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음악가들이 궁금하다
프랑스 메츠 오케스트라가 내한공연을 하면서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가 앙코르로 연주한 곡은 귀에 설면서도 익숙했다.
'내가 모르는 파가니니의 소품인가..'
강렬한 더블 스탑, 애절한 글리산도는 충분히 파가니니와 비슷했으나 이어지는 멜로디에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아리랑이었다. 본조 아리랑의 모티브를 바탕으로 바이올린으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 짧은 소품에 쏟아내었다.
연주가 끝나고 인터미션에 나는 미친 듯이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백고산. 북한의 인민배우이며 바이올리니스트.
1930년에 평양에서 바이올린 제작자의 아들로 태어나 4세에 바이올린을 시작해서 6세에 독주회를 가졌다.
이후로 중국과 러시아에서 바이올린 공부를 하며 1954년에 귀국해 국립교향악단의 솔리스트로 일하면서 민요를 기반으로 한 소품 20여 곡을 작곡했다고 한다.
1951년 차이코프스키 음악원 교내 연주회에서 연구생 자격으로 공부하던 백고산은 격정적인 연주를 마쳤고 그 연주를 본 차이코프스키 음악원 교수이자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였던 다비드 오이스트라흐가 그를 직접 가르치겠다고 했다고 한다.
1958년, 제1회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영예상을 받고 1978년부터는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종신 심사위원을 하게 된다. 1982년에는 이 '아리랑'으로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특등상을 받았다.
이 아름다운 곡을 백고산의 연주로 들어보자.
현재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양인모의 연주로 같은 곡을 들어보자.
우리나라에서 지난 2006년에 백고산의 앨범이 출시되었으며 다행히 절판되지 않아 구매할 수 있다. 음질은 최상이 아니지만 한국적인 정서가 가득한 바이올린 곡을 만나볼 수 있다.
북한의 훌륭한 음악가들이 많이 소개되면 좋겠다. 서양 음악을 받아들여 민족 고유의 특성을 그 간 많이 잊었던 남한과 달리 북한은 그 특수성으로 한국적 전통을 서양음악에 계승해 나간 음악이 종종 보인다. 백고산부터 시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