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hubert : 피아노 환상곡 방랑자 - 2악장
*2악장 병 : 모든 곡에서 서정적이고 음울한 2악장을 편애하는 증상
슈베르트가 20대에 작곡한 피아노 환상곡 '방랑자'는 기존의 피아노 소나타의 형식을 벗어나 새로운 스타일을 제시하려는 경향이 뚜렷이 나타난다.
틀을 깬다는 것은 창작자 누구에게나 부담스럽고 어려운 일이다. 기존의 피아노 소타나가 갖고 있는 각 악장과의 조성적 연결이나 템포의 틀을 나만의 형식으로 바꾼다는 것은 굉장한 모험이다.
이 곡을 누군가는 4악장의 피아노 소나타라고 말하지만 슈베르트가 명명한 대로 '피아노 환상곡'으로 불러주는 것이 작곡자의 의도를 가장 잘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이 환상곡의 제목이기도 한 '방랑자'는 슈베르트의 가곡(Lied, 리트)에서 차용하여 2악장에서 사용하였다. 그래서 2악장은 피아노가 그야말로 노래한다. 리트의 주제를 제시하고 변주하는 2악장은 주 멜로디도 아름답지만 후반부에 나오는 64분음표의 하향 스케일이 찬바람 부는 마음을 따스하게 어루만져준다.
하지만 이 환상곡은 슈베르트가 '이 곡은 악마가 연주할 수 있다'라고 했을 정도로 기술적으로 어려운 곡이다. 이 어려운 곡에 관심을 가진 이는 '피아노의 파가니니'인 '리스트'였다. 리스트는 후에 이 곡을 오케스트레이션 해서 피아노 협주곡으로 만들었다.
슈베르트의 피아노 환상곡 '방랑자'는 많은 연주자들에 의해 연주되었지만 개인적으로 마우리치오 폴리니와 머라이어 페라이어의 연주가 마음에 와 닿는다.
최근에 새 앨범 출시를 앞둔 피아노의 거장 조성진의 곡으로 감상해보자.
그의 표정과 매너에서 더 큰 감동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