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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일서정

by Bono






느른하게 누운 햇살이 발치에 엎드립니다

가을이라고,

그것도 한참이나 무르익은 계절이

흐르고 있다 속삭여요


편백 곧은 줄기 사이를 달팽이로 걸어 봅니다

거인이 던져놓은 공깃돌들이

계단이 된 길에서 걸음은 느려지고

숨은 터질 듯 부풀어 오를 즈음







수피를 더듬다 제게 달려온 바람은

품어 온 나무향을 안겨 주네요

황톳길 위로 드러난 나무의 뿌리들은

경계선이 되어 계절을 나눕니다



생이 삭아가는 자리는

타다 만 가을의 흔적으로 물들었지만

패이고 긁혀 드러난 속살들은

생진의 입김 아래 다시 아물겠죠


부재를 받아들이지 못한 마음은

어떻게 다독여야 하는지

나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마음도 이리 가르고 나눌 수 있다면

걸음, 가벼울 수 있을런지

순간마다 뻗어가는 그리움들은

수많은 에움길로 이어지다



잎맥에 맺혀 한 계절을 배웅하는

붉게 물들어버린 잎 올려다보다

빛이 하도 환해 눈을 감았습니다



나무 그림자와 단풍이 뒤섞인

아득한 현기증 사이,

더 또렷해지는 얼굴 하나는

몇 번의 가을이 지나야 할까요

그런 이름이 있습니까,

당신은.

















* 같이 듣고 싶은 곡


- 하루의 끝 : 종현











#편백나무숲단풍

#성주산자연휴양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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