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몬롤과 니쿠자가, 그 외로움에 관하여
십여 년 전, 첫 아이를 낳고 정신없는 100일이 지나갔다.
큰 애는 백일의 기적이라는 단어에 맞게 밤에 깊게 잠들어 내리 다섯 시간을 잤다. 그렇게 잠든 아기가 너무 신기해서 나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책도 보고 드라마도 보는 밤 생활을 즐기게 되었다.
그렇게 우연히 보게 된 영화 <카모메 식당>.
깔끔하고 아름다운 색감, 잔잔한 감동을 주는 일상의 이야기들이 내 마음을 흔들었다. 그중에 가장 내 맘에 들어온 것은 바로 음식들이었다.
정갈한 주방에서 찬찬히 만들어 깔끔하게 내어오는 음식들이 얼마나 맛있어 보이던지. 특히, 시나몬롤과 고기 감자 조림은 그 맛이 너무 궁금했다.
영화를 보고 둘째 아이를 낳고서야, 그제야 그 영화에 나오는 음식을 만들 수 있었다.
둘째 아이는 너무 예민했다. 남편은 지방 근무로 주말에만 집으로 돌아왔다.
어린아이 둘은 온전히 내 몫이었다.
모유수유를 하느라 잘 챙겨 먹어야 하는데, 아이들 돌보면서 제때에 먹기도 힘들었다.
몸이 너무 피곤하니 달달한 것이 먹고 싶었는데, 하필 그때 생각난 것이 시나몬롤이었다.
동네에 있는 프렌차이즈 빵집에는 그 빵이 없었고, 시나몬롤로 유명한 체인점은 국내에서 철수했었다.
청담동에 가면 있을 법도 했는데 갈 수가 없었다. 너무너무 먹고 싶은데 방법이 없었다.
할 수 없이 아기가 낮잠을 자는 시간에 만들어 먹는 수밖에.
아기 둘을 밤에 재우고 빵 반죽을 발효하고 냉장고에 휴지 시킨다.
다음 날 아기가 오전 낮잠을 자면 빵 반죽을 밀고 시나몬롤을 만들어 먹었다. 큰 아이도 잘 먹으니 보람 있었다. 우리 집 근처에는 시나몬롤 굽는 냄새가 몇 달간 진동을 했다. 몸은 힘들었지만 행복한 날들이었다.
커피도 드립으로 내려 카모메 식당 흉내를 내었다.
다들 고만고만한 아기들을 키우고 있으니 찾아오는 친구도 없고, 낯선 동네에 이사와 아는 사람도 없었다.
나는 그 외롭고 배고픈 만큼 반죽을 치대고 시나몬롤을 구웠다.
아이들을 키우고 이제 좀 정신이 드나.. 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로 아이들이 학교를 못 가니 십 년 전 혼자 고군분투했던 시절이 떠오른다. 지금은 그때보다는 낫지만 여전히 힘들다.
내게 좋은 차 맛을 알려주신 지인이 일본식 고기 감자조림 '니쿠자가'를 해 드시는 것을 보았다.
십 년 전 탐닉했던 영화와 음식이 생각났다. 시나몬롤은 이제 사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이제는 니쿠자가를 만들 시간이다.
재료 : 소고기 500그램(내가 사용 한 부위는 부채살, 불고기 감도 좋고 스테이크용을 깍둑 썰어도 좋다.), 감자 대형 2~3개, 당근 반개에서 한 개, 양파 큰 것 1개, 대파 한대, 홍고추 1개(생략 가능), 다시마 육수나 가다랑어 육수 1리터, 곤약국수 한 봉지 100그램 정도(그냥 곤약도 무방).
*4인분 양이니 식구가 적은 분들은 반만 하세요.
양념 : 간장 10~15큰술, 요리용 술 또는 정종 5큰술, 설탕 3~4큰술, 올리고당 2큰술, 생강가루 약간.
1. 다시마나 가다랑어 육수를 준비한다. (간단한 팁 : 미리 전기 주전자에 물을 1리터 끓이고 나중에 참치액이나 쯔유로 맛을 내면 육수를 만들지 않아도 됨. 두 가지 다 해보았는데 결과물과 과정은 후자가 나았음)
2. 양념장을 미리 섞어도 되고, 하나하나 넣어도 됨.
3. 고기는 취향에 맞게 얇게 썰어도 두툼하게 썰어도 됨. (약간의 소금과 추후로 밑간을 한다)
4. 준비한 채소는 큼직하고 먹기 좋게 썬다. 대파와 홍고추는 어슷 썬다.
5. 큼직한 팬에 기름을 충분히 두르고 고기를 노릇하게 굽는다. 고기가 거의 익으면 감자와 당근을 넣고 노릇하게 볶아준다.
6. 육수를 붓고 5분간 팔팔 끓인다.
7. 양념을 넣고 양파와 고추, 대파, 곤약면을 넣고 20분간 졸인다.
8. 그릇에 담고 국물을 끼얹는다.
9. 갓 지은 흰 밥에 국물을 비벼 먹으면 밥도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