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추일서정
by
Bono
Nov 26. 2023
아래로
느른하게 누운 햇살이 발치에 엎드립니다
가을이라고,
그것도 한참이나 무르익은 계절이
흐르고 있다 속삭여요
편백 곧은 줄기 사이를 달팽이로 걸어 봅니다
거인이 던져놓은 공깃돌들이
계단이 된 길에서 걸음은 느려지고
숨은 터질 듯 부풀어 오를 즈음
수피를 더듬다 제게 달려온 바람은
품어 온 나무향을 안겨
주네요
황톳길 위로 드러난 나무의 뿌리들은
경계선이 되어 계절을 나눕니다
생이 삭아가는 자리는
타다 만 가을의 흔적으로 물들었지만
패이고 긁혀 드러난 속살들은
생진의 입김 아래 다시 아물겠죠
부재를 받아들이지 못한 마음은
어떻게 다독여야 하는지
나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마음도 이리 가르고 나눌 수 있다면
걸음, 가벼울 수 있을런지
순간마다 뻗어가는 그리움들은
수많은 에움길로 이어지다
잎맥에 맺혀 한 계절을 배웅하는
붉게 물들어버린 잎 올려다보다
빛이 하도 환해 눈을
감았습니다
나무 그림자와 단풍이 뒤섞인
아득한 현기증 사이,
더 또렷해지는 얼굴 하나는
몇 번의 가을이 지나야 할까요
그런 이름이 있습니까,
당신은.
* 같이 듣고 싶은 곡
- 하루의 끝 : 종현
#편백나무숲단풍
#성주산자연휴양림
keyword
가을
단풍여행
숲
43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Bono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에세이스트
Gloomy Relay
저자
Counting Stars, 원 리퍼블릭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세상을 기록 중인 살짝 모난 돌
구독자
811
제안하기
구독
작가의 이전글
꽃이 피는 온도
바람이 건네는 말
작가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