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을 이어 온 여인의 삶과 민요
티베트의 옌징(盐井). 바다와는 멀리 떨어진 첩첩산중에서 솟아나는 소금물, 이 소금 우물(염정)의 이름은 그대로 지명이 되었다. 이 염정을 신의 선물이라 부르지만 여인들에게는 이 선물이 신의 저주에 가깝다.
이 소금물을 통에 가득 채우면 약 35kg, 이 무거운 짐을 지고 하루에 3~400번을 염정에서 염전으로 왕복한다.
옷도 발도 하루 종일 젖은 채로 고통스러운 삶을 이어나간다. 이런 삶은 그들의 조상으로부터 천년이 넘게 이어져 왔다.
2007년에 방영한 '차마고도'라는 다큐멘터리에서는 이들의 고단한 삶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척박한 자연환경에서 어떻게든 살고자 하는 사람들의 삶을 보며 그들의 삶의 방식에 숙연해졌다.
여인들의 삶은 전 세계 어디서나 경제 수준이 낙후될수록 더욱 고단하지만 이 곳 차마고도에서는 성별,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공평하게 고단한 삶을 살아간다.
너무나 가난해서 먹고사는 것이 힘들어 한 집안의 남자 형제에게 한 명의 여인이 부인이 되는 것은 너무나 흔하다. 이를 '공처제'라고 하는데, 송이버섯 등을 채취하여 수 백 킬로 미터 떨어진 곳으로 팔러 나가는 형제를 대신해 남은 형제가 처와 아이들을 돌보기 때문이다.
다부제로 해석할 수도 있겠으나 한 집에 같이 살 수 있는 시간도 짧은 데다 오가는 길이 험난해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3형제 공처도 흔하다고 한다.
분가를 하지 않고 아내 한 명과 한 집안의 남자들이 같이 살면 살림이 나아지고 후손을 이을 수 있으니 자연스레 그리 된 것이다.
신영복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보면 가난한 재소자들이 일부일처를 유지할 형편이 안 되는 것을 묘사하며 일부 반처, 일부 1/3처 등을 언급한 부분이 있다. 먹고사는 일이 어려워지면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관습이나 윤리가 얼마나 나약하고 쓸모없는지 깨닫게 된다.
아이들이 학교를 가고 운동장에서 함께 뒹굴고 공을 차고 부모는 부모의 삶을 사는 것. 이것이 무너지니 삶을 비관하고 스트레스가 쌓이지만 이 당연한 것을 누리지 못 하고 사는 사람들도 각자의 삶에 애정이 있고 그 삶을 묵묵하게 이어왔다는 생각을 다시 해 본다.
무거운 소금물을 길어 염전으로 나르고 소금을 만들어 생활을 이어가는 여인들이 부르는 노래는 그 삶의 무게만큼 처연하고 그녀들의 소원처럼 간절하다. 힘을 내어 일을 하자는 한국의 민요도 흥은 있지만 몸을 쓰는 힘든 일에 대한 애환이 녹아있다.
얼마 전부터 귀에 맴도는 '흘러가는 난창강아'를 들으며 내 삶에 대한 자세를 다시 한번 가다듬고 몸을 낮춘다. 이러나저러나 살아야 한다.
*흘러가는 난창강아
도도히 흐르는 난창강은
언제나 거꾸로 흐를까
큰 강은 길고 길지만
다시 만나지 못한다네
흘러간 강물은 다시 돌아오지 못하기 때문이지
금닭과 은닭이 엔징에 남겨 준 것은
소금물뿐이네.
소원을 빌겠어요.
다시는 이렇게 무거운 소금물을
긷지 않게 해 주세요.
*소금 우물을 긷는 여인들의 삶을 다룬 차마고도 4부. '흘러가는 난창강아'는 마지막 엔딩에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