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뭐 있냐, 큰소리치고 사는 거지
얼마 전, 남편이 데리고 있던 직원 환송회를 한다고 늦은 귀가를 했다. 중간에 늦는다며 연락을 하더니, '고액 연봉받고 옮기는 후밴데, 잘해줘야지~!' 하고 우스개 소리를 한다.
집에 돌아온 남편에게 그 후배는 얼마나 고액 연봉을 받길래 이직을 하냐고, 궁금한 속내를 비췄다.
'벤처 캐피털 쪽으로 옮기면서 많이 받더라고..'
'당신은 그런 제안 안 들어와? (드디어 속내를 드러냄)'
'나도 2년 전에 받았어, 당신한테 얘기했는데..'
'그래, 조건이 뭐였는데?'
이야기를 나눠 보니, 당시 연봉의 1.5배 정도 인상된 조건으로 제안을 받았고, 내게 일단 의논을 했었단다. (중요한 일이 아니면 메모리를 밀어버리는 버릇이 있음, 중요한 일도 가끔 밀기도 함)
그 당시 내가 조건을 물어보고 얼마나 다닐 수 있냐고 물어서, 남편은 '그건 모르지..'라고 답을 했단다.
그 이야기를 듣고, 아 됐어! 내가 그 0.5 채워주마.. 했더니,
'당신, 2년 전에도 똑같이 말했어..'라고 남편이 얘기한다.
야근 밥 먹듯 하는 직장에 정년 보장도 안 되는 곳에 남편을 밀어 넣느니, 내가 그까짓 거 채워주마!!
큰소리를 2년 전에도 쳤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엔 내가 너의 3배 이상 벌어다주마!!!라고 호언장담을 했다.
대학생 시절부터 남의 돈이 내 주머니로 오려면 겪어야 하는 피로감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과외를 필두로 직장생활을 거치며, 계약직 강사를 최근까지 하면서 갑을 관계도 아닌, 갑을병정 중에 '정'쯤을 담당하는 일도 충분히 했다. 그래서, 나중에 남편이 돈 벌다 너무너무 괴로워하면 당당하게 때려치울 수 있게 해 줘야지..라는 깜찍한 생각을 했었고, 부단히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어디 인생이 계획대로 되던가.
남편은 결혼 전에 내게 시즌별로 구두 하나와 옷 한 벌씩 좋은 것으로 사주겠다고 했으나, 기억이 안 난다는 말로 일축한다. 사실 그때 본인이 그러마 하고 다짐한 메일을 아직도 내가 갖고 있다. 그리고, 내가 알아서 사고 있다.
서로 속고 속이고, 나만 믿으라고 큰 소리 떵떵거리고, 이렇게 마취제를 서로 주고받으며 그렇게 함께 늙어가며 살아지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