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안 나는 당신을 위한 해법
수업이 끝나면 집에 가서 잠만 자야지, 퇴근하면 집에 가서 잠만 자야지, 아기가 잠들면 남은 집안일 조금 하고 잠만 자야지..
우리는 피곤하고, 또 피곤하다. 도저히 시간을 낼 수가 없다.(사실 운동하기 싫다)
그런데, 운동을 하지 않으면 근육량이 감소하고 피곤함을 더 느끼게 되고, 악순환이 시작된다.
대학 졸업반 시절, 너무 바쁘고 여러 활동을 하느라 운동은 잠시 미루고 있던 사이에 면역력이 떨어져 1년 중 6개월을 감기, 몸살에 시달리며 항생제를 먹었다. 고열에 시달리던 11월에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병원에 겨우 도착해 의사와 필담으로 증상을 이야기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는 못 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운동(대학 입학하면서 다이어트한다고 방학 때만 열심히 하긴 했다)이 40대 중반에 이른 오늘까지 계속되고 있으니, 그 애증의 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1. 시간이 안 나요.
맞다, 우리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하지만, 연애 초기를 생각해보라. 학교나 회사에서 화장실 갈 때, 동료들과 밥 먹고 사무실로 들어가기 전에, 회식 끝나고 집에 가기 전에, 잠들기 전에.. 우리는 얼마나 빈틈을 노려 상대와 전화하려고 애를 쓰나? 맘 가는데 시간이 간다. 바빠도 시간을 내야 한다.
대학 졸업하고는 프리랜서로 일을 하니, 오전이나 오후 중 시간만 나면 무조건 gym으로 갔으나 출퇴근을 하는 직장을 다니니 그게 힘들어졌다. 예전에 내가 다니던 직장은 8시 시업에 8시 퇴근(imf 한복판이었으니 할 수 없다)이었다.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어서 일부러 광화문에 있는 흥국생명 빌딩에서 하차하여 회사가 있는 계동(창덕궁 근처)까지 출, 퇴근 시간에 속보로 걸어 다녔다. 2000년대 초반, 스커트 정장에 스니커즈를 신고 빠른 걸음걸이로 걷는 여인은 거의 없었으나 지나가는 사람들이 내 건강 챙겨줄 것도 아니니 회사 책상 밑에 하이힐을 늘어놓고 부지런히 걸어 다녔다.
지하철역 한 두 정거장, 버스 서너 정거장 정도는 먼저 내려 걸어 보자.
2. 남들 눈에 띄고 싶지 않아요. 집에서 운동하고 싶어요.
gym에는 갈 시간이 없고, 완벽하게 스타일링한 출근복이 구겨지고 땀나는 게 싫다면 집에서 하자.
유튜브에 좋은 선생님들이 많으니 거실에 요가 매트 하나만 깔면 우리 집이 바로 gym!
아기들이 어렸을 때, 직장 때문에 주말부부를 했다. 잠든 아기들을 두고 나갈 수 없어서, 아기들이 9시쯤 잠들면 나는 바로 요가매트를 거실에 깔고 운동을 시작했다. 육아로 인해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 격한 운동을 바로 하지 못 해서 찾은 발레 스트레칭. 남자들한테도 굉장히 좋다. 코어에 힘이 생기고, 일상생활에서 잘 생기지 않는 허벅지 안 쪽 근육이 생긴다.
집에서 하는 운동에 적응이 되어가면 난이도를 조금 높여보자.
오래된 운동 영상이라 화질이 안 좋지만, 아파트에서 뛸 수도 없고 시간이 너무 짧으면 운동이 안 되어 이리저리 방황하다 정착한 운동, 빌리의 부트 캠트! 이 아저씨의 시리즈는 다 훌륭하다. 집에서 땀이 줄줄 흐르면서 기분이 상쾌해진다.
'마일리 사이러스'의 전신운동이나 '레베카 루이즈'의 운동도 좋지만 시간이 짧아서 내게는 좀 안 맞았다. 여러 개를 보면 되는데, 하나가 끝나면 맥이 끊겨 하기 싫으니 40분~1시간짜리 운동을 찾아서 하다가, 너무 피곤한 날 짧은 걸 하면 된다.
유튜브에서 운동을 하다 보면 연관 동영상이 뜨는데, 거기서 입맛에 맞는 걸로 골라하면 지루할 틈이 없다.
개인적으로 'Michael Jillian'의 시리즈를 정말 좋아한다. 그중에 'Yoga Meltdown'을 잘 따라 했는데, 이게 어느 순간 한국에서 볼 수 없게 되었다. 구할 수 있는 분들에게 강추!
*마이클 질리언의 케틀벨 운동을 따라 하는데, 주말에 올라온 남편이 TV 앞에서 스윙을 하는 나를 보고 TV가 망가질까 봐 gym에 등록해 줌. 지금은 gym에서 G.X (group exercise) 위주로 운동하고 있음.
3. 운동 아무리 해도 체중이 안 줄어요.
체중은 사실 중요하지 않고, 사이즈가 중요하다. 중년을 지나면(특히 출산 후 여성) 복부와 허리라인이 무너지는데, 이렇게 되면 팔다리가 날씬해도 옷 테가 나지 않는다. 그냥 거미처럼 보인다.
10대부터 해 온 여러 다이어트와 운동을 생각해보면 정답은 하나다. 많이 움직이고 적게 먹는 것!
특히 운동의 비중이 2라면 식이조절은 8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일단 먹는 양을 줄여야 한다.
나물과 김치, 밥으로 구성된 식단을 다이어트 식이라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밥을 빼고 고기를 먹으라고 권하고 싶다. 아침에 블랙커피에 빵을 먹고는 나는 아침 안 먹는데 왜 살이 안 빠지냐고 하는 사람에게도 빵을 빼고 차라리 달걀을 먹으라고 권하고 싶다.
탄수화물을 안 먹고 살 수 없지만, 많이 먹을 필요는 없다. 우리는 성장기 어린이가 아니니까.
운동도 열심히 하고, 먹는 양을 줄이자. 점차 줄이지 말고 한 번에 줄이자! 먹던 밥그릇에서 반을 덜어내고, 먹던 반찬도 2/3으로 줄여보고, 국이나 찌개는 빼 버리자.
4. 1~3을 다 하면 몸짱이 되나요?
슬프게도 그러기는 힘들다. 몸짱이 되려면 철저한 식이요법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야 한다.
인스타에서 식스팩을 드러내 놓고 눈바디를 하는 여인들을 보면서 용기를 얻지만, 저들도 하루 중 몸에 가장 수분 없는 시간에 힘주어 딱 한 컷을 찍는다. 우리는 일도 하고, 아이도 키우고, 집안일도 해야 하는 일반인이다. 그래도 매일매일 반복하면 자세가 좋아지고, 옷 테가 몇 년 전보다는 좋아진다.
둘째를 출산하고, 30대 후반에 좋은 요가 선생님을 만나서 키가 1.8cm가 늘었다. 말 그대로 늘어났다. 요가나 필라테스 하는 분 중에 물어보면 이런 분들이 종종 있다. 스트레칭으로 근육과 뼈 사이를 늘려주니 전체적으로 키가 커진다. 나이 들면 키가 줄어든다는데 운동으로 '숨은 키'를 찾아보자.
* 그걸 어떻게 하냐고, 밥심으로 산다고, 피곤해 죽겠는데 무슨 운동이냐고 하시는 분들이 있다. 맞는 말이다. 그럼 이대로 주욱 피곤하게 살면 된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활기차게 살고 싶은 분들은 지금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켜보자. 다리가 0.01cm 길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