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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쌤 Aug 22. 2019

악기 연주하고 싶은데, 무슨 악기를 배울까요?

아이와 성인에 따라 다른, 악기 선택에 대한 안내

각종 커뮤니티에 가면 악기를 배우고 싶어 하는 어른들이 많습니다. 주변 학부형들은 우리 아이, 악기 뭐부터 가르칠까요? 를 많이 물어봅니다. 악기, 어떻게 배우고 가르칠까요? 찬찬히 알려드립니다.


먼저, 아이부터 시작합니다. 

음악성이 너무너무 뛰어나 만화 주제가를 들으면 바로 집에 있는 피아노로 기어올라가 연주하고, 악기를 배우고 싶다고 말도 제대로 하기 전부터 온 몸으로 표현하는 아이들은 제외하고, 평범한 아이들을 기준으로 이야기합니다. 


모든 악기의 기본은 피아노로 시작합니다. 피아노를 배우면 악보를 보기가 쉬워집니다. 오른손은 높은음자리표, 왼손은 낮은음자리표를 봐야 하고 양손을 분리하여 피아노 건반을 누르는 과정은 굉장히 수준 높은 두뇌활동을 요구합니다. 그래서, 성인이 되어 피아노를 배우면 참 어려워합니다. 아이들은 다릅니다. 아이들은 악보를 금방 익힙니다. 악보를 읽는다는 것은 외국어를 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 언어를 모르는 사람은 내용을 알 수가 없지요. 어린 시절, 피아노가 너무 좋아 서점에 가면 항상 악보 코너에서 관심 가는 악보를 펼쳐보았는데, 음표가 주는 멜로디가 내 머릿속에 음성 지원되는 그 느낌은 악보를 읽을 줄 모른다면 알 수 없습니다.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중 테마(피아노 악보, 두 줄의 악보를 한꺼번에 봐야 한다)


다른 악기들과 달리 건반악기를 배우면 자연스레 화음과 화성을 익히게 됩니다. 모든 성부의 흐름을 알게 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해서 나중에 아이가 작곡을 하려 할 때도 큰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요즘은 악보를 전혀 읽지 못하는 작곡가들도 많이 있습니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 해 작곡을 하면 악보 대신 점으로 찍어도 되니 악보를 몰라도 되지만, 풍부한 음악 경험을 위해 악보 읽기를 잘하면 많은 도움이 됩니다. 


다른 악기 레슨비에 비해 피아노 레슨비가 저렴한 것도 큰 장점입니다. 교사의 공급이 많아서 그렇습니다. 그러니, 먼저 피아노를 6개월에서 1년이라도 배우고 다른 악기로 바꾸면 투자 대비 성능비가 좋아집니다.


바이올린을 비롯한 현악기와 피아노는 제대로 된 소품이라도 연주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사실 이 분야에는 투자라기보다 돈을 그냥 쏟아붓는다는 표현이 맞습니다.  최소 3~4년은 아이의 악기 레슨비에 대해 잊는 것이 정신건강에도 아이에게도 좋습니다. 본전 생각이 나서 연습해라 잔소리 하기 시작하면 아이도 싫증을 냅니다. 현악기 같은 경우는 초보일 경우에 혼자 연습하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궤도 진입 전에는 애초에 레슨비에 대해 잊고 아이를 기다려주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요즘엔 저렴한 레슨비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으니 정보를 잘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초등학교 3,4 학년 이후에는 관악기를 가르치면 좋습니다. 호흡으로 하는 악기라 너무 어리면 좋은 소리도 안 나고 지치는데, 몸집이 커지면서 폐활량도 좋아지니 관악기 배우는데 좋은 조건이 됩니다. 관악기는 현악기에 비해 작은 소품을 연주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관악기가 현악기보다 쉽나요? 피아노가 제일 어렵나요?라는 궁금증이 생깁니다.


모든 악기는 일정 수준 이상의 높은 수준에 도달하려면 다 같이 어렵고 괴로운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다만 시작을 어떻게 풀 것인가에 따라 선택지가 달라집니다. 차분하고 꼼꼼하고 부모와 교사의 지시를 잘 따르는 성격이라면 피아노, 현악기가 잘 맞고, 자유분방하고 음악을 좋아하는데 집중을 오래 못 하는 성향이라면 초반에 재미를 느끼는 관악기가 좋습니다. 


아이를 오케스트라 연주회에 자주 데려가서 마음을 끄는 악기가 있나 관찰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본인이 매력을 느낀 악기는 연습할 때 많은 동기부여가 됩니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 1번, 프렐류드 (첼로 악보, 피아노와 달리 단선율)


나이 든 성인은 무슨 악기가 좋을까요?


성인은 일단 바쁘고 먹고 사느라 시간을 내기가 힘듭니다. 부모가 레슨비를 대주고, 밥해주고 키워주며 오로지 공부와 연습만 하라고 하는 천혜의 환경과는 너무나 다릅니다. (그러게, 어릴 때 엄마 말 좀 듣지 그랬어요..)


어릴 때, 집안 형편이 안 좋아서 피아노를 배우고 싶었는데 못 배웠어요... 엄마가 바이올린 연습하라고 닦달해서 활을 문구용 칼로 자르고 엄청 혼난 이후로 음악을 놓고 살았는데, 다시 하고 싶어요....

성인들에게는 여러 사연들이 있습니다. 


어차피 늦은 거 우리는 100세 인생이라니 본인이 매력을 느낀 악기를 골라 선택해 봅니다. 

다만 3년 안에 악기를 배워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 들어갈 거야...라는 야무진 꿈을 버리고 십 년의 계획을 세워봅시다. 아무리 바빠도 주 1회 레슨을 받고, 연습을 주말에라도 꾸준히 해야 합니다.

주 1회를 넘기면 사실 연속성이 떨어져 효과가 없습니다. 너무너무 바쁘면 한 주 건너뛰더라도 월 3회 이상은 레슨을 받아야 합니다. 


각종 문화센터에서 저렴한 레슨비로 시작하는 방법은 권장할 만 하지만, 처음 석 달 정도 경험해 보고 이 악기가 나에게 맞다 싶으면 과감하게 개인 레슨을 권합니다. 한 시간에 10명 이상이 레슨을 받는 것과 그 한 시간을 오롯이 나만 봐주는 레슨은 결과가 천지차이입니다. 다만 비용이 항상 문제인데, 그러니 틈틈이 연습을 하고 레슨을 꼬박꼬박 받으면 10년을 3년으로 단축할 수도 있습니다. 


악기를 연주한다는 것은 새로운 세계로의 확장입니다. 

혼자 연주하다 동네에 있는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 가입해 화음을 연주하는 기쁨, 나의 아이와 같이 연주하는 기쁨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악기를 배우고 싶은 여러분들에게 용기를 내어 보라고, 아직 늦지 않았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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