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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쌤 Aug 20. 2020

이야기가 있는 주방 24. 그래, 이 맛이야!

천연의 맛 VS MSG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이라는 책을 결혼하고 열심히 읽었다. 가공 식품에 들어가는 각종 합성보존료가 얼마나 몸에 나쁜지 알려주는 책이었는데, 아이에게 과자를 먹이느니 담배를 권하겠다는 글귀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집에서 요리를 담당하는 나는 조미료는 아예 쓰지 않고 (구매 자체를 안 함), 정제 설탕이나 수입 밀가루도 쓰지 않았다.


임신을 해서 입덧을 할 때 후각이 너무 예민해져 칠레산 청포도에서 나는 농약 냄새로 한 상자 산 것을 씻다 씻다 버리기도 했고 MSG가 들어간 라면을 먹거나 외식을 하면 혀의 돌기가 붓기도 했다.


임신 기간에 힘들지만 외식은 못 하고 직접 요리해 먹으며 자연식 위주로 해 먹었다.

아이 둘을 출산하고도 수입 밀가루는 믿을 수 없어 빵, 쿠키, 피자 등은 우리밀로 반죽해서 먹였고, 떡볶이 하나 만드는데 멸치, 황태머리, 디포리, 파뿌리, 고추씨까지 아주 약재를 달이는 정성으로 육수를 냈다. 아질산나트륨은 발암 물질이니 소시지나 햄은 거의 먹이지 않고 고기를 구워 먹였다.


청량음료를 먹이면 큰일 나는 줄 알고 매실이니 오미자니 철철이 청을 담갔고, 레몬청도 제주산 유기농을 고집해 담갔다. (설탕 범벅인데 말이다.)


이러니 밥 하나 하는데 얼마나 절차가 길고 까다로운지 아이 키우며 직장 다니며 무릎 뒤가 퉁퉁 부어 싱크대 붙잡고 아파서 눈물이 난 적도 많았다. 한창 젊은 30대의 기억이다.


파트로 풀타임으로 직장을 다니며 이런 우매한 짓을 한 것은 신념 때문이다. 사실 보존제나 조미료가 몸에 얼마나 나쁜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아주 미량으로 식품에 첨가된다면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는데도 엄마라면 정성으로 아이들과 식구들을 거둬 먹여야 한다는 요상한 자부심을 느껴가며 나를 갈아 넣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사상 유례없는 방학 기간이 길어졌다. 온라인 수업 중이라지만 사실 방학과 다를 바 없다. 하루에 세 끼니를 책임지다 보니 주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길어진다.

꾀를 내었다. 맛소금, 다시다, 미원 삼총사를 구입한 것이다.


사실 그 간 굴소스, 액젓류를 써왔으니 조미료를 아예 안 썼다고는 할 수 없지만 국, 찌개, 나물에는 안 쓰려고 애를 썼다. 우연히 오이 무침에 맛소금으로 간을 한 남의 집 반찬을 먹어보고 눈이 번쩍 뜨인 경험이 있는 나는 그동안 아무리 해도 맛이 안 나던 콩나물 무침에 본격적으로 사용해 보았다.

한 입 먹는 순간 그동안 먹어왔던 시골 식당, 이름난 백반집의 콩나물 맛이 밀려왔다.


그래, 이 맛이야!


조리법 : 콩나물 살짝 삶아 찬물에 헹구고 고춧가루, 멸치액젓 약간, 다진 마늘, 맛소금, 참기름 넣고 조물조물. 대파, 쪽파, 부추 중에 있는 것 조금 넣고 마지막에 통깨 약간!



며칠 전 돼지고기를 손질하고 있는 걸 본 아이가 부추랑 굴소스에 볶아서 밥에 얹어 달란다.

어려울 것도 없고 굴소스를 듬뿍 뿌리고, 중국 해선 간장을 한 수저 넣었다. MSG의 깊은 맛이 느껴진다.


그래, 이 맛이야!


조리법 : 다진 마늘 기름에 볶다 고기 넣고 소금, 후추로 살짝  하고 생강가루 있으면 뿌리고, 대충 익었다 싶으면 부추 넣고 굴소스만 넣어도 되고 간장 있으면 조금 넣고 전분물   넣고 휘리릭 뒤섞어 . 전분은  넣어도 . 참기름으로 마무리!



페이스북 친구가 소개해 준 채소만으로 만드는 고추장찌개를 끓여보았다. 그래도 서운해서 두부는 넣었다. 양념을 다 한 후에 간을 맛소금으로 맞추고 참치액을 넉넉히 넣었다.


그래, 이 맛이야!

조리법 : 감자 큰 거 한 개, 애호박 반 개, 양파 한 개, 두부 한 모는 깍둑 썰고, 대파 한 대, 청양고추 3개는 다진다. 냄비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다진 마늘 한 스푼 넣고 볶다 감자를 넣고 볶는다. 고추장 2큰술, 참치액과 국간장을 1큰술 씩 넣고 잘 뒤섞어 준다. 원래는 멸치육수 700ml를 넣어야 하나 맹물을 붓고 참치액을 한 스푼 더 넣고 맛소금으로 간을 했다. 20분 정도 바글바글 끓인다.


현장에서 일하는 외식업체 사장님으로부터 추천받은 치킨 스톡 가루인데, 이게 정말 만능이다. 맹물에 이걸 한 스푼 넣으면 기막힌 육수가 된다. 상품명은 네슬레 매기 치킨스톡 분말 파우더이니 구매하셔서 짬뽕도 파스타도 쉽게 맛 내시기를..


그래, 이 맛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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