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hms: Sextet in B flat major, op. 18
*2악장 병 : 모든 곡에서 서정적이고 음울한 2악장을 편애하는 증상
저는 유머 감각 있는 사람들을 좋아하고, 성격도 밝은 편인데 이상하게 음악은 우울한 음악이 끌립니다. 제 스스로 '2악장 병'이라고 명칭을 붙였습니다. (3악장 이상으로 되어있는 클래식 음악 작품들은 2악장이 대체로 느리고 서정적입니다. 예외도 많습니다만..)
오늘은 우울함의 최고봉을 느껴볼 수 있는 브람스의 현악 6중주 1번의 2악장을 드립니다.
바이올린 2대, 비올라 2대, 첼로 2대로 구성된 음악입니다.
브람스가 슈만의 아내 클라라를 연모했으나, 슈만이 죽고 나서 연인이 되지 않고 평생 후원자로 남기로 합니다. 여기서 클라라에 대한 브람스의 절절한 마음이 느껴져 사람들이 2악장을 '브람스의 눈물'이라고 부릅니다.
클라라는 결혼생활 14년 간 거의 임신 상태로 살며 '일곱 아이의 엄마'로 살면서도 연주를 쉬지 않았습니다. 그 기간 동안 139회의 연주를 해낸 투쟁의 음악가입니다. 브람스는 이런 그녀를 격정적으로 사랑하지만 슈만이 죽은 후에도 다가가지 않고 이성으로서의 선을 그어, 클라라가 오히려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절절한 마음을 숨기며 평생을 사랑하는 사람 주변에서 맴도는 마음, 그 절제된 고통에서 마른 눈물이 느껴집니다. 원래 이 곡은 낙엽이 떨어지는 공원에서 혼자 청승을 떨며 들으면 제일 어울립니다만, 아들 둘 엄마에게는 그럴 여유가 사실 별로 없습니다. (클라라는 일곱 명이나 길렀다고 방금 얘기해 놓고..)
쌀쌀한 가을 저녁, 진한 커피 한 잔 내려서 10분만 들어보세요. 브람스의 슬픈 마음과 진한 사랑이 전해집니다.
*표지 사진은 친구인 Kari님의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