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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懇,병인

by Bono

그는 빈 터앝에 갇혀버렸다


이랑과 이랑


너울지는 들판 한가운데 오도카니


수수대로 서 바람을 이기는


허수아비가 되려나보다




홍채 안 건곤은 바람에 흩어지고


소변줄로 고여 드는 진액만이


닻줄이 된 위태로운 생을 본다



비워내고 갈음하는 매일의 기억


손등에 핀 석버석 진해지는 우기


비로소 찾은 그의 歸路


모퉁이에 외로 선 이가


내게 말한다


영판 별거 읎써어


다 그냥 그런겨


애쓰지 말어, 이만하면 된겨.




그즈음 맞춘 틀니 자리 잡기 전이다


오지 않는 걸음 대신 보내 온 것에


눌린 말소리, 헛숨 재촉해 버리고


흩어진 울력을 그러모은다




텅 빈 침상에 남겨진 자국들은


지워지고 채워지고 흐릿해지고


벼랑 끝 생을 붙들어 두 세상


다리를 이어주는 나는 간병인


생의 가장자리를 지키는 호밀밭의 파수꾼




좁다란 나의 처마 아래


잠들지 못한 영혼의 노래를 들으며


찢긴 시간을 시침질 해주다





가끔은 바위가 되고 싶어


실타래를 풀어헤쳐 리셋을 하는


더딘 걸음의 파수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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