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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o Nov 01. 2023

삶을 잇는 노크





‘외로움’을 국가적 문제로 인식해 대처하는 나라도 있다. 22년 1월 영국 총리는 내각에 ‘외로움 담당장관’ 직을 신설하며,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은 중요한 시대적 과제다. 많은 국민들이 안고 있는 외로움이란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대응 방안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간 내면의 영역이라고 인식되던 ‘외로움’에 대해 정부가 개입하기로 한 것이다. 외로움 장관을 임명하기로 한 결정은 ‘조 콕스 외로움 문제대책위원회’의 제언에 따른 것이다. 이 조직은 자신의 선거구에 사는 유권자들의 고립과 외로움 문제 해결을 정치적 사명으로 삼았던 영국 노동당 하원의원 조 콕스의 이름을 딴 초당적 위원회다.

이 조직은 외로움이 더 이상 개인적 불행이 아닌 일종의 ‘사회적 전염병’이라며 공동체의 건강을 위협하니 국가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회가 낸 보고서는 인구 6600여만 명인 영국에서 900여만 명 (13.63%)의 성인이 외로움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다고 추정한다. 하지만 괴로워하는 이들 중 3분의 2 이상은 자신이 외롭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고도 분석했다. 외로움은 하루에 담배를 15개비 피운 것만큼 건강에 해로우며, 의료비 증가등 영국 경제에

44조 8천억 원가량의 손실을 끼친다고 집계하기도 했다.


21년 10월, 영국의 외로움 담당 장관은 외로움에 대응하는 정부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2023년까지 영국의

건강보험제도(NHS)를 통해 외로움을 경험하는 사람들에게 사회적 처방을 내리고 장기적인 서비스 계획도 세우기로 했다. 외로운 사람들의 지역사회 활동을 위해 정부가 180만 유로(약 23억 600만 원)를 투자하고, 정부가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외로움 방지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30년 뒤 1인 가구가 가장 주된 형태의 가구로 자리 잡는 우리나라에서 앞으로 고립과 외로움의 문제가 새로운 사회적 위험으로 대두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송인주 서울시복지재단 연구위원은
“사회 구성원 중 고독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면 국가가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뜻이다. 인구 구조와 가구 형태의 변화를 봤을 때 우리나라도 영국처럼 고립과 외로움 문제를 사회적 차원에서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ㅡ 한겨레 신문, 김미향 기자 기사발췌










 작년에 읽은 기사입니다. 기사를 읽으며 우리 사회 전반에 고독이란 무형의 감정이 파고든 자리에 대해 고민을 해보게 되었죠. 인간은 누구나 고독하다 생각해요.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이들조차도 나란 사람의 생각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으니까요. 동류의 존재들이 서로 어울려 고독을 해소하고, 공감이 커지면 그 온기로 삶이 활기찬 에너지로 채워지는 걸로 우리는 스며드는 외로움에 대해 방비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라이프 노크라는 , 들어보셨나요? 겨울철 이른 아침, 차에 탈 때 추위를 피하기 위해 차에 숨어드는 고양이들이 시동이 꺼진 차의 가장 따뜻한 부분인 엔진룸에서 잠이 들었다가 차 시동이 걸린 후 빠져나가지 못하고 그 속에서 화상을 입거나 하는 등의 불의의 사고를 막기 위해 펼치는 캠페인이죠. 



 차 문을 세게 닫거나, 경적을 울리는 걸로 잠든 냥이들을 깨워 차 출발 전에 밖으로 내보내 다치는 걸 막자는 운동이에요. 그 말을 듣고 나니 아침 출근길 루틴이 하나 더 늘었어요. 한 번씩 수업을 마치고 늦은 밤에 태워다 주는 고딩녀석들에게 제발 "문살살!"을 목청껏 외치면서 저는 있는 힘 다해 문을 닫고서는  "추울발!!!"이라고 외치죠. 냥이들이 제 소리에 놀라 경기할까 봐 걱정이 가끔 되지만요.










 작은 냥이들의 삶을 잇는 노크, 생각해 보니 우리에게도 필요한 노크가 아닐까 싶어요. 삶의 한순간 외로움이 스미는 어둔 틈 속 좁은 길을 홀로 걷는 이들에게도 필요한 소리가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드네요.   



 아침에 볕이 좋아 산에 갔습니다. 안개가 걷히고 볕이 내려앉은 산자락에 가득 스며있는 가을색들이 좋았어요. 깨어나 움직이기 시작하는 생명들이 주는 활기는 높은 곳에 오르면 더 잘 보이거든요. (누가 들으면 한라산 등반한 줄 알겠죠? 쉿, 흔하디 흔한 동네 뒷산 왕자봉이에요.) 산길을 오가며 만나는 분들은 암묵적인 약속이 있는가 봐요. 서로 스쳐 지나갈 때 큰 소리로 인사를 건네요. 처음엔 그게 너무 어색해서 저도 모르게 얼결에 대답해 놓고는 뒤 돌아 "저를 아세요?"라고 물을 뻔했던 적도 있죠.



 산에 다녀와 성주산 맑은 정기로 마음만 회복한 전(身은 피폐) 수업에 필요한 교재를 사러 서점에 걸어서 다녀오기로 마음먹었죠. 비타민 D 합성을 원 없이 해보자 생각이 들어서요. 횡단보도 앞에서 초록불로 바뀌길 기다리며 서 있었죠. 할머니 한분께서 저보다 먼저 신호대기 중이셨어요. 굽은 등, 손에 쥔 지팡이, 검은 봉지 두어 개. 늘 자주 만나게 되는 우리 네 할머님들의 익숙한 모습이에요. 신호가 바뀌고 잠시 기다렸다 길을 건너는데 할머님께서는 미동 없이 앞만 보고 계셔요. 느낌이 이상해서 길을 다 건넌 뒤 바라보니 수술을 하셨는지 한쪽 눈에 안대를 하고 계시더라고요. 혹시, 눈수술로 인해 신호등 색깔이 잘 보이지 않아서 못 건너시는 건 아닌가 싶어서 다시 길을 건넜죠.


 "할머니, 녹색불이라 신호 바뀌었었는데 못 보셨어요?"


옆에 다가가 조심스레 여쭤보는데 마치 다른 세상에 있었던 것처럼 제 인기척에 화들짝 놀라서 저를 바라보시더군요. 그 찰나의 눈빛이 지금도 마음에 남아요. 흐릿하다 명료해지던 눈빛 사이, 황망해하는 마음이 담겨있었거든요. 마치, 내가 왜 이곳에? 그런 느낌이요. 거동도 불편해 보이셔서 다음 신호에 제가 부축해서 건네드렸죠. 정말 달팽이가 된 기분이었어요.



 소인국의 나라에서 깨어난 걸리버처럼 할머니의 보폭에 맞춰서 신호를 건너는 동안 제가 요즘 핫하다는 강남순의 그녀처럼 보령순이 되어서 번쩍 안아 들어 건네드리고 싶었더랬죠. 그런데 별 거 아닌 일인데 옆에서 도와드리니 정말 좋아하세요. 지팡이를 겨드랑이에 끼시더니 제 손을 잡고 좋아하세요.


 

 꺼끌한 살갗의 느낌이 손등을 스치고 지날 때마다 낙엽이 제 살갗에 닿는 기분이 들었어요. 오랜만에 느끼는 그리운 촉감이라 가만히 할머니 손길을 시고르자브종처럼 보이지 않는 꼬리 붕붕 돌리며 받고 서 있었어요. 할머니도 저도 그 순간 서로의 온기로 충전이 된 것 같아요.  



 근처 아파트 입구로 느릿하게 걸어가시는 모습을 눈에 담고 있다 다시 걷는데 잠깐 사이 제가 할머님께 한 행동이 어쩌면 또 하나의 라이프 노크라 생각이 들었죠. 우리들에게도 살아가며 필요한 안부인사, 이 땅에서 살아가며 홀로 있다는 막막함에 속한 자리도 잊어버린 날에 드린 라이프 노크요.



 우리가 친구들이나 주변에 있는 이들에게 평범하지만 한 번씩 건네는 안부인사들도 라이프 노크라고 생각해요. 넓은 세상에 혼자만 외로이 서있는 것 같다는 막막한 마음이 들지 않게, 당신을 기억하고 당신의 안부가 궁금하고, 당신이 곁에 있어서 감사하다고 전하는 말 한마디가 외로움을 달래주고 일으켜 세워주는 손길이 되어주지 않을까요? 때로는 한 줌의 온기가 전부일 때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실상은 바쁜 일상을 사는지라 모두들 그런 간단한 안부를 전하는 일도 쉽지 않더라고요. 손바닥 안의 작은 세상, 그러나 실제로는 너무 넓어 어디로 이어질지 모르는 세상에서 혼자만 헤매지 말고 오늘은 깨톡으로라도 안부 전하며 서로의 외로움을 노크해 쫓아주는 정다운 시간을 보내시면 어떨까요? 우리나라도 곧 있어 "외로움 장관"을 뽑아야 할지도 몰라요. 우리가 서로에게 외로움 장관이 되어주시게요. 서로의 글들로 토닥토닥, 쓰담쓰담해주면서요.
























#외로움장관은우리모두
#라이프노크

#청라은행마을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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