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 슈만과 브람스, 그 아픈 사랑
<프로그램>
N. Paganini / Terzetto for Violin, Cello and Guitar in D Major, Op.66 MS69
파가니니 / 바이올린, 첼로와 기타를 위한 3중주 라장조, Op.66 MS69
– Vn.데이빗 맥캐롤, Vc.박진영, Gt.박규희
Clara Schumann / Piano Trio in g minor, Op.17
클라라 슈만 / 피아노 3중주 사단조, Op.17
– Pf.문지영, Vn.한수진, Vc.강승민
– Intermission –
G. Rossini / Flute Quartet No. 2 in A Major
로시니 / 플루트 4중주 제2번 가장조
– Fl.최나경, Vn.대니 구, Va.이수민, Vc.김민지
J. Brahms / Piano Quartet No. 3 in c minor, Op.60
브람스 / 피아노 4중주 제3번 다단조, Op.60
– Pf.이진상, Vn.강동석, Va.최은식, Vc.강승민
이 아름다운 프로그램 중에 클라라 슈만과 브람스의 작품이 들어간 것은 기획자의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이야기는 뒤로 하고 바이올린 곡으로 유명한 파가니니는 클래식 기타와 첼로 연주에도 정통했으니 이 곡의 탄생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박규희의 차분하고도 깔끔한 연주가 빛이 났다.
로시니는 총 6곡의 플루트 4중주를 작곡했는데 4곡을 작곡한 모차르트에 밀리는 경향이 있으나 이 곡도 충분히 아름답다. 오페라 작곡의 거장인 로시니는 플루트와 현악기들을 그야말로 노래하게 하며 독창에서 4중창까지 자유자재로 요리한다.
클라라 슈만은 타고난 재능이 참 아까운 연주자겸 작곡가로 이 여인의 작품을 대할 때마다 카미유 클로델과 자클린 뒤프레가 연상이 되며 여성으로서의 삶을 생각하게 된다.
이 곡을 작곡할 당시 네 번째 아이를 임신하고 남편을 돌보면서 어려움을 겪었고 이 곡을 완성할 무렵에는 유산을 하는 등 클라라 자신도 피폐한 상태였다. 그 마음이 잘 드러나는 아름다운 곡으로 1악장은 음울하지만 아주 아름답다. 2악장은 밝고 쾌활하나 조성과 상고 없이 3, 4악장에 걸쳐 그 비탄에 젖은 아름다움이 빛나는 곡이다. 각 악기들 간의 대화도 훌륭하다. 특히, 이 날 연주를 한 문지영, 한수진, 강승민의 합은 너무나 좋아서 관객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
마지막 곡인 브람스의 피아노 콰르텟은 '베르테르'라는 부제가 붙은 곡으로 브람스의 클라라에 대한 짝사랑을 의미하는 곡이다. 슈만이 정신 병원에 입원한 후 그의 가족을 돌보던 브람스는 스승인 슈만의 아내를 사랑하게 되지만 차마 표현할 수 없었고 그 마음을 이 곡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클라라는 이 곡의 1악장을 듣고 단박에 그의 마음을 알아챘다고 하는데 나는 3악장에 이르러서야 브람스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1악장은 첫 시작이 굉장히 강렬하고 조성도 비슷한 시기에 작곡된 심포니 1번과 같은 c minor로 비감한 분위기가 상당히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진상, 강동석, 최은식, 강승민 연주자의 호흡이 아주 좋아서 관객들도 음악에 푹 빠져 브람스의 마음을 읽기에 충분했다. 끊이지 않은 커튼콜로 관객들도 오랜만에 꽉 찬 연주홀에서 공감을 나누었다.
산뜻한 봄날의 밤이 아름다운 축제로 더욱 깊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