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ono Oct 30. 2023

오늘의 등가교환





  JTBC <눈이 부시게>의 김혜자(김혜자)의 대사 다시 읽습니다. 오래 전 종영이 된 드라마죠. 가장 큰 플롯이 한지민이 김혜자씨와 서로 바뀌게 되어 생활하는 용이죠. 젊은 그녀 한지민이 이렇게 영혼이 바뀌어 나이든 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겪는 일들. 그때는 몰랐던 일들과 주변인들에 대한 생각과 이랬으면 어땠을까라는 숱한 가정이 다양한 에피소드로 장하는 드라마입니다.



오스갤러리 마당의 글귀





 요즘 N회차 환생한 주인공이 등장하는 드라마가 많이 방영됩니다. 인생, 단 한번이면 족하지 않은가라는 생각을 하고있는 제게  드라마 속 설정은 흥미롭긴 합니다. 그래서 이야기 속에서 끝내 바꿀 수 없는 것들, 달라지지 않는 것들에 대해 초점을 더 맞추게 되요. 그게 더 현실적이니까요. 다만 이 드라마처럼 바뀌어서 서로에 대한 이해가 가능해진다는 관점이 좋습니다. 서로의 삶에 대해 톺아보며 이해가 가능해지는 시간들이 좋아서요. 때론 어떤 물리적인 힘에 의해서만 가능한 들여다보기가 우리 삶에는 필요하다고 믿어서요.  


 극 중 혜자(존칭생략)는 오빠 영수(손호준)의 성화로 그가 진행하는 인터넷 방송에 출연하게 됩니다.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영수가 시청자들이 청취하며 보내주는 별사탕을 벌던 중, 대화의 주제가 '늙으면 좋은 점이 뭔가?'로 이어집니다. 다들 우스운 답변을 기대했더랬죠. 그러나 나이든 한지민 즉 혜자는 '늙으면 아무 것도 안 해도 된다'라는 말로 질문에 답을 합니다.


 처음 이 말을 읽었을 때는 저 말이 이해가 잘 안가더라구요. 제가 사는 시골은 나이든 분들이
아직도 허리 굽히고 밭을 갈고, 손주들 등에 업고 다니시느라 하루내 바쁘신지라 아무 일도 안 해도 된다라는 말이 납득이 안갔죠. 그러나 이어지는 그녀의 말 속에서 숨겨져 있는 그녀의 뜻을 깨닫게 되더군요.







이 세상은 등가교환의 법칙에 의해서 돌아가. 등가 뭐시기가 무슨 말이냐. 물건의 가치만큼 돈을 지불하고 사는 것처럼, 우리가 뭔가 갖고 싶으면 그 가치만큼의 뭔가를 희생해야 된다 그거야. 당장내일부터 나랑 삶을 바꿔 살 사람!

내가 너희들처럼 취직도 안 되고 빚은 산더미고 여친도 안 생기고, 답도 없고 출구도 없는 너네 인생을 살 테니까.

너희는 나처럼 편안히 주는 밥 먹고 지하철에서 자리 양보도 받고, 하루종일 자도 누가 뭐라 안 하는 내 삶을 살아. 어때? 상상만 해도 소름 끼치지. 본능적으로 이게 손해라는 느낌이 팍 오지?

 열심히 살든 너네처럼 살든 태어나면 누구에게나 기본 옵션으로 주어지는 게 젊음이라 별 거 아닌 것 같겠지만 날 보면 알잖아. 너네들이 가진 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당연한 것들이 얼마나 엄청난 건지, 이것만 기억해놔. 등가교환. 거저 주어지는 건 없어.










 그녀는 '등가교환의 법칙'을 차분하게 말하며 '나이 듦'과 각각의 시기에서 누리는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더군요. 누구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이 땅의 청년들에게 '젊음'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저런 대사를 쓰는 작가는 누구일까? 마나 깊은 내공을 갖고 있어야 이런 대사를 쓸 수 있을까 순수한 마음에서 질투가 생겨나요.


"내 나이때는 말이지!"라는 관용어구를 입에 붙이고 말을 하는 꼰대가 되어가는것만 같은 저. 그런데 정말 너무도 다른 아이들의 생각과 행동에 당혹스러울 때가 있어 저도 모르게 저 어구를 사용하며 제
가 살아 온 시기를 객관화 시켜 그들과이야기 할 통로를 만드는지도 모르겠어요. 소통의 사다리를 만들기 위해 책을 읽고, 그들의 언어에 귀를 기울이고, 노래를 듣고... 이런 노력들이 있음에도 가끔 까마득히 멀리 있는 어린 별들을 보고 있을 때면 드는 막막한 기분. 극 중 혜자처럼 나랑 "바꿔 살아 볼 사람!" 이라고 아이들 앞에서 큰소리로 이렇게 물어보고  때가 있어요.


시간 가는 거 잘 모르고 살거든요. 어느날 가르치던 아이가 고등학생이 된다고 할 때, 초등학교 졸업을 한다고 할 때, 아이들 인생의 한 쪽 문이 닫히고 새로운 문이 열리는 그런 때가 되어야 한번씩 꼭 그만큼 나도 나이 먹었구나 이 생각을 하고 거울을 보죠. 지... 진짜 먹긴 먹었더라구요^^;;; (술을 끊어야 피부관리가 될 거 같아요.)


 이 대사를 읽으며 오늘 내가 한 내일이란 보이지 않는 시간과의 등가교환은 무엇이었을까 생각에 빠졌습니다.  글을 읽는 여러분들이 한, 그리고 할 오늘의 등가교환은 무엇일까요?


 전 어쩌면 주어진 일과 때문에 그리운 친구의 이름을 불러보는 시간을 잃은 건 아닌지, 쪽잠이라도 잘 걸 졸린 눈을 부릅뜨고 있다가 이만큼 수명을 깎아먹은 건 아닌지(뜨헛! 살면 얼마나 산다고오~~~), 보이지 않는 내일과의 등가교환을 성공리에 마치고 살아가긴 하는건지... 곰곰. 계속 곰곰 중니다만.






* 같이 듣고 싶은 곡


- 더 피스 : 그렇게 살아요.









#오스갤러리

#아원고택

#오늘의등가교환

#그저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