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의 디폴트 값, 근자감

모든 남자들에게 나타나지는 않지만 많은 남성들에게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

by 남쌤

페이스북에서 친구가 된 여성분이 있다. 프사는 여자인 내가 봐도 아름답고, 촌철살인과 유머로 점철된 글을 써서 모두가 그분의 피드를 좋아한다. 그분에게는 말도 안 되는 진상(주로 남자, 흔히 말하는 개저씨)들이 그렇게 페메를 보낸단다. 며칠 전에는 자기 글에 '좋아요'를 주지 않으니 페삭(페이스북 친구 삭제)하겠다는 협박을 해서 차단했는데, 부계정으로 연락을 해서는 ‘얼굴 한 번 보고 싶어서 농담한다는 게 그리 되었다’고 해서 부계정도 차단했다는 피드를 보았다.


무슨 자신감으로 자기가 농담을 하면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가.. 정말로 궁금해졌다. 박근혜 정권 초기에 윤창중 대변인이 미국까지 가서 성추행을 한 이야기는 온 국민이 알고 있다. 20대 여성 인턴을 아침 수행부터 일하는 중에도 저녁에는 따로 와인을 마시면서도 말로 성추행을 했고, 급기야 다음 날 새벽 6시에 문서 확인 차 본인 방으로 불렀다. 그다음이 압권인데, 윤창중이 거의 알몸으로 문을 열어줬다는 것이다.


왜? 왜? 몸매가 좋아서? 젊고 탄탄해서? 얼굴이 정우성이어서?


서로 호감을 갖고 있던 남녀 사이더라도 남자가 새벽에 불러서 알몸으로 맞이하면 기함할 일이 아닌가. 자신이 헐벗고 문을 열어주면 20대 인턴이 ‘어머낫, 좋아요!’ 할 줄 알았나..


여자들은 외모에 대해 항상 객관적이고도 적나라한 평을 받고 자란다. 가장 많은 사랑을 주는 부모조차도 딸의 외모에 대해서는 날카롭다. 지금은 나도 멀쩡하지만 우리 부모님 밑에서 자라며 나는 내가 세상 제일 못난인 줄 알았다. 살쪘으니 밥을 적게 먹어라, 다리가 휘니 앉을 때 다리를 쭉 뻗어 앉아라, 자세를 항상 바르게 해라..


반면 아들들이 받는 평가는 굉장히 후하다. 살이 찌면 남자답게 체격이 좋다, 이목구비가 자유분방해도 남자답게 잘 생겼다..로 귀결된다.


모든 사람들이 다 미남, 미녀일 수 없지만 이런 성장 배경의 차이로 인해 남자들의 근자감이 점점 확고해진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남자들 중에 평균 이상의 외모라면 다들 자신이 꽤 쓸만하다는 생각을 굳힌다. 나 정도면 어떤 여자와도 만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장착하게 된다. 내가 젊은 시절에 길 가다가 어이없는 헌팅을 당하기 일쑤였는데, 그게 내가 예뻐서가 아니라 그들의 근자감이 넘쳐서 그랬던 것이다. 본인이 말을 걸면 어떤 여자와도 차를 마실 수 있다는 그 자신감은 넣어 둬, 제발.. (여자들은 저런 짓을 거의 하지 않잖아)


*이런 이야기를 쓰면 '본인이 아직 죽지 않았다고 그러시는 거죠? 예전에 인기 있었다고 자랑하는 거죠?' 하는 아재들 등장한다에 내 소중한 재산인 와인 한 병을 건다.




남자들은 여자들에게 ‘미인이시네요’ 하면 듣는 사람이 좋아할 거라는 착각도 더불어 한다. 그래서, 인사치레로 남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일부는 맞고 대부분 틀리다. 공적인 일로 만나서 저런 얘기를 들으면 대부분 불쾌하고, 사적으로도 저걸 인사말이라고 하는 자체가 더 불쾌하다.


미인이시네요~라는 말을 듣고 기분 좋은 경우는 상대가 황홀한 미남일 때만 그러하다.

같은 여자에게 들어도 역시 기분 좋다.


여자들은 남자들에게 ‘미남이시네요’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가 진짜 미남이라면 ‘굳이’ 할 필요가 없는 이야기이고, 그가 미남이 아니라면 ‘더더군다나’ 할 필요가 없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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