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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o May 18. 2024

기억의 바다








 달은 소리 없이 물레를 돌려요.




 월력이 펼쳐진 어디쯤 서둘러 맺은

 

 매듭이 덜컥 걸린 날은


쪽빛의 달이 부서져 바다로 내려앉죠.











 누구에게나 바다가 있어요.




 그리움이 잉태한 치어들이 깨어나


 은빛의 산란을 마치고 달 속으로 숨어들면


 꾸다 만 꿈 조각이 손에 남아요









 달빛의 인장이 새겨진 손바닥에


 지나는 계절의 숨을 올려보아요


 보리알로 부풀어 오른 봄날의 기억이


 호드득 떨어져 내려앉아요


 나는 남겨진 밀알을 줍는 등이 되어


 이랑에 기댑니다







 가장 귀한 것을 보기 위해 눈을 감아요


 가장 값진 것을 위해 귀를 닫아요*




 달팽이의 별에서는


 당신이 그리워한 것들이 달로 떠오르거든요










 느릿한 배밀이로 남긴 하루의 발자국이


 온점이 되길


 마음 다해 바라는걸요




 걸음이 멈춘 자리, 디딤돌이 멀리 놓여


 발 디딜 곳을 잊어버렸다면


등껍질을 가만히 벗어 놓아둘게요.

 






 

사목사목 딛고 달로 가요


 그리움의 바다,


 숨비소리로 밤을 닫아요.


 













* 영화 <달팽이의 별> 속 대사 차용







* 같이 듣고 싶은 곡



구노 아베마리아, 장한나 첼로연주


https://youtu.be/-mxCZY0y3nw?si=yggMwrQ7JMUVfrco


 





#청보리밭

#당신의숨비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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