 남성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우리가 볼 때마다 감탄하는 클림트의 작품 'Kiss'의 주인공도 알마라는 설이 유력하다. (부.. 부럽다)

알마는 작곡가로서 재능이 있어 말러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19세의 나이차를 극복하고 결혼을 결심한다. 그러나 말러는 한 지붕 아래 '두 작곡가'가 있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니 알마에게 아이 키우며 내조를 하라고 부탁한다. 알마는 그때 왜 그걸 수락하고 결혼을 했는지 알 수 없다.


알마는 잠시 동안 말러의 아내로 만족하는 삶을 사는 듯했으나 미인에 찾는 사람 많고 젊고 재능이 있었으니 밖으로 돌게 되었다.


그러나 말러는 아내를 끔찍이 사랑했고 알마가 호숫가에서 노를 저으며 내는 물소리에도 영감을 받아 작곡을 하기했다고 한다. 1907 부부의  딸인 마리아가 사망하자 알마는 우울증에 시달렸고 유명 건축가인 발터 그로피우스와 외도를 하게 된다. 말러는 이때 정신분석학자인 프로이트에게 상담을 했고 프로이트는 알마에게 작곡을 다시 시작하도록 하라고 권유했다고 한다. 그러나, 알마는 이미 말러에게 마음의 문을 닫은 상태였다고. 말러는 알마의 작품들을 다시 모아 가곡을 발표하기도 했는데 이듬해 심장 마비로 사망한다.


알마의 남성편력은 너무나 화려했다. 말러의 사망 이후에 그로피우스와 바로 재혼하지 않고 오스카 코코슈카와 화려한 연애를 했다. 코코슈카의 '바람의 신부'도 알마와의 사랑이야기라고 한다.


다시, 음악으로 돌아가면 이 곡은 말러와 알마가 처음 만난 1901년부터 결혼한 이듬해인 1902년에 걸쳐 작곡된 곡으로 온전히 알마에게 헌정되었으며 온통 사랑에 빠진 작곡가의 촉촉한 마음이 전해진다.


악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말러가 말을 거는 것 같다. 멜로디가 어디서 시작되어 어디로 가는지 내게 알려준다.


연주는 구스타보 두다멜이 지휘하는 엘에이 필의 영상이다. 팬데믹으로 관객 없이 마스크를 쓰고 최소한의 편성으로 아주 심플하게 연주했다. 마지막 지휘자의 표정이 음악을 말해준다. 수많은 명연주, 명음반이 있지만 이 연주가 가장 말러의 마음을 잘 표현하며 지금 현재를 사는 우리의 마음을 따스하게 어루만져 준다.


https://youtu.be/U2_yqZ4_0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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