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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쌤 May 31. 2019

타인과의 거리

왜 우리는 경계 없이 사는 삶에 익숙해야 하는가

'Inhale (들이마시고), Exhale (내쉬고)....'


평화로운 요가의 아침이다. 몸이 괴로울 땐 아침 요가로 심신을 다스린다. 어제, 그제 덕질하는 경기민요 소리꾼 '이희문'의 전주 공연과 광명 공연을 연이틀 관람하니 근육이 다 뭉쳐버렸다.


온몸의 근육을 늘리며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 Exhale... 근육을 더 늘려보자... 후우...


'옆으로 좀 가봐! 뒤에서 너무 안 보여서 여기서 하게!'

동작중에 경계를 넘어오니 중심을 잃고 휘청했다. 놀래서 쳐다보니 가끔 인사하는 아주머니.

뒤에서 하나도 안 보여서 앞으로 왔다는데, 그럼 동작 하나 끝나고 조용히 부탁하시던가.

심신의 안정을 위해 왔으니, Relax, Relax..


운동을 시작할 때 자리가 좁으면 기꺼이 내 자리를 좁혀서 양보해주는 편이다. 운동 좋아하는 마음을 아니까.

그런데 이런 경우는 참 난감하다. 이렇게 껴들어 온 분들은 보통 호흡을 하지 않고 큰 소리로 끙끙댄다.


몸의 긴장을 풀고 숨을 천천히 내뱉으면 근육의 힘이 빠지며 늘어나는데, 성격은 급하고 배려가 없으니 본인 몸에 대해서도 닦달을 하는 듯, 한 시간 내내 집중을 흩뜨려주신다. 아, 요가하며 욕을 할 수도 없고.


평화로운 아침은 이미 운동하러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깨졌다. 나는 승강기를 타면 귓속말로 하거나 말을 하지 않는 편이다. 예의라서 그러기도 하지만 내 얘기를 남이 듣는 게 싫어서 그렇다.


활기찬 아침, 아주머니들(나도 그 나이여서 괴롭다)은 서로서로 안부를 큰소리로 묻고, 스피닝을 하냐 요가를 하냐 목소리가 우렁차다. 하필 층마다 서는 바람에 한 아주머니가 저녁 6시 이전에 먹는 식단과 그로 인한 감량 효과를 다 들어야 했으며, (슈퍼모델이 이야기하는 다이어트라면 기꺼이 듣고 싶다) 다른 아주머니의 운동별 효과에 대해서도 좁은 공간에서 동시에 같이 들어야 했다.


겨우 운동을 마치고 나와 샤워를 하는데, 그 수증기 뿌연 곳에서 스피닝을 마친 아주머니들이 고함을 치며 웃는다. 누군가 힘들어서 울상으로 자전거를 탔나 본데 '얼굴 좀 펴라, 웃어라' 하면서, 말 그대로 샤우팅 창법으로 대화를 하니 목욕탕 울림으로 사운드 볼륨이 증폭된다. 머리를 말릴 때도 드라이어 때문에 말소리가 안 들리니 두 사람 건너 친구에게 고함을 치며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신다. 나는 그 중간에 껴있다. 귀가 아프다.


왜 타인과 나 사이의 거리를 이렇게 좁히는가, 지구는 둥그니까 우리는 한가족 한민족이었던가.  


놀이동산이나 마트에서 줄을 서면 착 붙어서 옴짝달싹하기 힘들게 하는 분들도 있다. 헛기침을 하며 앞으로 가면 또 뒤로 붙는다. 나쁜 마음이 아니고, 그냥 습관이다.


만원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타인과의 거리를 운운한다면 그건 정신이 이상한 거겠지만, 충분한 공간이 있는 경우에 이렇게 경계를 무너뜨리면 같이 무례해지고 싶다.


몇 년 전, 핀란드의 줄 서기 사진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물론, 강남역, 신도림역 포함 서울이나 지방 대도시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걸 잘 안다. 그래도 저런 '개념'을 도입하고 싶다. 학교에서도 교육과목에 포함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진 출처 :JTBC 비정상회담)


*중년 아줌마들이 다 그렇지.. 일반화하지는 말자. 내가 중년 아줌마라서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에피소드가 그 세대 이야기다. 아저씨들은 안 그렇겠지, 아가씨들은 안 그렇겠지.. 그렇지 않다.

배려 없는 어린이가 청년이 되고, 아줌마 아저씨로 자라며 노인이 되는 거니까.


*세상에는 배려가 넘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그렇지 못 한 사람들이 눈에 띄어서 그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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