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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쌤 May 15. 2019

옷 잘 입기, 더 이상 조언은 필요 없다

내 옷은 내가 알아서 잘 입을게요

여기저기서 옷을 잘 입는 방법 10가지, 15가지, 100가지에 대해 알려주지 못해서 야단이다. 그런데, 그렇게 말해주는 사람 중에 따라 하고 싶은 멋쟁이가 많지 않다는 게 모순. 그중에 몇 가지를 이야기해 보자.


1. 진짜 멋쟁이는 옷의 가짓수가 적다, 많다. - 도대체 멋쟁이의 표준은 어디서 누가 만들었으며, 그 멋쟁이의 옷장은 몇 개나 들여다보고 하는 말인가. 적어도 내가 아는 멋쟁이들은(아주 개인적인 내 평가로) 기본 아이템이 풍부하고, 유행할 아이템들을 시즌 전에 이미 소화해서 남들 다 갖추고 다닐 때 빼버린다. 그러니 옷장에 옷이 많기도 하고 생각보다 적기도 하다. (많다 적다는 이미 기준이 없기 때문)


2. 유행에 민감하지 말아라. - 클래식한 옷차림에 대한 대단한 안목이 있지 않는 한, 대강 따라가는 게 좀 낫다.

무려 20년 전 구입한 책에 나오는 스타일링, 클래식은 영원하다. 상 : 남성복, 하 : 여성복

3. T.P.O (시간, 장소, 상황)에 맞춰 입어라 - 이런 하나마나한 소리는 왜 하는가.


4. 체형에 어울리게 입어라 - 3번과 동일한 쓸데없는 소리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체형을 알지만, 받아들이지 못한다. 쇼핑몰 모델을 투영해 상상해서 주문한다. 그러니 대부분은 실패다. 나는 아직도 이걸 알면서도 반복 중이다.


5. 옷장을 잘 정리해서 어떠한 옷들이 있는지 잘 파악하라 - 이건 진리다. 그러나 옷 잘 입는 법을 읽고 있는 사람들의 옷장은 필수 아이템과 유행 아이템 등 절대적인 옷의 개수가 부족하거나,  서로 매치가 되지 않는 옷들이 있는 경우가 많다.




교복을 벗고 대학생이 된 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40 중반에 이른 아줌마가 간단하지만 ’ 시간이 걸리는’ 옷 잘 입기에 대해 정리하고자 한다. 참고로 나도 멋쟁이는 아님을 밝혀둔다. 그저 노력하는 중이다.


1. 모든 사람이 옷을 잘 입을 필요는 없다. 이것도 공부와 비슷하다. 타고난 재능이 있으면 쉽게 가는 거고, 그렇지 않으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도 저도 귀찮다면 여기서 멈추고, 조금이라도 개선해 보자 하면 2번으로 넘어가자.


2. 다른 사람의 옷 입기를 참고하자.


 옷 잘 입기는 공부다. 오랜 시간을 들이고, 연구를 거듭하고, 돈을 써야 한다. 돈을 쓰기 싫으면 품이라도 팔아야 한다. 신세계 강남점이나 스타필드 같은 곳에 가면 멋쟁이들을 만날 확률이 높다. (여기서 말하는 멋쟁이는 연예인처럼 시선을 끄는 복장이 아닌 생활 속 은근한 멋을 내는 사람을 말한다.)  대낮에 백화점 매장을 둘러보자. 좋아하는 브랜드의 옷을 일단 입어'만' 보자. 이번 시즌 어떤 옷들이 내 맘에 들어오는지 잘 살펴보자. 나는 신세계 강북 본점을 선호하는 편인데, 그곳에 가면 은근한 멋쟁이가 좀 있는 편이다. 이도 저도 귀찮거나 백화점에 갈 시간이 없으면 pintrest.com에서 Daily fashion이나 street fashion을 수시로 들여다보며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스타일을 저장한다. 인스타는 뭘 그리 팔아대는지 정신없으니, 외국 것만 참고해보는 것도 좋다.



3. 내게 직업적으로 필요한 옷, 내게 잘 어울리는 옷, 내가 입고 싶은 옷을 구분하자.


나는 슈트가 잘 어울리는 체형이다. 넓은 어깨와 큰 체형을 장점으로 바꿔 준다는 뜻이다. 학교나 회사에 근무할 때 필요하면서도, 잘 어울려서 적극 활용했던 룩이다. 잘 재단된 슈트를 입으면 한 사이즈 작아 보이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이런 스타일이 잘 어울린다고 해서 육아휴직 중인 사람이 어린이집 등원시킬 때 이런 룩을 할 수는 없다.


전업주부라면 몸을 조이지 않으며 살림과 육아에 용이한 이지룩을 선호할 텐데, 요즘 청바지 중에 이너 밴딩을 넣어, 다른 사람이 보면 그냥 청바지 같은데 입은 사람은 트레이닝복처럼 느끼는 아주 편안한 옷들이 많다. 여기에 클래식하면서 루즈한 스트라이프 티셔츠나 화이트 셔츠를 입으면 깔끔하고 편안한 이지룩의 하나가 완성된다.


직종에 따라 옷차림에 큰 차이가 생겨나니 광화문은 수트, 판교는 면바지에 체크남방으로 대비된다. 내가 종사하는 직업에 어울리면서 내게도 잘 어울리는 룩과의 간격을 좁히면 아침마다 전쟁을 덜 하게 된다.


딱 떨어지는 슈트가 어울리지만 가끔씩 나풀대는 꽃무늬 원피스가 입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땐 사지 말고 매장에서 입어보자. 거울을 보면 폭소가 터진다. 내가 입고 싶지만 어울리지 않는 룩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형태가 없는 스타일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 있다. 그렇다면 레이스나 시폰을 쓰는 로맨틱한 옷을 잘 활용하면서, 시크한 옷을 가끔씩 매치하면 된다.


내가 살랑한 꽃무늬의 시폰 드레스가 너무 입고 싶을 때, 대안으로 얇은 시폰의 파이톤(일명 뱀피무늬) 롱 드레스를 구입했다. 나름 절충안을 찾으면 되는 것이다.

나는 이렇지 않다. 이 옷을 샀다는 것만이 팩트다.


4. 쇼핑에 실패를 많이 해보자, 그게 두려우면 품을 팔자.


나는 동대문 의류 시장과 아웃렛, 백화점 매대에 오랫동안 돈을 갖다 바친 사람이다. 갖고 싶고, 입고 싶은 옷은 많은데 재화는 한정되어있으니 저렴한 곳을 찾게 되어있는데 대학생이 되어서는 동대문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처음에는 옷 자체가 예쁜 것만을 선호해서 실패도 많이 했는데, 불행히도 동대문은 환불이 안 되는 곳이라 어떤 옷이 어울리는지 아닌지를 돈을 써가며 철저하게 복기했다. 프리사이즈의 카디건을 사서 입은 날, 아빠가 한 마디 하셨다. '요즘은 배냇저고리가 유행이야?' 소매는 짧고, 허리선, 어깨선 다 내게는 넘치도록 작은 옷이어서 그리 말씀하셨는데, 뼈아프지만 사실이 그러했다.


돈을 갖다 버리기 싫다면, 좋아하는 스파 브랜드에 가보자. 나는 마시모두띠, 코스, 앤 아더 스토리즈 등 유럽 쪽 브랜드를 선호하는 편이다. 일정이 바쁘지 않은 날, 찬찬히 둘러보고 원 없이 입어본다. (백화점 입점 브랜드 중 띠어리, 빈스, 조셉, 타임, dkny 등을 좋아하나 여기서 원 없이 입어보는 것은 어지간한 강심장이 아니고는 힘들다.) 이제까지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스타일도 입어보자. 혹시라도 잘 어울려서 구입했다가 가족들에게 반응이 안 좋다면 언제든지 환불이 가능한 게 스파 브랜드의 장점이다.


키가 작은 사람들에게는 걸스 라인을 추천한다. 자라 걸스에 가면 예쁘고 세련된 옷들이 성인 옷의 반값 수준. 딸을 키우는 엄마라면 커플룩도 가능하다. 이렇게 품을 팔아 부지런히 입어보면 감이 생긴다.


5. 원단에 대한 지식을 키우자.


대학생 때 레이온 100%의 흰 정장 바지를 구입했다. 드레이프성이 좋아 흐르듯 우아해 보이는 그 바지를 큰 맘먹고 구입했으나 땀 흘리는 여름에 한 번 입으면 드라이를 맡겨야 했다. 여름 동안 10번을 입고 드라이를 한다면 그 비용도 만만치 않다. 손빨래하면 괜찮겠지 하고 찬물로 빨았다가 아동복이 되어버렸다. 나는 땀이 많아 그 이후로 여름용 바지는 그냥 폴리에스테르 100%를 선호한다. 레이온도 혼방률이 50% 이하이면 손빨래가 가능하니 구매할 때 성분표를 꼼꼼히 본다. 리넨, 코튼 등 식물성 계열 원단과 울, 캐시미어 등 동물성 원단, 아크릴, 나일론 등 합성 원단에 대한 차이점을 공부하고 관리방법을 숙지하자. 아끼는 옷을 오래도록 입을 수 있다.


6. 패션의 완성은 슬프게도 얼굴이다, 얼굴을 사 올 수 없다면 자세를 반듯하게 하자.


지금은 옥중에 계신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기억해보자. 재임 중, 여러 시술을 통해 취임 전보다 젊어지고 예뻐졌지만, 그분은 등이 굽어있다. 그러니 신문에서 패션외교라 떠들어대도 전혀 공감할 수 없었다.

발레리나가 헐렁한 티셔츠를 입어도 우아하고 예쁜 것은 몸에 군살이 없어서기도 하지만, 반듯한 자세가 큰 몫을 한다. 탤런트 강소라는 내가 좋아하는 선이 굵은 얼굴로 영화 써니 때부터 눈여겨보았는데, 거북목이 상당히 걸림돌이었다. 발레와 필라테스로 교정하니 여신으로 거듭났다.

다이어트도 중요하지만, 반듯한 자세가 정말 중요하다.


허리를 반듯하게 펴고, 복부에 힘을 주고 걷자. 이게 한 번에 될 리가 없다. 허리와 복부에 근육이 없으니 반듯하게 펴지질 않는 것이다. 지금 이 글을 덮고 운동을 하자. 꾸준한 운동은 반듯한 자세를 선물로 준다.


미용 몸무게의 사람들만 멋쟁이는 아니다. 그러나 불룩 튀어나온 배와 옆구리살을 장착하고 멋쟁이로 인정받을 확률은 상당히 낮다. 건강을 위해서라도 운동을 꾸준히 하면 약 만 3년 후부터는 멋있어졌다는 이야기를 듣게 될 것이다.


결론 : 옷 잘 입는 것은 방법을 안다고 단번에 되지 않는다. 공부 방법을 숙지했다고 서울대에 척 붙는 게 아닌 것처럼. 그저 작년보다는 괜찮아 보이는 걸 목표로 해보자.

한 번에 멋쟁이가 되는 방법이 있다면 그건 오직 신 만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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