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글을 쓰는 이유
당신도 알 것 같은데, 스페인 말에 이런 게 있어요. 지금도 쓰이는 말인지는 모르겠어요. 그들은 잠을 깨울 때 "일어나"라고 말하는 대신 "recordarse"라고 말해요. 너 자신을 생각해 내라, 너 자신을 기억해 내라,라는 말이지요.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어요. "Que me recuerde a las ocho(8시에 나 자신을 기억해 내게 해주렴)."
매일 아침 난 이런 느낌이에요. 나는 거의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잠에서 깨면 늘 실망스러운 기분이랍니다. 내가 여기 있으니까요. 낡고 어리석은, 똑같은 게임이 계속되고 있으니까요.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해요. 정확히 그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내겐 수행해야 할 일들이 있죠. 그 가운데 하나는 온 하루를 살아야 하는 것이에요. 나는 내 앞에 놓인 그 모든 일상을 봐요. 모든 게 나를 피곤하게 하죠. 물론 젊은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느끼지 않을 거예요. 이 경이로운 세계에 돌아왔으니 참 기쁘구나,라고 느끼겠죠. 그러나 나는 그런 식으로 느낀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젊었을 때조차 말이에요.
나는 이제 그냥 받아들여요. 지금은 눈을 뜨면 이렇게 말하죠. 또 하루를 맞닥뜨려야 해.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냥 넘어가요.
- 보르헤스의 말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윌리스 반스톤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