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h Double Violin Concerto 2nd mov.
*2악장 병 : 모든 곡에서 서정적이고 음울한 2악장을 편애하는 증상
어려서부터 서러운 일이 있으면 음악으로 위로받았다. 피아노 학원에 가면 나오는 그 복잡한 소리의 향연이 너무 좋았다. 아무리 시끄러운 환경에 놓일지라도 이어폰을 귀에 꽂으면 세상에 나와 음악만 남는 그 느낌을 너무 사랑했다.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소리에 더 예민해졌다. 온몸이 귀로 변한 듯했다. 아이의 아주 작은 소리에도 반응하는 몸으로 바뀌게 되자 원래부터 예민했던 내 귀는 음악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음악도 그저 시끄러운 소리에 불과했다. 아가들이 아이들로 자라며 내 몸은 덜 예민해졌지만 체력은 이미 바닥이 난 상태였다. 틈틈이 등산도 스트레칭도 하며 운동을 했지만 두 아이 모두 모유수유를 하며 좋지 않은 자세로 살다 보니 몸이 내 몸이 아닌 듯 아파오기 시작했다.
남편은 지방근무로 주중에는 육아와 직장일이 오롯이 내 몫이었는데 정말 나만의 시간이 너무너무 절실했다.
다행히 우리 아이들은 저녁 8시에 잠드는 아이들이었고, 아이들을 재우고 나는 거실에 요가 매트를 깔고 운동을 시작했다. 아파트에서 뛰는 운동은 할 수도 없고 내 체력도 이미 바닥이라 격렬한 운동을 할 수 없었다.
그때 찾은 'New York City Ballet Workout, Volume 1'.
한 시간 짜리 프로그램인데 제대로 따라 하면 땀이 줄줄 흐른다. 거기에 나오는 음악들이 너무 좋고 동작들도 음악과 잘 어우러져 나 같은 몸치도 금세 즐기며 따라 할 수 있게 되었다.
https://youtu.be/RSTQz5a_tDI?t=3230
힘든 운동을 마치고 마지막 révérence 부분을 따라 하면 아줌마의 몸이지만 낭창낭창한 발레 하는 여인 같은 기분을 느끼며 충만한 만족감을 느꼈다. (53분 50초부터 시작)
어린아이들은 쌕쌕거리며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잠자고 있고 거실에 매트와 나, 바흐의 음악이 주는 위로를 몸이 기억한다. 우연히 이 음악을 들으면 긴팔을 뻗어 무릎을 살짝 굽히고 우아하게 인사를 하고 싶어 진다.
https://youtu.be/7zRIZle3VqU (4분 32초부터 2악장)
설명이 필요 없는 바이올리니스트 오이스트라흐와 메뉴힌의 연주로 원곡을 들어보자.
인생의 피로를 쓴 커피 한잔으로, 쓴 소주 한 병으로 위로받는 것처럼 바흐는 우리에게 그런 위로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